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준 클로리스(Chloris Tea & Coffee) 대표

OO녹차, OO보리차, 특정 브랜드의 티백을 컵에 우려 마시는 게 대중 차(茶)문화의 전부였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분위기 좋은 티룸에서 최상의 찻잎으로 블렌딩된 시그니처 음료를 즐기는 시대를 맞이했다. 원론적으로 따지면 차(tea)는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라는 학명을 가진 차나무에서 생산되는 찻잎을 원재료로 하는 음료를 뜻하지만 지금은 녹차, 홍차, 우롱차를 비롯해 수를 헤아리기 힘든 허브 블렌딩과 각종 과실차에 이르기까지 커피를 제외한 모든 침출음료를 차로 통칭하고 있다. 아직까지 커피에 대적할 만한 차는 없다지만, 다양한 향과 맛 그리고 건강 기능성을 무기로 사람들의 기호를 자극함에는 틀림없다.
서울에서는 일찍이 그 이름을 알린 클로리스(Chloris Tea & Coffee)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상권을 점령하고 때마다 번졌다 사라지는 수많은 컨셉 음료들 사이에서, 향과 맛이 우러나듯 차분하고 우아하게 고객들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약 16년 전 개점한 신촌 1호점은 여전히 선남선녀들의 만남, 데이트 장소로 손꼽힌다. 유럽풍의 인테리어와 편안한 음악, 친절한 티마스터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 ‘클로리스티룸’은 서울 내 7개 직영점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주에 첫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오픈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김석준 클로리스 대표는 “특정 아이템으로 반짝 떴다 사라지는 상품이 아닌, 경험과 문화를 세일즈하는 브랜드”라고 소개하며 20여 년의 서울 매장 운영 경험을 전국, 나아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누구보다 차를 잘 알고 사랑하는 전문가 집단 클로리스. “고객 경험 가치를 우선시하는 식음료 브랜드”로 성장하겠다는 그들의 손끝에서 어떠한 향기가 퍼져나갈지 상상해 보자.

차문화가 생소했던 시기에 창업했다. 어떤 과정을 거쳐 클로리스가 탄생했는지 궁금하다.

스물셋, 당시 연인이었던 지금의 아내와 함께 지하 30평 규모의 아트카페 ‘잼’을 창업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나와 순수미술을 전공한 아내의 특기를 살려 본격적으로 준비한 것이 두 번째 도전인 ‘다락(茶樂)’이라는 카페였다. 당시 이화여대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얻고 매장이 활성화되면서 차와 컨셉에 대한 연구를 이어갔고,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자는 뜻을 모아 클로리스 1호점(신촌)을 오픈했다. 모두가 우려하는 골목상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가정집에 놀러 가는 듯한 안락함과 최고의 테이블 서비스로 오픈 16년이 지난 지금도 소개팅과 데이트 명소로 사랑 받고 있다. 클로리스 창업을 준비하면서 국내 유명 티하우스와 카페를 돌아다니며 고객 관점에서 매장과 서비스를 평가하는 연습을 수없이 했고 매장을 운영하면서 직원과 손님을 대하는 마인드와 서비스 철학을 다질수 있었기에 1호점의 의미는 남다르다.

클로리스에 대해 소개해 달라.

클로리스는 유럽 카페문화와 감성을 담은 매장 컨셉을 바탕으로 2003년 신촌의 뒷골목 허름한 가정집을 개조해 탄생했다. 홍대, 신논현 등 로드샵을 비롯해 역삼GFC, 롯데잠실백화점, 여의도IFC 등 핵심상권에 이르기까지 2년에 한 곳씩 오직 직영으로 매장을 오픈하며 서비스 가치를 다져왔다. 매장 운영과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16년간의 케이스 스터디를 바탕으로, 올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하여 지난 4월 제주 성산일출봉점을 개점했다. 이전부터 프랜차이즈로 확대해 달라는 제안을 국내외 가릴 것 없이 많이 받았지만, 우리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고 이를 점주들에게 제대로 전파할 수 있는 사전 준비가 필요했다. 상권분석, 매장 인테리어, 메뉴, 서비스 마인드뿐만 아니라 클로리스가 추구하는 일상의 작은 행복 ‘One Fine Day’를 직원과 고객 모두가 느낄 수 있도록 문화를 구축하는 것에 정말 많은 힘을 쏟았다. 커피 대체제가 아닌 대안을 제시하는 브랜드, 소속된 사람과 방문하는 사람 모두가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가는 공간이 바로 클로리스다.

창업 이후 매장과 메뉴의 변화와 앞으로의 방향성은.

첫 번째 매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브랜딩이었다. 빠르게 변하는 식음료 트렌드 환경에서 상품은 유행이 지나면 사라지기 쉽지만, 고유한 브랜드가 확립되면 충성고객이 생기고 역사와 문화로 자리잡는다. 우리 매장을 고객에게 어떻게 인지시킬 것인지에 집중하다 보니 아무래도 초창기에는 제품 기획 여력이 없었다. 유명 찻집과 각종 수입 브랜드를 맛보고 공부하며 ‘클로리스 초이스’라는 컨셉으로 브랜드 티를 셀렉, 메뉴화했다. 그러다가 3호점을 오픈하면서부터 원료를 조금씩 수입, 가공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전 아이템을 클로리스가 직접 수입, 가공, 블랜딩해서 독자적인 색과 맛을 제공하고 있다. 프랜차이즈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대다수는 매장의 개수나 메뉴의 다양화에 초점을 두겠지만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 프랜차이즈는 간판이 아닌 조직문화를 세일즈하는 것이어야 한다. 클로리스와 함께 하고자 하는 점주들에게 브랜드를 내재화시키는 일, 그들이 각 지역에서 성장하고 클로리스 문화를 전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자기자본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을 듯한데, 투자유치 및 파트너십은 어떻게 꾸려가고 있는지.

신촌, 홍대, 역삼까지 세 곳의 직영은 순수 자기자본으로 이끌어왔다. 2년 주기로 매장을 오픈하는 과정에서 복합쇼핑몰, 오피스빌딩 등 회사 입장에서 꼭 입점해야 하는 상권에 자기자본만으로 도전하 기란 한계가 있었다.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인연이 닿아, 현재 코스닥 상장사가 클로리스 지분을 일부 소유하며 회계 안정화 등 많은 부분을 조언해 주고 있다.

차음료 시장 전망과 더불어 경쟁사와의 차별점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커피가 대중음료로 자리매김했고 그 타이틀을 다른 무엇이 대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어느 누구도 하지 않지만, 차음료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은 분명 체감한다. 1호점 때만 해도 누가 이 가격으로 차를 마실까 의아했지만, 편안하게 즐기는 차 한 잔으로 컨셉을 확장했던 우리의 도전이 결코 틀린 선택은 아니었다. 다양한 차종, 맛, 향에 대한 사람들의 경험치가 늘어남에 따라 차음료 시장은 계속해서 파이를 키워나갈 전망이다. 클로리스가 차 전문점이란 컨셉을 내세우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주력이 차인 것은 맞다. 우리만큼 차에 대한 지식과 깊이를 가진 브랜드는 많지 않을 거다. 다만 차라는 아이템만으로 경쟁하기보다는, 클로리스를 찾는 고객 모두에게 선택의 권리를 주면서 우리만의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 포인트다. 특정 메뉴 이상으로 공간과 경험의 가치로 사랑 받아온 그간의 시간이 우리의 경쟁력을 말해준다.

현재 조직 구성은 어떠하며 그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꼽는다면.

매장근무자 60여 명과 백오피스 멤버 6명으로 계속해서 인원이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드물게 정규직이 90% 이상이며 현장근무자 대다수가 티 테이스터, 티 전문가들이다. 과거 직원수가 적었을 때는 현장교육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매장이 늘고 물리적으로 조직이 분리되면서 인트라넷을 비롯한 다양한 툴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다져가고 있다. 특히 우리의 가치, 성장, 보람 등 무형의 자산이 공유·확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자체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운영본부장 신민희 부장을 예로 들자면, 그녀 없이는 클로리스도 없다고 할 정도로 그간 본인 스스로의 성장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장을 함께 이끌어온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아이템이 아닌 기업의 핵심가치를 이해하고 더욱 발전시키는 일에 솔선수범한다. 비단 그녀뿐만 아니라 클로리스 직원 모두는 경영의 작은 단위들을 책임지고 있는 ‘브랜드 리더’로 함께 성장하고 있다. 비즈니스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역할과 책임의 범위와 경중은 달라지겠지만,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자기고 몰입한다는 점에서 모두가 중요한 역할이자 훌륭한 파트너이다.

클로리스의 인재육성 방식이 남다르다고 들었다.

앞서 밝혔듯이 클로리스는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브랜드’를 지향한다. 우리의 사업이 사람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구성원을 어떻게 케어하느냐에 대한 고민은 항상 1순위다. 때문에 직원과 회사 간의 신뢰, 직원과 고객 간의 신뢰의 근간을 다지기 위해 입사 2년 동안은 교육에 집중한다. 작은 가게를 직접 경영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전반적인 경영을 알려주고자 노력한다. 직무에 따라 차등은 있겠지만 클로리스에 입사하면 기본적으로 하우저 코스를 통해 차에 관한 기초를 다지고, 티저 코스에서 현장을 이끄는 전문가로 성숙해진다. 1년에 한 번 티마스터 수료식을 통해 자부심과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고 내부 공모전을 통해 상품명이나 신제품 개발을 독려한다. 재미있게 참여하는 경영, 직원들의 경험이 상품에 담기도록 노력하고 그 가치가 고객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구조화한다. 덕분에 평균 외식업 근속연수가 1년 미만인 데 반해 클로리스는 평균 3년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내부교육뿐만 아니라 산학협력, 외부교육까지 클로리스의 직원교육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식음료기업 최초로 기업 단독 일학습병행제를 추진, 벌써 3기째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사회와 학교는 전문가 양성 및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은 인건비를 절감하며 참여자는 수당을 통해 성과급을 가져갈 수 있다. 그밖에 대학에서 티소믈리에 과정을 가르치면서 우리 내부 교육이 대학의 외식교육 커리큘럼에 상응하는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학협력을 통해 클로리스에 입사한 직원과 그의 성장을 바라보면서 기업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하는 등 선순환을 이끌고 있다.

클로리스의 인재상은 무엇인가.

인성을 갖춘 사람, 회사의 핵심가치를 열린 마음으로 공유하고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동종업계를 살펴보면 아르바이트를 제외한 정직원 입사의 경우 회사의 아이템에 관심이 있고 이를 배워 창업하거나 타 회사 취업용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클로리스는 15년이 넘는 직영 운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배우기 위해 예비 창업자들이 준비를 위한 취업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차를 좋아하고 배워보고자 취업하는 것도 존중하지만 단기간의 목적보다는 본인의 적성과 삶의 목표, 회사의 발전방향과 일치하는 선택이 필요하다고 본다. 클로리스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경영의 파트너’로 생각한다. 고객의 소리를 잘 듣는 사람, 메뉴의 질을 높이는 사람, 직원 교육에 역량이 있는 사람 등 각자의 능력을 파악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회사와 책임자의 소임이다. 그들이 제 역할을 다하면서 경영이 밸런스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충분한 대화와 교류, 교육을 통해 클로리스의 오랜 파트너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특히 올해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하면서 매장운영 외에 백오피스 멤버 충원도 계획되어 있기에 정말 좋은 파트너들과 함께 도약의 시기를 잘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평소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바가 있다면.

‘행복하자’라는 말을 자주 한다. 클로리스의 캐치프레이즈인 ‘One Fine Day’와도 상통한다. 매일 똑같은 하루, 꼬이는 일상도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클로리스의 직원이라면 하루하루를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고 만들면서 행복으로 채워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의 마음가짐과 행동이 곧 서비스가 되고, 고객은 클로리스를 통해 또 다른 일상의 행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끝으로 클로리스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길 원하는지.

브랜드는 하나의 생명체와 같다. 여러 환경, 사람들과 유기적으로 소통하지 못하면 생명력을 잃고 사라진다. 클로리스는 직영 운영방식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과 가치를 먼저 확고히 하고, 여러 테스트를 통해 오프라인 식음료 서비스업에서 생존할 수 있는 면역을 키워왔다. 외부에서 먼저 알아보고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제안하는 등 손을 내밀었지만 그동안은 스스로 준비될 때까지 배우고 숙고했다. 우리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명확해지고 국내 다양한 상권에서 운영 경험을 다진 지금, 새로운 DNA를 통해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성장하기 위한 채비에 한창이다. 우선 2021년까지 국내 월 1개씩 신규 가맹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이라고 해서 월에 수 개, 수십 개씩 몸집 불리기에 급급하기를 원치 않는다. 클로리스를 선택한 분들에게 우리의 가치를 내재화시키고 지역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고의 교육과 환경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시장과 더불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파트너사와의 협력도 진행 중에 있다. 천천히 그러나 깊이 우러나는 찻잎처럼, 클로리스가 만드는 공간, 음료, 만남의 순간을 보다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하며 지금까지 지켜온 신뢰와 믿음의 브랜드로 오래도록 사랑 받기를 또한 바란다.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