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유용한 Practical HR

1. 현장중심 인사! 20년 동안의 과제

현장중심의 인사!

거의 20년 전부터 줄기차게 들어왔던 화두 중 하나이다. 딱딱하게 학술적인 정의를 내리고 싶지는 않고, 필자는 이렇게 이해하고 있다. 인사가 관여하는 대부분의 활동, 즉 채용, 인사평가, 전보배치, 직원육성, 퇴직관리 등을 인사가 직접 수행하기보다는 권한 이양해서 현장의 관리자가 주도적으로 하게끔 하자는 개념이다. 인사는 전문가적인 지식과 식견으로 그들에게 조언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인사담당자라면 누구나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신입사원 때부터 그렇게 교육받고 그렇게 행동하고 대개 임직원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많은 기업에서 ‘인기 있는 인사담당자’는 드물다. 보통 ‘바쁜데 귀찮게 한다’, ‘제때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심지어는 ‘회사 편이다, 어용이다’ 등의 비판을 받곤 한다. 때로는 직원들을 위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알아주지 않아서, 혹은 내가 최선을 다해서 만든 결과임에도 그 공을 현장의 누군가가 가로채는 경우가 있는 듯해서 서운하기까지 하다.

현장중심의 인사 관점에서 기억나는 사례가 있다. 약 3년 전 고객사 A에 ‘면접관 교육’ 강사로 참여할 일이 있었다. 교육대상자가 50명 가량 되어서 교재도 50권 인쇄해서 들고 갔다. 그런데 교육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10명 내외의 간부만 와 있을 뿐이었다. A사 인사 담당자 a는 당황한 듯 여기저기 전화도 해보고 하더니, 시작 시간 10분이 지나자, “대표님 그냥 진행하시죠, 자기들 직원 채용하는 건데… 우리회사 간부들 수준이 좀 그렇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2시간 강의 내내 약 5명 정도가 더 들어왔고, 결국에는 15명 내외의 교육생 대상으로 강의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인사담당자 a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A사의 현장관리자들은 인사에 관심도 의욕도 없으며 참여도 잘 안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교육을 하던 평가를 하던, 직원관리 관련된 내용으로 현장관리자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거 원래 인사가 해야 하는 거 아냐?”, “어 그래요, 미안한데 너무 바빠서……” 등의 이야기를 듣게 되어 맥이 빠진다는 것이다.

2. 현장중심 인사! 어렵다고?

현장중심 인사는 사실 이론적으로나 당위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 되지만, 지금까지 필자가 관여했던 62개 고객사를 찬찬히 보면 아주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만한 회사가 그다지 많지 않다. 즉 오랫동안 강조되었던 기간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인사는 인사대로 노력을 하지만, 현장관리자들은 나름대로 불만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인사의 각종 기획안과 정책은 결국 현장의 호응을 얻지 못해 용두사미가 되는 것을 종종 본다. 대체 왜 그런 걸까?

① 인사담당자 업무는 Season 2가 존재

인사담당자의 업무는 재무, 마케팅, 영업, 생산 담당자들과는 다르다. 보통 담당자들의 업무는 기획하고 기안해서 결재를 받는 것으로 일단 마무리되고, 그 다음에는 본인 또는 업무관계자가 그대로 실행을 하면서 마무리된다. 즉 ‘내가 잘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인사담당자의 업무는 최종 의사결정자의 승인을 받고 난 뒤 본격적인 Season 2가 시작된다. 예를 들어 인사평가를 위한 결재를 득해도, 결국 평가는 현장의 평가자들이 기한 내에 완료를 해 주어야 한다. 채용을 기안하고 추진하더라도 마지막에는 현장에서 선발된 면접관이 마무리하게 된다. 아무리 교육을 잘 기획하고 훌륭한 강사를 모셔와도 현장의 교육 대상자들이 참석해야 시작될 수 있다.

현장중심 인사가 잘 안 되는 첫 번째 이유! 인사담당자들은 보고, 결재 후에 현장관리자들과의 Season 2 후속업무 즉, 현장관리자들과의 공감형성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하나 들자면 필자의 고객사 B의 인사담당자 b주임은 필자와의 컨설팅·기획 업무 이후에 임직원들에게 잘 알리고 공감을 했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B사 임직원들 반응이 밋밋한 게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했냐고 했더니,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기안지를 그대로 올렸다고 했다. 게시판에는 인사에서 올린 게시물뿐만 아니라 여러 부서에서 올린 알림·홍보 게시물이 가득했던 건 물론이다. 자기 일에 바쁜 현장관리자들이 인사담당자 b가 올린 딱딱한 내용의 기안지를 얼마나 꼼꼼하게 읽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② 인사담당자의 Target은? 고객은?

두 번째는 업무의 Target 설정에 있어서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많이 나오는 화두이다.
‘나의 업무상의 고객은 누구인가?’
보통 취업준비생이나 신입사원은 ‘우리 회사의 고객’을 나의 고객이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해본 이들은 안다. 나의 고객은 내 의사결정라인 - 결재라인에 있는 상사라는 것을!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이 상사의 전략과 사고방식에 맞추어서 업무를 기획하고 보고하고 승인 받아 진행한다. 그것이 ‘전략적 업무수행 방식’이다. 그런데 인사담당자의 경우는 위에서 언급한 Season 2에 해당하는 진짜 고객이 하나 더 있다. 인사업무의 행동 주체가 될 수 있는 ‘현장관리자’들이다. 그들을 최종적인 나의 고객, 나의 업무 Target으로 생각하고 인사업무를 추진하게 되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위에 언급한 b주임은 자신의 업무의 Target 설정에서 현장 관리자들을 넣는 것을 깊게 고려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③ 인사업무 말고도 눈썹 휘날리게 바쁜 현장관리자들

셋째로 현장관리자들, 실무자들은 자신의 일로 바쁘다. 그들은 채용을 위해서, 평가를 위해서, 교육을 받기 위해 고용되지 않았다. 생산, 마케팅, 또는 영업 관리자들의 목표관리(MBO)의 핵심성과지표 (KPI)에는 그런 것들이 없다. 모두 자신의 중요한 일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인사의 관심사는 그들에게는 어쩔수 없이 해야 하는 행정업무일 뿐이다. 그런 그들에게 인사담당자 수준의 관심과 관련된 지식을 바라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필자의 고객사였던 C사의 인사팀장은 애사심이 매우 높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는 ‘우리 회사 간부들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고 했다. ‘그들은 회사의 정책에 관심도 없고, 직원 관리나 육성에 대해서도 아무 생각이 없다’고 푸념했다. 그러나 C사의 간부들 대상으로 한 워크숍에서 필자는 전혀 그런 것을 느끼지는 못했다. 오히려 다른 회사와 비교해 볼 때 기본적으로 C사 간부들의 열정과 몰입은 상당했었다. 필자는 인사팀장의 간부들에 대한 기대수준이 지나치게 높았다고 생각하며, 업계를 선도하는 일류회사인 C사의 간부들은 자신들의 일이 무척 바쁘고 이에 충실하느라 ‘인사에서 진행했던 여러 과업에 대해서 다소 소홀하지 않았겠는가’라고 생각한다.

3. 현장중심 인사! 이렇게 한번 해보자

그렇다면 현장중심의 인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 우리 인사쟁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하의 글에서는 관련된 필자의 노하우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다만 현장중심 인사라고 하면 지나치게 거창하니, ‘현장의 관리자를 내 편으로 만들기’ 정도가 어쩌면 적당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된다면 인사담당자의 행정업무 부담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장관리자들의 지지를 받아 추진하고 있는 업무의 성공률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① 너도 한번 입장 바꿔 생각해 봐

첫 번째는 업무의 Target 또는 고객에 상사나 경영진뿐만 아니라 현장관리자를 포함시키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들 수 있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기는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을 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하고 유용한 개념이다. 어렵지 않고 간단하다. 내가 잠시 현장관리자가 되어보는 것이다. 그들이 무엇에 바쁘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림해서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우리 인사쟁이들이 주는 과업이 얼마다 그들에게 부담이 되는지를 알 수 있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회사의 경영 스케줄에 눈이 가게 된다. 일단 부서별로 현장관리자들이 바쁜 시기가 있다. 경영전략 발표회일 수 있고, 생산 피크일 수 있고, 판매 성수기일 수있다. 그런 시기에 인사가 무엇을 하자고 하면 당연히 현장관리자 들의 호응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사적인 이슈가 아니더라도 개별 현장관리자의 업무상황을 좀 관심 있게 파악하고 있다면, “팀장님~ 지금 OOO팀이 OOO 기간이라 바쁘신 줄 아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도 시간을 좀 내주셔서 평가표는 기한 내에 작성 부탁드립니다~ 팀장님이면 1시간이면 충분하실 거예요!” 이런 멘트 하나가 현장관리자들에 주는 공감은 꽤 클 수밖에 없다. 인사의 활동은 가급적 회사에서, 해당 부서에서 덜 바쁜 시즌을 잘 골라서 전략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현장관리자나 임직원을 동원해야 할일이 있을 때 인사 단독으로 거창하게 벌리기보다는 기존의 회의나 모임 일정을 잘 활용하여서 ‘끼워넣기’도 좋다. 예를 들어 별도의 인사주관 회의보다는 임원 전략회의 때, 전국 영업담당자 회의 등의 시간을 할당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② 우리집 아이에게 설명하듯이~ 쉽고, 간편하고, 재미나게!

두 번째로는 현장관리자들에게는 가급적 쉽고 간편하게 접근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인사에서 현장에 제공하는 내용은 인사전문가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라도 현장에서는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전문용어나 인사관련 제규정들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거부감을 초래할 수 있다. 과거에는 많은 HR 컨설턴트나 인사분야의 교수들이 그러한 함정에 많이 빠졌었다.

5년전 D사의 경우 국내 굴지의 명문대 인사 전공 교수 d가 다소 현실적이지 못한 이론 베이스의 신인사제도 설명회를 직접 진행했는데, 그 자리에서 현업의 임원 및 팀장들과 논쟁이 벌어지고, 결국 제도 시행이 파행이 된 경우가 있었다. D사의 현장관리자들은 너무나 복잡하고 어려운 제도에 거부감을 보였고, 실행에 의문을 표시하였으며 교수 d는 D사의 기업문화에 당황했고, 중간에 낀 인사는 매우 난처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인사에서 현장에 제공하는 Tool 역시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많은 회사들이 값비싼 전산 시스템, 모바일 프로그램들을 구매하거나 개발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활용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나 치게 기능이 많고 사용자에 대한 구속이 많을 경우 아무래도 학습을 별도로 해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반드시 사용해야 할 시스템이 인사 말고도 많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과장 때 전사 인사전산시스 템을 개발하면서 의욕에 차 여러 가지 기능을 넣었는데, 이후 마케팅 팀장으로 발령받았을 때 현장에서 나 자신이 만든 시스템이 지나 치게 복잡하고 편의성이 떨어지는 것에 질려버린 경험이 있다. 전산시스템을 비롯한 Tool 역시 가급적 회사의 인트라넷을 활용한다든지, 기존에 현장관리자들이 익숙한 관행에 덧붙이길 권한다.

쉽고 간편하게 현장관리자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인사담당자가 일종의 마케터가 될 필요가 있다. 즉 인사의 복잡한 어려운 용어, 내용을 쉽고 이해하기 간편하게 컨버전하여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사내 게시판에 올리는 안내는 B사의 b주임 처럼 기안지를 그대로 올리기 보다는 설명하는 톤으로 내용을 바꾸고 FAQ 등을 덧붙여서 게시를 하고, 제목 역시 현장의 관리자 및 실무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제목으로 주의를 끌 필요가 있다. E사의 젊은 여성 인사담당자는 직접 카드뉴스를 제작한다든지, 홍보팀과의 협업으로 사내방송에 특집 프로그램을 신설해서 인사제도를 홍보하는데 임직원들에게 매우 호평을 받고 있다.

한 가지 Tip을 더하자면 같은 내용의 콘텐츠라도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하여 입체적으로 현장관리자들을 공략하는 방법이 유효할 때가 있다. 필자가 F사를 컨설팅할 당시, 임원급 현장관리자에게 중요한 HR 관련 메시지를 전달을 해야 할 상황이 발생했다. 그들은 고위직들이기 때문에 자신의 비즈니스에 엄청 바쁘고 절대 시간도 부족하며, 숙지시켜야 할 내용에 대한 집중 자체가 쉽지 않은 계층이다. 그때 전달해야 할 핵심 내용을 ①1시간 강의, ②1page 뉴스레터 스타일 디자인 유인물, ③5분 모바일 온라인 동영상, ④최종 5분 키워드 중심 리마인드 안내의 4가지 다른 형태(Channel)로 순차적으로 전달하여 높은 효과를 낸 경험이 있다.

③ 인정사정 없이 쪼기! 그러나 부드럽고 유쾌하게~

셋째로는 ‘부드럽게 쪼기(?)’를 들 수 있다. 인사담당자가 현장 관리자들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편의만을 봐 주는 것으로는 목표한 바를 달성하긴 어렵다. 이것이야말로 성공하는 담당자와 그렇지 않은 담당자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감히 생각한다. 조금 더 멋스럽게 표현하자면 ‘리마인더 역할을 잘 하자’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다.

글의 처음에 소개했던 A사 사례를 하나 더 이야기한다. 저조한 교육참가자 숫자로 실망감을 주었던 A사가 다시 동일한 면접관 교육 강사로 필자를 초빙했을 때, 교육 참가자 숫자에 대해서는 실망하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같은 회사 같은 교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의장이 꽉 차 있는 것 아닌가? 대상자 50여 명은 기본이고, 다른 인사담당자들까지 참관을 들어와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차이점은 기존의 a인사담당자가 b인사담당자로 교체된 것 뿐이었다. 강의 쉬는 시간에 교육참석자들이 b에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말을 엿들으면서 비결을 알 수 있었다.

“b차장이 집요하게 연락해서, 바쁘지만 당신 얼굴 봐서 참석했어!”
“이야~ 메일 말고도, 어쩌면 그렇게 전화나 문자로 다양하게 자주 리마인드해 줄 수 있어? 하여간 부지런해!”

A사의 b차장의 사례처럼 인사담당자들은 부지런히 현장관리자들 에게 리마인드를 해 주어야 한다. 이메일 하나 달랑 보내고 A사 현장관리자들의 수준을 탓하던 a와 같은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역시 이 경우에도 현장관리자를 불쾌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과 빈도를잘 유지하는 게 핵심일 것이다.

④ 친절하지만 진중하고 신뢰감 있게

마지막으로는 인사담당자로의 적절한 권위와 긴장감이 인정되도록 하는 자세를 들 수 있겠다. 서비스마인드를 가지고 상대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냥 일방적으로 퍼다 주기만 해서는, 베풀 기만 해서는 현장관리자들이 결코 따르지 않는다. ‘아~ 인사가 하는 말을 들어야 나에게 유리하구나’, ‘나에게, 우리 팀에 뭔가 배울 점이 있고 도움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행동해야 한다.

인사담당자라면 인사의 업무에 참여하는 현장관리자들에게 유용 한, 어떤 것을 줄 것인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평가관 수당’이 될 수도 있고, ‘교육이수 점수’가 될 수도 있고, ‘부서관리에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또한 인사담당자들은 인사관련 법규, 제규정, 회사의 각종 전략, 정보에도 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경험, 판단력을 보유해야 한다. 현장관리자들이 보기에 인사 관련해서는 편안한 상담의 대상이 되지만, 그 실력과 신뢰성에 있어서는 직급이나 나이의 고하에 상관없이 믿음직하고 단단한 모습이 이상적인 인사쟁이의 모델이라 생각한다.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