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를 대표하는 1위 기업들은 어떤 인재들을 영입할까? 국내 통신 분야를 리드하고 있는 모 기업은 지난해부터 생물학과 전산학을 함께 전공한 석ㆍ박사급 인력을 찾고 있다. 그런가 하면, 모 광고대행사에서는 글로벌 제약회사의 마케터 경험과 더불어 사업기획력을 갖춘 인재를 영입하려 하고 있다. 또 국내 최고의 대학병원과 최고의 통신회사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외국계 의료기기 회사 출신이면서 동시에 IT 개발 분야에 정통한 인력을 찾고 있다. 위와 같은 사례는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Technology)과 생명공학(Bio Technology) 분야 외에도 많은 다른 분야에서 비슷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모 광고대행사에서는 건축설계회사 경력의 건축사 자격증을 소지한 인력을 찾았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을 주로 하는 광고회사에서 공학출신의 건축사를 필요로 한 것이다. 모 카드회사에서는 미래소비자의 생활 패턴을 연구하는 경제경영연구소 출신의 석ㆍ박사급 인력을 영입하려고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한 모바일 신용카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통신회사 출신들을 몇 년 전에 대거 영입하기도 했다. 금융과 인문학, 금융과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한 상품과 서비스를 위해 그에 걸맞은 인재들을 찾고 있는 것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라면 이런 포지션들의 갖게 되는 공통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이들 1위 기업들이 찾고자 하는 인재는 과거와는 뭔가 다르다. 그리고 새롭다. 이들 기업들이 바라는 인재들은 동종 업계에서 좋은 성과를 낸 사람들이 아니다. 전혀 상관이 없는 두 전문분야를 아울러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 즉, ‘융합형 인재’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융합(Convergence)’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꽤 익숙한 단어가 됐다. ‘한 점으로 집합함’ 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융합이라는 단어. 그러나 디지털시대가 도래하면서 이 단어는 새로운 개념으로 풀이되고 있다. 새로운 개념의 융합이란 기존의 기술, 산업, 서비스, 네트워크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이들 간에 새로운 형태의 융합 상품과 서비스들이 등장하여 새로운 영역과 산업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포괄적으로 일컫는다. 비즈니스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발전하는 IT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는 글로벌 비즈니스로 이제 기업들은 기존의 상품과 서비스로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산업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기업의 리더들은 사업의 판을 재구성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기존 산업에 다른 산업을 접목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즉, 업종과 업종 간에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융합산업은 서로 다른 분야의 기술, 제품, 서비스가 융합되어 그 경제성 및 성장성이 시장에서 검증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한다. 따라서 기존주력 산업의 성장이 정체되는 가운데 차세대 경제발전을 주도할 신 성장 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융합’이라는 키워드는 초반에는 기술로부터 출발을 했지만 그 영역은 이제 융합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더 나아가 인재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쳐 ‘융합형 인재’로 까지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정보기술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기술’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역사, 철학, 예술 등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가 각광받고 있다. 기술을 토대로 한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 개발에 있어 창조적 아이디어가 필수인데, 이것을 이끌어낼 수 있으려면 인문학적, 자연과학적 지식의 탐구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요즘 대세는 ‘융합형 인재’이다. 이러한 융합인재를 가리켜 최근에는 ‘다빈치형 인재’라고 일컫기도 한다. 화가이면서 과학자였던, 또 공학도이면서 건축가였던 다빈치는 예술과 과학, 두 분야를 모두 섭렵한 대표적인 융합형 인재였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본떠서 붙여진 신조어이다. 우리 선조 중에서도 다빈치에 견줄만한 인물이 있다. 한글을 창제했고 수학, 천체, 물리학 등의 과학기술을 집대성한 세종대왕도 역사적 융합인재가 아닐까 싶다. 그가 과학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면 한글과 같은 과학적인 언어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아이콘으로 통용되는 ‘스티브잡스’도 융합인재의 대표주자로 볼 수 있다. 그가 보여준 제품과 서비스는 인류에게 한 차원 다른 세상을 열어주었다. ‘IT와 디자인의 결합’, 이는 기술과 예술의 결합, 인문학과 공학의 결합체가 얼마나 창의적이며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한편, 또 다른 동시대의 융합인재로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꼽을 수 있다. 의학, IT, 경영학을 공부했으며 의사, 보안소프트웨어 IT개발자, 벤처기업 경영자 (어쩌면 정치가까지). 그는 기술경영 영역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따라잡고 싶은 좋은 롤모델이 되어주기도 했다. 다방면에서 자신을 개발한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현재 그가 맡고 있는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라는 타이틀에 그보다도 더 적임자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융합형 인재’라는 트렌드에 대해 어떤 이는 거부감과 부담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도 힘든데 최소 두 분야 이상에서 전문가가 되는 게 가능하겠냐고 회의적으로 묻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한 분야를 섭렵하기 위해 1만 시간을 투자한다고 해도 전문가가 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얇은 종잇장이라고 해도 양면은 존재하는 법이다. 전문분야를 하나 이상 가진다는 것은 분명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해야 할 의무사항이 2배로 늘었다고 보기보다는 관심 있는 분야의 폭을 넓혀도 전문가로 인정받는 시대가 됐다고 보면 어떨까? 물론 한 우물을 파는 것보다 깊이는 좀 못 미치겠지만 일정한 깊이를 가진 두 개의 우물을 조합하여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면 오히려 한 우물만 판 것보다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두 가지 영역을 동시에 집중하고 공략하는 것이 어려울 수는 있다. 그렇다면 단계를 두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어떤 영역을 선택할지도 고려대상이 된다. 추세를 감안한다고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보아도 미래의 환경을 지금 앉은 자리에서 점칠 수는 없다. 따라서 자신이 흥미를 느낄 수 있고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하는 게 좋다. 적어도 재미를 느끼면서 목표까지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남들이 가는 길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가면 특정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희귀한 존재가 되면 그만큼 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서로 다른 자신의 전문영역들을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 남들과 다른 자신의 전문성을 잘 만들어 가치 있게 어필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은 만능이 되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천재가 아닌 이상 전문분야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계기를 통해 자신의 경력을 살펴보면서 ‘한우물 파기형’ 인재가 될지 ‘융합형’ 인재가 될지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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