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직장생활

정보가 흐르지 않는 조직의 특징은 뭘까? 아마 이런 조직은 흡연실이나 익명게시판이 붐빌 것이다. 거기에라도 가야 회사 소식을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못하면 가십과 루머가 난무하게 된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부정적 감정은 일부에서 시작하지만 쉽게 전체를 오염시킨다. 썩은 사과 한 개가 상자 속 사과들을 다 상하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더구나 요즘처럼 SNS가 발달한 사회에서 소문은 금방 퍼지기 마련. 어차피 곧 알려지게 된다면 소문으로 듣게 하지 말고 사실을 공유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정보 공유는 빈도와 방법이 관건이다. 즉 수시로 편하게 해야 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정보 공유 회의를 정기화하는 것이다. '이미 하고 있는데?'라고 생각하는 리더라면 제대로 된 방식으로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보자.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많이 하는 방법으로 스크럼(Scrum) 미팅이 있다. 기존의 공유 회의는 리더와 구성원 간 1:1 소통인 경우가 많았다. 다같이 모여는 있지만 각자의 업무에 대해 리더에게 보고하고 리더의 지시를 받는 모양새였다. 그러다 보니 본인 보고가 끝나면 관심이 없어지고, 다른 사람이 얘기할 때에는 ‘나와 상관없는 회의를 너무 길게 한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에 반해 스크럼 회의는 짧게, 그리고 자주 한다. 매일 15분을 넘기지 않으며, 짧게 끝나니 서서 하는 경우도 많다. 진행 방식은 N:N이다. 모두가 모두에게 자신의 업무 상황을 공유, 리더도 예외는 없다. 리더가 주재하다 보면 다시 또 1:1 보고 지시로 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스크럼 마스터’라는 별도의 진행자를 두기도 한다. 또한 철저하게 공유 위주이기 때문에 이슈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논의하지 않고 나중에 관련자만 따로 모여서 후속 회의를 한다. 스크럼 미팅은 이슈 논의가 아닌 정보 공유로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 소통은 소통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소통이 얼마나 효율적이었느냐가 중요하다. 면대면으로 소통하면서 그 자리에서 해결하고 필요한 사항을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 스크럼 미팅만 하면 정보 공유가 다 되는 걸까? 스팟성 정보뿐 아니라 업무 진척 상황 공유도 중요하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칸반 보드이다. 칸반은 업무 시각화를 위한 툴로 해야 할 일, 하고 있는 일, 완료한 일로 나눠서 각자의 업무 상황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어떤 일이 누구에 의해 진행되는지, 병목지점이 어디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상호 피드백을 할 수 있으니 업무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칸반 보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진행 중 업무, 즉 WIP(Work In Process)다. 혹시 우리 팀이나 누군가의 WIP에 너무 많은 일이 몰려 있지는 않은지, 그럼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를 다 같이 모여서 논의해 보자는 것이 바로 칸반 보드의 핵심이다. 스크럼 미팅, 칸반을 통해 정보가 흐르는 조직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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