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1.

고향에 내려가면 정치얘기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는 되도록 입밖에 꺼내지 않는다. 조상 대대로 경상도에 뿌리내려 살아왔기에 뼛속부터 경남 사람인 나지만, 대화의 스킬이랄까 뭔가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으며 건설적인 토론을 이어가는 일이 가끔 어렵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지역 특색이라고 치부하기도 그렇고, 내 주변 사람들만 그럴 리도 없지만 설명할 길 없는 답답함에 가슴을 치기도 한다.

대다수의 사람이 ‘내 생각, 내 말이 옳다’라고 믿고 살아서인지 상대방의 생각을 듣고 살피는 일이 조금 서툰 것은 참 아쉬운 일이다. 당장 나 자신을 보더라도, 처음 상경했을 때 ‘말을 직설적으로 한다’는 평가를 곧잘 들었을 만큼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었다. 좋게 봐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일부 나쁘게 보는 사람들도 물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내가 틀린 말했어? 잘못된 걸 잘못되었다고 하는데 그게 왜 나빠?”라고 되물었다. 나의 최측근 아무개씨도 “너는 내 말을 안 들어, 대화가 안통해.”라며 자주 핀잔을 주니, 요즘의 정치판이나 광화문에서 태극기 흔드는 분들과 내가 뭐가 다를까 싶기도 하다(그런데 정작 나한테 핀잔 주는 사람들도 자기 주장 펼칠 때는 아주 끝장을 보는 판이니, 사람은 다 비슷한 거 아닌가).

생각, 사상, 철학의 고립은 시대를 막론하고 위험하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 외에는 가치를 두지 않으며 심각하게는 다른 존재 이유들을 가차없이 짓밟는다. 제2차 세계대전은 흑백논리의 폐해를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역사적으로 수없이 경험하면서도 우리는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논리에 갇혀 정작 중요한 것들을 하나씩 잃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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