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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한 미소, 깊은 눈빛 속연기에 대한 열망을 담다연극 <레미제라블>의 ‘코제트’로 이름 알린, 배우 권아름을 만나다
김소정 선임기자 | 2020년 09월호, 제187호 | 승인 2020.08.28 13:42

‘2020년 연극의 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비대면 일상은 공연장의 풍경도 바꿔놓았다. 불가항력의 위기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침체된 공연계를 일으키고 무대를 활성화시키려는 수많은 연극인들의 마음은 올해 8월, 대작 <레미제라블>을 통해 다시 한 번 뜨겁게 타올랐다. 소설, 영화,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장르로 일찍이 명성을 떨친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의 작품을 이번 공연은 함축적이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이다. 윤여성, 최종원, 오현경 등 내노라는 원로배우들과 실력파 중견배우, 새롭게 떠오른 신인배우들까지 2시간 30여 분을 풍성하게 채우며 짧은 공연기간을 감동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장발장의 딸 ‘코제트’를 연기한 신인배우 권아름을 주목한다. 차분한 이미지, 단단한 음성과 표정 그리고 몸짓까지 ‘어디선가 오랜 경험을 쌓은 배우겠지’ 싶었지만 대중 앞에 얼굴을 비춘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신인배우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코제트 배역을 따낸 에피소드는 연기에 임하는 그녀의 자세가 얼마나 진중하고 성실한지를 또한 보여준다. “권아름이라는 이름보다 맡은 인물, 캐릭터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마음 가짐에서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점쳐 본다.

연극 <레미제라블>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소감을 전한다면.

훌륭한 선후배, 제작진과 더불어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였다. 코로나19로 공연계가 침체된 상황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큰 연극무대에서 역할을 맡는 것은 시기나 상황을 떠나서 신인배우에게는 언제나 어렵고 힘든 일이다. 때문에 오디션을 통과해 코제트로 보낸 그간의 시간이 정말 행복하고 소중했다.

오디션이 치열했는데, 배역을 따낸 본인만의 비결이 있었을까.

큰 역할, 작은 역할 가릴 것 없이 늘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한다. 특히 레미제라블은 누구에게나 꿈의 무대인 만큼 오디션을 통해 ‘감독, 제작진 앞에서 내 연기를 보여줄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류전형에서 보통은 지원하는 배역을 하나만 쓰는데 나는 에포닌, 팡틴, 코제트를 모두 쓰고 대본도 철저히 외웠다. 실기현장에서 내가 지원한 모든 배역을 연기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고, 앞선 준비와 열정 좋게 봐주신 덕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외모와는 달리 나이는 30대에 접어들었다. 연기 입문이 좀 늦었던 건지 궁금하다.

유년시절에는 악기를 다뤘고, 일찍이 패션에 관심이 많아 첫 대학은 패션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재학기간 동안 실기보다 이론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에 흥미를 조금씩 잃어가던 중, SNS에 올린 사진을 보고 친구를 통해 연예기획 관계자가 연락을 해왔다. 전혀 몰랐던 배우라는 직업, 연기에 대해 정보를 얻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정식으로 배워보고픈 마음이 생겼고, 다시금 입시준비를 통해 2013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한예종은 무엇보다 실기 중심의 수업을 진행하고 2학년 때까지는 외부활동 없이 학업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비교적 단기간에 좋은 교수진과 선후배들의 도움을 받으며 기본기를 다질 수 있었다. 질문처럼, 어린 나이부터 배우를 꿈꾸며 준비하는 친구들이나 뛰어난 기량의 신인 또한 많지만 그밖에 30~40대에 연기에 도전하는 분들도 있고 뒤늦게 연기력을 인정받는 경우도 많기에 굳이 나이와 신인을 연결 짓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연기활동에 대한 주변의 반대나 힘들었던 점은 없었는지.

다행스럽게도 어릴 적부터 스스로 원하는 일을 주도적으로 해 볼수 있도록 부모님께서 많이 지지해 주셨다. 악기부터 패션까지 주로 예술 쪽으로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기 때문에 뒤늦게 배우를 한다고 했을 때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주신 것 같다. 대학에서 연기를 배우는 동안에는 나 자신이 성장하는 과정과 다양한 예술장르에 대한 시각을 넓히는 것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힘든 점이 없었는데, 졸업 즈음부터 홀로서기를 준비하며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뒤돌아보고 바로잡는 일이 조금 힘들었다.

단편영화 <그 분의 딸>에서도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였는데.

<그 분의 딸>은 한예종 영화과 지인이 감독한 작품으로 ‘그 분의 딸’ 역할로 참여했다. 한 오디션 심사를 맡은 평론가가 그분의 딸을 합격시키라는 청탁을 받는 이야기다. 그야말로 못되고 좀 재수 없는 캐릭터다. 갑질, 채용비리 등 현실을 풍자하고 패러디하는 부분에서 공감을 얻은 작품이다. 사실 앞서 단편영화를 많이 작업했는데 대중에게 알려지는 길이 워낙 한정적이고 그나마 열리는 영화제나 상영일정마저도 코로나19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안타깝다.

장편영화도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영화배우로서 자리매김할 계획이 있는지.

내년 초 개봉 예정인 영화 <십개월>은 2020 전주국제영화제 코리 안시네마 초청 작품으로 임신과 출산에 관한 이야기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서울에서 장기상영을 진행하고 있어 조금 앞서 영화를 만날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십개월에서 맡은 ‘강미’를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특정 장르에 귀속된 배우이기보다는 인물과 역할에 중점을 둔 연기자로 활동하고 싶다. 영상이 보여주는 감각적이고 섬세한 매력과 무대에서 즐기는 관객과의 호흡 그리고 창조는 비교할 수 없는 각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원하는 배역이나 롤모델로 삼는 배우가 있다면.

평소 이미지가 선하고 차분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사실 정말 연기하고픈 배역은 개성 강한 악역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연희 같은 캐릭터랄까. 수많은 배우들의 롤모델로 손꼽히는 전도연 선배님은 작품과 인물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너무나 선명하게 표현하고 소화하는 배우라서 개인적으로도 닮고 싶다. 배우가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 들었을 때 관객이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얼마나 강렬한지를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감정적으로 폭발할 수 있는 역할을 통해 그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가 된다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연기의 기본이 되는 발음, 발성을 끝없이 트레이닝하고 체력과 몸의 선을 만들기 위한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꿈은 뮤지컬 도전이다. 노래, 춤, 연기 삼박자를 고루 갖춰야 하는 분야인 만큼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린 신인들과의 경쟁, 어떤 강점으로 승부할 생각인지.

만약 아이돌처럼 나이가 메리트 또는 핸디캡이 된다고 여겨지는 분야였다면 마음이 조급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던 20대 초반에는 내가 너무 늦게 시작하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연령대를 주인공으로 하는 스토리나 개성 강한 조연 캐릭터들이 많다는 점에 오히려 나이를 잘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짧게 헐떡이는 숨이 아닌, 긴 호흡으로 배우고 연기하는 그런 깊이 있는 배우로 성장하겠다.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알려지고 싶은가.

연기를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배우라는 직업이 어떤 인물을 이해하고 타인에게 보여줘야 하다 보니, 특히나 사람을 모나지 않게 바라보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연기가 좋아서 시작했고 앞서 밝혔듯 작은 역할, 큰 역할 가릴 것 없이 주어지는 기회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할 뿐이다. 권아름이라는 사람보다 내가 연기했던 캐릭터들로 순간순간 기억되면 좋겠다. 레미제라블의 코제트, 그 분의 딸 속 그녀, 십개월의 강미로 알아봐 주신다면 적어도 내 할 일을 제대로 했다는 뜻이 되지 않을까.

코로나19로 침체된 문화예술계,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면.

연극 <레미제라블> 역시 확산되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마지막 공연을 올리지 못하고 아쉽게 막을 내렸지만 공연기간 동안 관객 모두가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함께 해 주셨다. 모두가 힘든 시기, 지금의 터널을 슬기롭게 빠져나가는 길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고 서로의 안전을 함께 지켜간다는 하나된 마음이 아닐까 한다. 문화예술을 만들고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하루빨리 영화, 공연, 전시 등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소망한다.

 

김소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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