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기 한독 대표이사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 이야기처럼 때에 따라 울고 웃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여행업, 항공산업, 자영업 등은 엄청난 타격을 입은 반면, 배달업, DT(digital transformation) 관련업, 식품업, 방역소독업, 코로나 진단업 등은 운 좋은 기업이 되었다. 이는 기업의 미래를 예측해서 얻어낸 결과가 아니다. 단순 대응적(reactive) 결과이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비극적인 상황이 누구에게는 선물이 됐고 누구에게는 독배가 되었다. 많은 매체가 앞다퉈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하는지를 소개한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의 중심엔 “위기는 기회!”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과연 기업이나 사람이 위기를 기회라고 생각할까? “인간은 기회를 찾아 움직이는 성향보다 위협이 두려워 가만히 있는 성향이 더 강하다”라고 행동경제학자 다니엘 커네먼은 주장했다. 상황이 급변할 때 인간은 되도록 가만히 있고 싶어한다는 그의 생각에 개인적으로 동의한다. 그렇지만 기업은 개인과 달리 마냥 기다릴 수 없다. 상황이 급변할 때일수록 그 상황 후에 대한 시나리오를 그리지 않으면 안 된다. 누군가 조직에서 이런 시나리오를 그려야 한다면 그 누군가가 리더다. 리더는 기업의 미래를 내다보는 시간을 강제로 떼어 놓아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어려운 사태를 자기 회사에 맞게 전략적 해법(strategic decoding)을 내놓아야 한다.

대개 기업의 리더는 현재 성과에 매몰되기 쉽다. 지난달은 성과가 어떻고 작년 대비 얼마큼 성장했고 목표대비 몇%나 달성했는지가 가장 중요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특히 오너가 아닌 봉급쟁이 사장은 더욱더 현재의 성과가 중요하다. 이런 접근은 평상시라면 괜찮다. 평상시라면 미래를 바로 바라보고 준비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과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고 이 바이러스는 SF영화의 주인공 같이 죽었나 하면 되살아나는 존재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앞으로 종종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번 코로나19가 바이러스 대 인간이 치르는 3차 세계대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상황에선 코로나가 물러간, 그야말로 지금보다 한 발 앞선 미래를 내다 보는 것, 이에 맞춰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팬데믹 상황을 벗어나면 미래를 제대로 본 기업의 가치와 현재에 매몰된 기업가치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다. 비슷한 예로 메르스와 사스 사태를 겪은 나라는 많은데 왜 유독 우리나라만 봉쇄조치를 하지 않으면서도 선방했는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어느 조직은 흥하고 어느 조직은 왜 망하는가? 두 조직은 분명코 특정 어려움(IMF, 리먼 브라더스, 사스, 메르스 등)을 다르게 해석했고 다르게 접근(strategic decoding)했기 때문이다. 일단은 회사의 모든 리더는 맥킨지, 입소스, 아이큐비아 콘페리 등의 포스트 코로나19에 관한 각종 리포트를 읽고 큰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그 리포트들은 우리에게 답을 주지 못한다. 다만 힌트를 줄 뿐이다. 리더들이 모여 앞으로에 대해 토의해야 한다. 우리 한독도 지금 이 터널 끝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에 대해 몇 개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최선의 대응방안을 찾기 위한, 집단지성을 끌어 모으는 작업이 한창이다.

Way of working 변화에 대해 예민하게 기민하게 접근해야

코로나19 이후 전략적 해결방안(strategic decoding)으로 우선, 변화될 업무수행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업무수행방법 변화에 영향을 주는 것은 코로나19를 비롯해 다음 4가지를 고려할 수 있다. 1) 글로벌 컨설팅 기관들이 발표한 ‘POST 코로나19’에 관한 각종 리포트를 보면 공통적인 부분이 재택근무 등의 원격근무(remote work) 체제가 확산되고 이와 관련한 인프라(infrastructure)인 DT(digital transformation)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보다 앞서 노동시장과 업무수행방식에 영향을 주는 것이 2) 주 52시간제 등과 같은 정부의 노동시장 개입이다. 또 하나는 3)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노동시장의 주력 멤버로 구성되면서 이들의 업무동기요인들(motivation factors)이 기성세대와 다르고 이들이 선호하는 가치(자율성, 투명성, 공정성)가 또한 대두되면서 근무환경과 업무수행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나머지는 4) 복합적 업무의 증가이다.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업무 자체가 전문성과 복잡성을 요구하는 것이 많아져 담당자가 홀로 업무를 완성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협업이 필수 불가결하게 되었다. 협업을 해야 하는 복잡한 업무가 업무수행방법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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