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은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The business of business is people)’라는 철학 하에 독특한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경영 철학과 사례는 소위 ‘그 기업이나 가능한 일’로 인식되며 그저 ‘흥미롭고 괴짜 같은 경영 방식’으로 여겨질 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괴짜스러운 경영 방식을 도입한 기업은 사우스웨스트 항공에 그치지 않고 점점 더 늘고 있는 추세다. ‘구성원은 일에서 의미를 찾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창립자의 철학에 따라 직원들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고어(Gore)나 직급과 위계질서가 없고 구성원 스스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결정하는 세계 최대 토마토 가공 회사 모닝스타(Morning Star) 등이 그 예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로자베쓰 모스 캔터(Rosabeth Moss Kanter) 교수는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들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구성원들을 신뢰하고 관계에 의존하며 규칙이나 구조에 의해 통제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이처럼 기존 조직 운영 관행과는 다른 방식으로 경영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으며 이는 일시적 유행이나 ‘그 기업에서나 가능한’ 독특한 경영 방식을 넘어서는 듯하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줄리안 버킨쇼(Julian Birkinshaw) 교수는 ‘앞으로 비즈니스 모델 뿐 아니라 기업을 구성하는 사람과 이들을 관리하는 경영 모델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즉 HR의 제도나 추구하는 가치, 방법들에 있어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에 HR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최근 HR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HR 패러다임의 4가지 주요 변화 최근의 아티클이나 학자들의 주장 등을 통해 볼 때, 눈에 띄게 드러나는 패러다임의 변화는 다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변화 1 : 인간에 대한 가정의 변화 HR 패러다임의 가장 큰 변화는 사람에 대한 기본 가정이 바뀌고 있다는 데 있다. 진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이기적 본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경제학에서 역시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의 개념을 소개하며 인간은 근저에 이기심을 가진 인간이라는 관점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경영학에도 적용되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테일러(Taylor)의 경영 방식, 즉 수직적 조직 운영, 하루 8시간 노동, 성과급제 등은 기본적으로 인간은 이기적 존재이며 성과 창출을 위한 자원(Resource)으로 인식한 데 기인하고 있다. 즉 구성원들은 천성적으로 일하기 싫어하고 게으름을 피울 기회만 찾기 때문에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하도록 하려면 감시하고 통제하며 명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심리학, 사회학, 진화생물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 기존 인간에 대한 가정을 뒤집는 새로운 내용들이 제기되고 있다. 인간은 기존 가정들과 달리 이타적 본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구성원들은 스스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협력을 통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들이 ‘마이 스타벅스 아이디어(My Starbucks Idea)’라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스타벅스를 더 멋진 장소로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자발적으로 내며 공유하는 사례에서도 인간의 이타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약 50년 전에 더글러스 맥그리거(Douglas McGregor)에 의해 소개되었다. 그는 ‘인간은 열심히 일하려는 본성을 갖고 있으므로 목표를 공유하면 구성원들이 스스로 성과 창출을 위해 노력한다’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기존의 가설과 반대되는 Y이론을 주장한 바 있다. 로자베쓰 모스 캔터(Rosabeth Moss Kanter) 교수 역시 2011년 HBR 논문을 통해 ‘구성원들은 월급이나 갈망하는 게으름뱅이(Paycheck-Hungry Shirkers)도 아니고 높은 성과를 강요당하는 로봇도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제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통합할 수 있는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을 수단이나 자원의 관점, 또는 관리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주체적이고 자율적이며 이타적 존재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변화 2 : 제도보다는 내적 요인으로 사람을 움직여야… 사람에 대한 가정이 변하다보니, 사람의 동기부여나 행동 유발 방법에 대해서도 외적 형태의 제도 설계 및 운영에서 최근 내적 형태의 감정이나 집단의 문화 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구성원들이 기업 목표를 달성하도록 움직이게 하기 위해 인센티브 등의 보상과 처벌 제도 등을 만들어 운영하는데 주력했다. 그런데 세계적인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Daniel H. Pink)는 그의 최근 저서 ‘Drive’를 통해 당근과 채찍 기반의 동기부여 방법은 성과 감소, 창의성 말살, 선행 감소, 중독성 유발 등 7가지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이제는 제도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스스로 행동하게끔 하는 내적 동기부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제도보다 사람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이나 감정을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증가하고 있다.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교수는 몰입(Flow)의 개념을 소개하면서 인간은 여가 시간보다 업무 중에 몰입을 경험하는 경향이 많고, 업무를 즐길 수 있는 무아지경의 상태가 되었을 때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단순 반복적 업무는 줄어들고 매번 새롭게 고민해야 하는 창의적 업무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통제하기보다는 자율성을 부여하고 지시하기보다는 자발적 참여를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구성원들의 감정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도 늘고 있다. 미국 컨설팅 기업의 CEO인 토니 슈워츠(Tony Schwartz) 역시 그의 저서 ‘무엇이 우리의 성과를 방해하는가’에서 구성원 감정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토니 슈워츠에 따르면, 지금까지 기업은 구성원들의 에너지 양을 늘리는데 급급했다. 그런데 에너지의 질, 즉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나머지 구성원들이 생존 모드 또는 탈진 모드에 쉽게 빠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존 또는 탈진 모드에 있는 구성원들은 에너지 양과 관계없이 감정이 모두 부정적이다. 즉, 구성원들의 에너지 양도 중요하지만, 에너지가 긍정적이어야 비로소 활기차고 열정적이며 적극적으로 일하고 그때의 성과는 감정이 부정적이면서 에너지가 많은 생존 모드와는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기업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구성원들의 에너지의 질, 즉 감정이라고 강조했다. 변화 3 : 조직 운영 방식의 다양화 과거에는 구성원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 그 많은 사람들이 마치 하나처럼 움직여야 했다. 특히 구성원들을 관리하는 것이 HR의 주된 관심사였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이고 획일적이며 체계적으로 움직임으로써 안정적인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해야 했다. 이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구성원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보는 것이었다. 따라서 구성원들을 모두 모아 놓고 동일 내용에 대해 집합 교육을 시키거나, 사업이나 개인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리더들을 하나의 리더십 모델에 맞춰 모두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를 했다. 그러나 최근 조직 운영 방식들은 점점 개인화되고 다양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점점 복잡해지거나 자율화되고 있다. 특히 구성원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HR이 구성원들의 니즈를 수용하고 유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더십 개발의 경우, 모든 리더마다 동일한 교육을 집합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리더들이 자신의 성향, 자신이 맡은 사업이 처한 상황, 그리고 개인적 고민에 맞춰 리더십 코칭을 제공 받는 것이 그 예이다. 구성원들의 경력 관리 체계도 과거에 일원화되던 것에서 나아가 이제는 다중 경력 관리 방식(Dual Ladder, Multiple Ladder)이 도입되고 있다. 더하여 앞으로는 외부 인재들과의 협업이나 스마트워크(Smart Work) 기반의 일하는 방식도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되어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는 구성원들이 생기는 등 구성원들의 자율성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조직 운영 방식은 더더욱 다양화되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변화 4 : Leadership - Un - Leadership! 과거의 리더십은 위계적인 조직하에서 리더들이 포지션을 기반으로 권력을 행사하여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타인을 이끌어야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심지어 좋은 리더십은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여겨져 성과 결과 자체가 좋으면 성과를 내는 과정은 크게 개의치 않기도 하였다. 그런데 최근 리더십의 연구들은 그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 교수인 개리 하멜(Gary Hamel)은 최근 HBR에 ‘조직 내 관리자(Manager)를 모두 해고하자’는 다소 파격적인 제목의 글을 실었다. 하멜에 따르면 관리자는 관리자를 관리하는 상위 관리자를 또 양산하기 때문에 조직 내 많은 비용을 들게 하고, 의사결정을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군주와 같이 군림하기 때문에 그 어느 누구도 잘못된 의사결정을 막을 수 없고 직급이 낮은 사람들의 권한도 뺏을 수 있어 직원들이 마음껏 꿈꾸고 상상하고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한다고 말하고 있다. 조직이 점점 수평화 되고, 업무가 복잡해지고, 구성원들의 창의적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이제는 사람들을 군림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하는 능력이 리더십의 핵심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고어는 ‘많은 사람들이 따르는 사람이 곧 리더’라며 CEO도 직원들의 투표 결과를 참고하여 결정하고 있다. 직원들 모두 스스로 생각할 수 있고, 자기 분야에서 각자가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들을 통합하고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리더라는 의미에서다. 또한 수평적 통합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리더십의 역량으로 사람됨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스캇 스눅(Scott Snook) 교수는 ‘진정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의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즉, 리더가 남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남을 이끄는 영웅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자아를 성찰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함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과거에는 남을 이끄는 사람이 리더였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모이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라는 의견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서 협업하고 서로의 생각을 발전시키고 진심으로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바로 앞으로 필요한 리더십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사람 중심 시각을 가져야… 지금까지 HR의 큰 변화 내용을 4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패러다임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결국 ‘사람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는 최근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 에너지, 그린 등 다소 물질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데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구성원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펴면서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한다 해도 구성원들의 인건비를 축소하고 근로 시간을 늘리며 작업장의 안전이나 자사 구성원들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은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본고에서 언급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모든 기업에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경영자나 HR을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의 의미를 인지할 필요가 있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구호에서 그치지 말고 진정으로 구성원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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