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이 아닌 ‘고객’이라는 단어부터

지난주, 을지로에 있는 어느 회사에서 겪은 일이다. 이른 아침의 미팅이라 서둘러서 이동한 탓에 9시 전에 도착해버렸다. 아직 근무시간 전인데도 직원들이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출퇴근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서 그런지 9시 넘겨서 출근하는 사람도 종종 보이기 때문이다. 응접실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뭔가 구호를 외친다. 뭔가? 하는 궁금증을 갖고 그들이 외치는 소리를 들어보았다.

“목표달성!”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의 목표금액을 완수하자!” “목표미달로 조직에 피해를 입히는 식충이는 되지 말자!”

수십 명이 외치는 데도 박자가 틀리지 않고 리듬에 흐트러짐이 없는 걸로 봐서 어제 오늘의 구호가 아닌 듯해 보였다. 뭔가 이상한 회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의 중요성이나 목표달성에 대한 의지를 심어주는 것은 좋은데 그 목표라는 것의 최종적인 골이 “오늘의 할당금액을 채워야 한다!”는 금전적인 목표가 최상위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는 영리조직이기 때문에 매출과 이익이라는 목표에서 결코 빗나가서는 안 된다. 하지만 금전적 목표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 실현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지 그자체가 최종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금전적인 목표는 단기적인 것이고 미션 비전에 대한 실현은 장기적인 목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회사는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이 회사의 존립 이유인 것처럼 보였다. 마치, 오늘 할당된 돈을 벌어오지 못하면 하는 일 없이 급여만 받아가는 식충이라는 생각을 갖게끔 아침마다 세뇌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수년 전에 ‘영혼 없는 영업’이 기업에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에 대해 큰 공부를 한 적이 있다.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매출을 올리라’는 상부의 지시가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타사의 비극을 통해 큰 교훈을 얻었다. 바로 2013년 봄에 있었던 ‘남양유업 대리점주 막말사건’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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