30대 여기자의 일상다반사

Episode 16.  

또 병이 도졌다. 제대로 키우지도 못하고 죽일 거면서, 봄만 되면 이런저런 화분을 사들인다. 분명 아주머니께 식물 이름, 특징, 물 주는 주기, 분갈이 방법 등을 상세히 듣고 데려오는데 이상하게도 서너 달을 넘기기가 힘들다. 남자친구는 제발 생명에게 몹쓸 짓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봄바람은 또 어떤 식물을 사겠느냐며 내게 속삭인다.

5년 넘게 키운 식물도 있긴 있다. 흔히 돈나무라고 불리는 금전수, 학명은 자미오쿨카스 (Zamioculcas)다. 남자친구가 입사기념으로 회사에서 받고 혼자 5년을 키웠다. (솔직히 키웠다는 말보다는 방치가 더 정확하겠지.) 신통방통한 이 녀석은 무관심을 먹고 자란다. 연애시절, 윤기가 좔좔 흐르는 잎사귀를 보고 남자친구가 너무 잘 가꾸나 보다 했는데, 물을 언제 줬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하더라. 돈나무는 똥손도 키울 수 있는 쿨한 식물이었다.

안타깝게도, 남친과 내가 살림을 합치면서 돈나무는 저 세상으로 떠났다. 두세 달에 물 한 번 줄까 말까 해도 잘 자라던 친구가, 나의 갑작스런 애정을 견디지 못한 탓이었다. 집에만 있는 게 너무 답답해 보여서 날이 좀 풀린 2월 어느 날 콩고라는 식물이랑 같이 창밖에 내뒀는데, 그 하루에 그만 둘다 얼어 죽어버렸다. (콩고도 남친이 회사에서 데려온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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