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기자의 일상다반사

Episode 18.

나는 나를 사랑할까?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본 건 처음이다. 잘 먹고, 잘 자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하고, 쉬고 싶으면 쉬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부모나 누군가의 강요 없이 내가 선택해서 사는 삶이면 나를 사랑하는 것일까?

불과 며칠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서 같은 질문을 던졌다면, ‘나는 꽤나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지’라고 생각했을 거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사는 인생이었으니까 말이다. 헌데, 우연히 어느 유튜브 채널을 보고서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유년시절을 제외하고 돌이켜 보면 나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단 한 번도 만든 적이 없었다. 주어진 환경, 기회에 순응하거나 도피하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멈춰있는 것이 전부였다. 취업? 잡코리아에 올려놓은 이력서를 누군가 보고 “회사 다녀볼래?” 하길래 가뜩이나 취업하기 힘든 세상이니까 생각도 없이 그냥 “네!” 했다. 일 조금 해봤다고 박봉을 견디지 못해 뛰쳐나왔다가 다시 또 누군가의 추천으로 도돌이표. 또 누군가의 추천으로 옮기고 도돌이표. 헛된 공상에 제대로 시도조차 못해보고 이런저런 일들을 접었고 크게 연봉을 올리지도, 제대로 된 경력을 쌓지도 못하는 사이 사회생활 연차는 늘어갔다. 10년이 넘는 경력을 얘기하면서 떳떳하고 자신 있을 수 있나? 그 생각만 하면 낯이 뜨거워진다.

유튜브 영상이 건넨 얘기는 ‘나’, 나의 가치관, 내가 처한 주변 환경, 현재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 하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까지는 도달한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보이는 것들이니까. 하지만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바로 ‘생각’이다. 단지 상황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잘못되었다면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 말이다.인생을 본인 주관과 노력을 바탕으로 의미 있게 꾸려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을 안 할 수가 있지?” 의아하겠지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도 많을 거다. ‘생각하는 방법’도 누군가에게는 배워야 하는 인생의 테크닉이니까.

그런 면에서 나는 배움이 얕은 사람이다. 백지와 같았던 삶에 제대로 된 스케치 없이 노랑을 주면 노랑을 칠하고 파랑을 주면 파랑을 뿌리는 사람. 그러면서 바보같이 ‘아, 나는 노랑을 택한 거야, 파랑을 택한 거야, 내가 한 선택이니 성공이든 실패든 후회는 없지’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사람. 정말 나는 나의 인생을 사랑하지 않고 살아온 거다.

나이가 들수록 나의 선택보다 환경과 타인에 의한 길로 접어들 확률이 높아진다. 나를 온전히 사랑하고 그 속에서 생각, 고민, 실천, 변화하지 않는다면 무한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기회들은 허공에 흩어진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조언할 입장이 된다면 혹은 자식을 낳아 기른다면, 꼭 얘기해주고 싶다.

“너를 사랑하니? 너를 사랑하는 방법을 고민해. 생각 당하지 말고 매순간 생각하는 삶을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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