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현 퀀텀인사이트 대표

과거 경영진의 좌우에 서서 상명하달의 조직운영을 이끌었던 부서, 흔히 ‘인사총무’로 통칭되던 그들도 많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업무와 역할에 따라 세분화된 조직으로 나뉘기도 했고, 선진국 글로벌 기업들의 앞선 인사제도, 시스템, 조직문화 관련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벤치마킹했다. 그러나 전례 없는 위기상황 속, 구성원의 안전과 업무 효율성 그리고 성과까지 동시에 가져가야 지금, 좋은 제도와 시스템만으로는 긴 터널 끝까지 제대로 버텨내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 유수 기업, 글로벌 기업까지 HR 현장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온 황성현 퀀텀인사이트 대표는 대한민국 인사부서가 자신들의 업과 본질, 나아가 기업을 구성하는 각 조직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부족함을 지적하며 “HR은 현장과 한몸이 되어 데이터를 구축하고 경영 전반에 걸친 전략적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미국 출장 중인 그와 짧은 화상 인터뷰를 통해 HR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조언을 구해보았다.

줌(Zoom) 인터뷰 / 사진제공_ 캠퍼스 잡앤조이 김기남 기자

28년차 인사조직 전문가, 그간의 활동과 변화과정이 궁금하다.

SK 공채 입사로 석유화학회사 인사팀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인사업무를 원했던 것은 아니다. 타의에 의해 부서와 업무를 배정받았기 때문에 일에 있어서 스스로를 컨트롤한다는 느낌은 없었다. 실질적인 변화는 글로벌 기업으로 이직하면서 생겨났다. 앞서 국내 석유시장만 봤던 좁은 세계관에서 벗어나 글로벌 동향과 다양한 시각, 정보들을 흡수하면서 ‘어떤 회사에서 근무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직무 즉, 업(業)을 갖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느꼈다. 이후 야후코리아, 타워스페리, 구글코리아 및 구글 본사, 최근의 카카오에 이르기까지 나의 역량과 하고자 하는 일을 매칭시키고 주어진 환경에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항목들을 실천했다. 인사를 구성하는 각각의 프로세스부터 전사적인 틀과 전략을 그리는 경험, 기업문화와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변화관리 등인사조직 전문가로서의 자격을 갖추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국내 HR의 변화를 살펴본다면.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권위적, 수동적, 보수적 인사가 주류였다면,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전략적 인사’에 대한 시도가 급격히 증가했다. 그 영향은 선진국들의 조직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이론 그리고 글로벌 기업들의 앞선 제도와 새로운 문화를 방대하게 접했기 때문이다. 조직구조, 운영방법, 시스템 등 도입 가능한 것들을 벤치마킹하면서 인사조직의 형태는 많이 발전했다. 다만, HR의 비즈니스 파트너 개념처럼 현업과 맞닿은 인사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생겨나고는 있지만 국내에 자리잡은 글로벌 기업과 일부 대기업의 이야기일 뿐, 우리나라 인사조직의 근본적인 변화는 아직까지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국내외 다양한 기업 현장을 두루 경험하면서 느낀 공통점과 차이점은.

인사기법 또는 조직구조, 운영 부분들이 물리적 제한 없이 워낙 빠르게 교류되고 있고 서구의 것들을 많이 받아들여 사용하기 때문에 틀이나 제도상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 느낀 바로는 ‘인사가 현업을 대하는 자세, 현업이 인사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점이 글로벌과 국내 기업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한다. 국내에서는 인사조직이 그야말로 인사를 한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채용, 온보딩, 육성, 평가, 보상, 퇴직관리에 이르기까지 인사부서가 주도권을 가지고 움직인다. 물론 운영 측면에서 본다면 맞는 말이지만 사실 인사는 인사권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 조직과 업을 이해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어떤 사람을 뽑고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주체는 실제 현업의 조직장이 되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HR은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현장 곳곳에 녹아 있다. 현장에 대한 이해를 통해 그들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고 어떤 조력이 필요한지를 파악해 전략적 인사와 경영성과 창출을 이끄는 것이 HR의 역할인 것이다. 여전히 현장과 거리가 먼 관리부서에 머물고 있는 국내 인사조직을 하루빨리 현장밀착형 조직으로 변모시키고, 각 파트 조직장들과 함께 전략적 의사결정을 하는 주체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로나19가 앞당긴 비대면 근무환경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변화 방향을 예측한다면.

재택근무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대안이었다면, 이런 상황은 앞으로 더 자주 더 크게 생길 것으로 모두가 예측한다. 여전히 대면/비대면 업무에 대한 장단점과 의견이 분분하지만 전제는 앞으로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과거 방식을 디폴트로 놓고 재택이나 유연근무가 부수적인 것이 되면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성장은커녕 현상유지도 기대하기 어렵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것과 준비된 상태에서 능동적으로 나아가는 것은 결과값이 다르다. 변화하는 환경을 밑바탕에 깔고 기술과 제도, 일하는 방식 등에 대한 준비를 다양하게 갖추어서 선택적으로 운영한다면 보다 안정적으로 기업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19와 같이 생명에 위협을 주는 상황에서 기업의 대처방식을 구성원에게 올바르게 인식시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기업이 직원의 생명과 안전을 얼마나 중요시 여기는지 직원들은 관심이 많다. 기업의 존속과 성장을 위해서는 임직원의 안전과 안정이 필수 요건임을 상기하고 그에 대한 준비와 소통을 지속해야 한다.

HR 조직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인사제도에 대한 앞선 정보는 빠르고 방대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속한 기업, 조직의 업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현실이다. 어찌 보면 근래 들어 HR이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글로벌 기업들이 현장에서 문제를 찾고 답을 구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여전히 윗선의 방향을 듣고 현장은 서베이 정도에 그치는 실정이다. 앞으로의 인사담당자는 회사의 큰 틀과 방향, 각 조직의 업에 대한 디테일한 이해를 가지고 그야말로 현장밀착형 인사를 실행해야 한다. 인사조직이 현업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점을 인식시키고 현장의 역량을 키워줄 수 있어야 한다. 그에 더해 인사 전반을 데이터로 인식하고 통계적인 시각을 가진다면 전략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사 데이터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시스템과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한 가지 첨언하고 싶은 것은 채용, 온보딩, 육성, 평가, 보상 등 일련의 과정에 있어서 일관적인 철학을 가졌으면 한다. 각각을 낱개의 부품으로 생각하지 말고 사람과 구성원을 중심으로 하나의 인사철학이 녹아 든다면 보다 내실 있고 유연한 HR이 되지 않을까.

Y, M, Z 세대로 뒤섞인 조직문화를 어떻게 가꾸어 나가야 할까.

변화는 미래를 전제로 한다. 현재와 미래가 과거에 맞출 수는 없는 일이다. 2010년 이후로 기술발전이 예측 불가능할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시각으로는 적응할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기성세대는 새로운 조직구성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끊임없이 배우고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M, Z세대는 기술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빠르고 기민하다. 자신의 행동과 결과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과 보상을 원한다. 이들은 과거 세대처럼 조직에 로열티가 있기보다는 자신이 하는 일과 직업 자체에서 로열티를 얻고자 한다. 따라서 개인의 전문성을 발전시켜 몸값을 올리는 것에 치중한다. 결론적으로 조직과 개인의 로열티를 연결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인사조직은 이들이 재직하는 동안 어떻게 몰입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낼 것인지에 집중해야 한다. 과거 조직문화가 단체를 중시하고 개인의 사사로운 부분들을 감성적으로 케어했던 인간적인 면모가 강했다면 앞으로의 조직문 화는 업무 몰입 환경 구축과 유연한 소통, 일과 사생활을 구분하는 것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이 있다면.

‘꼰대’와 ‘수평’이 키워드로 등장하면서 조직을 이끌고 관리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약간의 위축을 느낄 수 있다. 어느 조직이든 직무와 직급이 존재하고 각자의 역할과 책임이 분명한데, 이에 대해 최선을 다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다. 꼰대가 과거 기준과 경험에 의존해 강요하고 잔소리한다는 의미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소통, 피드백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한동안 유행했던 수평적 조직문화 역시, 서로를 인간적으로 존중하고 나이와 직급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제안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단순히 호칭을 통일하고 평어를 쓰는 등의 표면적 평준에 그치는 모습이 아쉽다. 앞으로의 리더십은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고 직급과 세대에 상관없이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용기와 전략적인 매니지먼트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리더, 조직장으로서 전체를 보는 시각을 키우되, 꼰대가 될까 겁먹지 말고 조직원들과 동일한 눈높이에서 의견을 나누고 제안, 지시, 피드백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앞으로의 활동과 계획은.

현재 인사조직 자문회사인 퀀텀인사이트를 운영하며 20여 개가 넘는 스타트업, 대기업과 일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1명에서 30명까지 조직을 구축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1년이 채 안 된다고 하는데 그 사이에 4번의 성장곡선을 그린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변화관리인데, 대표와 마주앉아서 고민하고 설계하고 실행하는 것이 자문의 역할이다. 그와 더불어 기하급수적으로 변하는 세상과 그에 잘 적응하는 조직의 특징을 알리고 공유하는 조직인 OPEN EXO(Exponential Organizations)에 조인하여 한국에서는 최초로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OPEN EXO의 내용과 긍정조직개발 개념을 녹여 개인과 조직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인사제도를 디자인하고 실행하는 데 역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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