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훈 텔스타-홈멜 대표이사

한국은 명실공히 제조 강국이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빠른 고도성장의 비결도 모두 대량생산 대량소비라는 제조업에 특화된 산업구조를 완성했기에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예전 같지 않다. 아니,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세상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선진 공업국이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제조업의 최전방인 공장이 지금 변화를 준비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스마트 팩토리가 있다.
공장의 각종 정보를 수집·분석·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 플랫폼, 링크5(LINK5)를 개발하여 스마트 팩토리로의 전환을 손쉽게 안내하는 텔스타-홈멜의 임병훈 대표는 “다품종 소량생산과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이 일상인 시대에 과거처럼 덮어두고 생산하다가는 재고로 망할 수 있다. 세상의 요구에 맞춰 똑똑하게 민첩하게 생산해야 한다.”며 스마트 팩토리 구축은 하고 말고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 팩토리는 비즈니스 전체의 최적화로, 비즈니스 전체에 대한 개념 설계를 먼저 한 후 ERP나 MES, 자동화 설비 등 부분 최적화 과정을 선택해야 한다.”고 구축 순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적했다. 제조 강국 대한민국의 미래는 스마트 팩토리에 달려 있다고 역설한 임 대표와의 인터뷰 시간을 들여다본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먼저, 텔스타-홈멜에 대해 소개해 달라.

1987년 텔스타로 출범, 2004년에 세계적 광전자 공학전문기업 독일 예놉틱(jenoptik) 그룹의 홈멜사와 손잡으며 지금의 텔스타-홈멜이 되었다. 사업 초기에는 엔진·변속기·엑셀 등 자동차의 동력을 발생시키는 파워트레인 부문에 역량을 집중했지만 이후에는 부품 단위부터 정밀하게 측정하는 정밀측정 검사장비를 시작으로 조립라인자동화 설비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30여 년의 설비제조 경험을 기반으로 공장의 각종 정보를 수집·분석·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 플랫폼, 링크5(LINK5)를 개발하여 스마트 팩토리 구축 전문회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사명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 하는데, 텔스타는 1962년 미국 AT&T사가 쏘아 올린 세계 최초의 민간통신위성으로, 텔스타처럼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여담이긴 하지만) 가수 운명은 노래 제목 따라간다는 말이 있지 않나. 실제로 텔스타처럼 우리의 여정이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어 큰 긍지를 느낀다.

텔스타-홈멜은 3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대표 강소 기업이다. 지속 성장하고 있는데 비결을 꼽는다면.

한 기술만 고집하지 않은 것이 비결이 아닐까 싶다. 일찍이 모든 산업은 연결될 것이라 예상해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연관된 분야, 비즈니스와의 연결을 계속해서 시도해왔다. 이러한 부단한 융·복합 시도가 오늘을 마주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사업 초기, 정밀측정기기 생산에 주력해 측정기 전문기업으로 자리 매김했을 때도 우리는 안주하지 않았다. 부품 품질 검사 목적은 최종 조립된 제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함으로 조립기술 없이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판단해 바로 조립기술에 착수했다. 즉, 고객이 원하는 수단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목적을 최우선으로 삼고 필요한 것들을 제때 융합시키는 사업전략을 펼쳤다. 보통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인정을 받으면 안주하거나 또는 잘하는 부분을 더 잘하기 위해 한 분야에 집중하는 게 일반적인데, 우리는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중심에 두고 계속해서 이종이든 동종이든 융·복합을 시도했다. 사실 이 같은 계속된 변화혁신은 조직구성원의 의지가 수반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모든 구성원이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한 방향으로 함께 나아갔기에 오늘이 가능하다고 본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 플랫폼도 지난 시간 쌓아온 기술에 ICT 기술을 융합해 낸 결과물이다. 측정기에서 조립기술로, 그리고 ICT를 적용해 공장 전체를 스마트화해 나가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 사업 아이템을 둘러싼 비즈니스 변화 추이를 세심하게 살펴나갈 계획이다.

LINK5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스마트 팩토리 제조 시스템과 고객을 상대하는 e-커머스가 일체화된 플랫폼이 최종 목표다. 스마트 팩토리란 비즈니스와 연계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활용하여 시장에서 요구하는 QCD(Quality Cost Delivery)를 끝없이 최적화하는, 이른바 똑똑한 공장이다. 참고로 QCD라는 것은 제품의 품질과 원가 그리고 고객이 원하는 최적의 납품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세부지표다. 우리 회사는 창립 25주년이 되던 2012년에 고객맞춤 생산 공장 구현을 목표로 설비 제조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한 통합생산 운영관리(MOS)기반의 링크5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대 고객 서비스 플랫폼과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일체화시켜 시장의 힘으로 R&D와 제조시스템을 리드하게 하고자 한 것이다. 스마트 팩토리를 턴키로 구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디지털 설비를 구현할 수 있는 하드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여기에 스마트 팩토리의 지속적 운영 및 관리에 사용될 소프트웨어의 끝없는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선도하는 기업의 수장으로서 현재 우리 제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짚는다면.

현재 대한민국의 제조기업들은 철저하게 공급자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향후 제조업의 경쟁력은 ‘다품종 소량생산’,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이라는 수요자 중심 환경에 얼마나 똑똑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느냐로 정해질 것이다. 결국 이것이 스마트 팩토리가 되는 과정인데, 이는 모회사(母會社)만 시스템을 갖춘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현대자동차가 아무리 스마트 팩토리가 잘 구축되어 있다 하더라도 서플라이 체인인 부품회사들이 이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면 한계가 있다. 하루빨리 부품회사들도 스마트 팩토리가 구축되어야 한다.  또 하나, 스마트 팩토리는 품질과 생산정보 원가정보 등 모든 데이터가 투명해지는 것을 말하는데, 아직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 관행이 건강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품질 데이터든 원가 정보든 모든 데이터가 투명하게 연결되어야 QCD를 확보할 수 있는데, 많은 기업이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의 공개하는 것에 적잖은 부담을 느낀다. 공개하면 부가가치를 뺏긴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 부분이 선결되어야 스마트 팩토리 구현이 가능하다. 스마트 팩토리의 본질은 데이터의 투명성에 있다. 

디지털 팩토리를 스마트 팩토리로 이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텔스타가 정리한 스마트 팩토리는 비즈니스 전체의 최적화 개념이 고, 디지털 팩토리는 부분 최적화의 개념이다. 즉, 스마트 팩토리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분 최적화 과정인 디지털화를 거쳐야 한다. 제조실행시스템인 MES나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인 ERP,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시스템 등 디지털 도구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QCD를 확보할 수 있을 때 스마트 팩토리라 할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앞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을 것 같다.

구축 순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마트 팩토리는 크게 설비 자동화와 이 설비의 데이터를 연결하는 소프트웨어 구축으로 나뉜다. 이 두 축을 어떤 방법으로 어떤 순서로 할 것인지는 누구도 정할 수 없다. 회사의 상황, 심지어는 조직문화까지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기업이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더욱이 정부에서 제조업의 스마트 팩토리를 장려한다고 방침을 정하면서 많은 기업이 지원을 받기 쉬운 것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상황인데 이는 잘못된 선택이다.
스마트 팩토리는 컨설팅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 회사는 공장의 모든 데이터를 분석, 이를 기초로 구축 순서를 정한다. 예를 들면, 서울 시내 교통 상황을 보여주는 지도를 보면 빨간색·주황색·초록색 등으로 어디가 막혀있는지 어디가 뚫려있는지 나와 있지 않나. 마찬가지로 공장의 생산성이나 물류 흐름 등 전체적인 데이터를 확인해야 어디가 문제인지를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많은 기업이 이에 대한 이해 없이 무분별하게 구축순서를 정하고 있다. 가령, “MES 업체의 관계자가 생산 상황을 전산화하면 좋다”, “로봇 업체 관계자가 생산 자동화 하면 좋다” 하면 큰 고민 없이 바로 도입하는 형국이다. 스마트 팩토리 즉, 비즈니스 최적화 과정은 실행의 우선순위를 정해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 이 자리를 빌려 스마트 팩토리 도입 예정에 있는 기업들에 한마디 한다면, 비즈니스 상황을 QCD 관점에서 제대로 진단할 수 있고 그에 맞는 처방과 실행을 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서 긴 호흡으로 진행하기를 권한다.
우리 회사의 스마트 팩토리 구축 컨설팅 프로세스는 “공장 내 가장큰 문제는 무엇인가요?”를 묻는 것부터 시작된다. 품질이 문제인지, 생산성이나 재고가 문제인지에 따라 구축 순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스마트 팩토리는 비즈니스 전체의 최적화로, 비즈니스 전체에 대한 개념 설계를 먼저 한 후 ERP나 MES, 자동화 설비 등 부분 최적화 과정을 선택해야 한다. 구축 순서가 틀리면 오히려 불균형을 심화시키게 된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자동화로 ‘사람의 일자리 감소’를 염려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기술 발달을 일자리 감소로 보는 협소한 관점보다는 일자리 재편 과정으로 길게 봐야 한다. 인류 역사상 기술 발전이 인간의 삶을 후퇴시킨 적은 없다. 그동안 어쩔 수 없이 해온 비인간적인 일을 이제는 기술 발달 덕분에 하지 않게 된 것이고, 나아가 사람다운 일, 보다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로봇을 많이 활용하는 첨단국가 중의 하나이면서 동시에 비인간적 업무를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LINK5 플랫폼의 약진이 놀랍다. 중장기 목표 및 공장 이외에 확장 가능성을 이야기한다면.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등 기존 e-커머스 기업들과 차별화된 e-커머스를 계획 중이다. 지금처럼 고객을 상대로 서비스 플랫폼만으로 비즈니스 하는 시대는 머지않아 지나간다고 본다. 최근의 고객들은 품질 생산이력을 알 수 있는 제품을 원한다. 특히 코로나19를 경험한 기업, 개인은 더욱 생산이력을 알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게 될 것이기에 품질과 생산 과정이 투명한 제품만 취급하는 e-커머스를 만들 계획이다. 특히, 음식과 같은 위생과 관련된 분야는 스마트 팩토리를 통과한 제품이 별도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본다. 가령 김치 하나만 하더라도 생산지부터 제조 과정 등 품질이력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더 믿고 소비하는 것 아니겠는가.

‘자동화는 초기 비용부담이 크다’는 인식이 많은데, 도입 이후 절감효과를 사례를 들어 소개해 달라.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전 분석 없는 무분별한 자동화 설비투자는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다. 이제는 대량생산하는 시대가 아닌 고객 수요에 맞춘 다품종 소량생산을 해야 하는 세상이다. 대량생산이 목적일 때의 자동화와 QCD 최적화가 목적일 때의 자동화는 완전히 다르다. 많이 만들어서 재고 때문에 파산하는 세상이 되었다. 재고와 불량품이 없는 시스템 구축을 최우선해야 한다. 또한, 로봇 등 자동화 설비 투자는 인건비 절약이 아닌, 비인간적 공정의 개선이고 양질의 데이터 생성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
스마트 팩토리의 대표적인 예로 독일의 지멘스를 많이 꼽는다. 지멘스가 만드는 여러 제품 중에 PLC(프로그램 가능 로직 제어기: Porammable Logic Controller)가 있다. 참고로 로봇의 기능을 컨트롤러가 제어하듯 일반 산업기계엔 그 기능을 PLC가 담당한다. 지멘스는 산업 발달로 PLC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개발에 오랜 시간이 소요, 즉 납기를 맞출 수 없어 후발 경쟁사들에게 생존을 위협받게 되었다. 문제를 인식한 지멘스는 고객 주문 정보를 자사 공장 내 조직은 물론 모든 부품 협력사까지 공유되는 스마트 팩토리로 과감히 전환, 두세 달 걸린 공정을 단 며칠로 앞당겼다. 지멘스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으로 생산성을 1200%까지 높였고, 또한 빅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작업 표준화를 실현, 2천 종이 넘는 제품을 절반 이하로까지 줄일 수 있었다. 지멘스가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나면서 더욱 지능화되어 여전히 지속성장 중이다.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님에도 어린이집까지 건립·운영하는 등직원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은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얼마나 만족하느냐에 달려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기업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기 위해서는 고객의 만족을 뛰어넘어 고객의 행복을 추구할 때 가능하다. 그리고 그 고객의 만족과 행복이 라는 것은 결국 행복한 직원에 의해 실현된다. 결국 직원 행복이 곧기업의 경쟁력인 것이다. 어린이집 건립은 창립 30주년에 맞춰 직원들에게 통 큰 선물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사실 어린이집 건립 과정에 있었던 적지 않은 난관을 겪으면서 후회 아닌 후회를 한 적도 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반추해보면 어린이집 건립이 요 몇 년의 과업 중 가장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하는 직원들의 생기 넘치는 얼굴, 아이들의 행복한 얼굴에서 생각지 못한 큰 에너지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지역 내는 물론 우리 텔스타-홈멜을 바라보는 고객의 시각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선행을 많이 베풀다 보면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이 행복해진다는 말이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해서 직원들의 마음을 살피고 챙기는 일에 주저하지 않을 생각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많다. 인재경영의 구독자이기도 한 기업의 CEO와 인사담당자들에게 격려 또는 조언을 한다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기업들에 역설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활황인 기업들을 들여다보길 권하고 싶다. 우리회사의 업무 특성상 다양한 산업군의 관계자를 만난다. 특히나 최근 몇 달간은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스마트 팩토리 구축으로 이겨내려는, 이른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적극적인 기업들과 미팅을 자주 갖는데 덩달아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 지금의 위기상황을 이겨낼 해결방안을 내부에서만 찾는 기업들이 있는데 이는 한계가 있다. 위기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는 기업들의 DNA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지금의 상황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지금의 시기를 기업 체질을 강화시킬 기회로 삼을 것을 권하고 싶다. 모두가 인정하는 외부로부터의 위기는 혁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끝으로, 텔스타-홈멜의 미래 모습을 그려 달라.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통하여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를 개척하는 회사, 꼭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고 완전 소모하는 비지니스 5.0 사회를 실현하는 회사로 성장할 것이다. 또한 제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지식근로자로 성장하는 데도 회사의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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