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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하게 만들기 위한 시간30대 여기자의 일상다반사
김소정 선임기자 | 2020년 05월호, 제183호 | 승인 2020.04.27 17:17
Episode 16.  또 병이 도졌다. 제대로 키우지도 못하고 죽일 거면서, 봄만 되면 이런저런 화분을 사들인다. 분명 아주머니께 식물 이름, 특징, 물 주는 주기, 분갈이 방법 등을 상세히 듣고 데려오는데 이상하게도 서너 달을 넘기기가 힘들다. 남자친구는 제발 생명에게 몹쓸 짓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봄바람은 또 어떤 식물을 사겠느냐며 내게 속삭인다.5년 넘게 키운 식물도 있긴 있다. 흔히 돈나무라고 불리는 금전수, 학명은 자미오쿨카스 (Zamioculcas)다. 남자친구가 입사기념으로 회사에서 받고 혼자 5년을 키웠다. (솔직히 키웠다는 말보다는 방치가 더 정확하겠지.) 신통방통한 이 녀석은 무관심을 먹고 자란다. 연애시절, 윤기가 좔좔 흐르는 잎사귀를 보고 남자친구가 너무 잘 가꾸나 보다 했는데, 물을 언제 줬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하더라. 돈나무는 똥손도 키울 수 있는 쿨한 식물이었다.안타깝게도, 남친과 내가 살림을 합치면서 돈나무는 저 세상으로 떠났다. 두세 달에 물 한 번 줄까 말까 해도 잘 자라던 친구가, 나의 갑작스런 애정을 견디지 못한 탓이었다. 집에만 있는 게 너무 답답해 보여서 날이 좀 풀린 2월 어느 날 콩고라는 식물이랑 같이 창밖에 내뒀는데, 그 하루에 그만 둘다 얼어 죽어버렸다. (콩고도 남친이 회사에서 데려온 친구다).남자친구는 내가 길 지나며 사온 히아신스, 장미, 다육이들은 한 달을 못 버티고 사라져도 아무 말 없더니, 본인 돈나무와 콩고를 죽였다고 진심 화를 냈다. 몇 년씩 보아온 식물이니 나름대로 애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신기한 건 앞서 수없이 죽어나간 식물들에 대해서는 나 역시도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 정도에 그쳤는데, 돈나무와 콩고를 죽이고서는 오래도록 마음이 무거웠다. ‘정말로 내가 생명을 죽였구나’라고 깨달은 시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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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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