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달라졌다. 차원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닌 ‘퍼스트 무버(first mover)’여야 한다.” 피터 언더우드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사진)이 한국과 한국인을 향해 작정하고 쓴소리를 했다. 한국적인 특성에 기반한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버리고 ‘새로운 한국다움’으로 무장해야 한국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펴낸 <퍼스트 무버>를 통해서다. 원한석이란 한국이름을 갖고 있는 언더우드 위원은 ‘한국에 뿌리를 둔 서양인’이다. 1885년 이후 서울에 살고 있는 언더우드 가문의 4세손이다. 고종 때 조선 땅을 밟은 개신교 선교사이며, 연세대를 설립한 호러스 언더우드가 증조할아버지다. 그는 “이제는 남들이 닦아놓은 길을 성실하게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며 ‘운명을 건 변화’를 주문한다. “새로운 시대의 키워드는 ‘창의력’”이라며 “1980년대형 ‘말 잘 듣는 저장장치’를 양산할 뿐인 학교 교육부터 손을 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답은 하나’라는 주입식 교육으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상상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문제를 제기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는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엄격한 상하관계와 권위주의 문화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게 한국은 아직 ‘왕의 나라’다. 대통령은 나라의 왕이고, 아버지는 가정의 왕이며, 기업 오너는 기업이란 영토를 다스리는 황제에 가깝다. 예전에는 권위주의 문화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패스트 팔로어 시대의 군사 독재가 낳은 돌격문화도 1960년대 이후 한국 경제를 이끈 동력이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슈퍼 지도자’의 역할에는 머리를 가로젓는다. 이제는 집단지성의 시대라는 것이다. “아무도 길을 알려주지 않는 시대에는 다수의 지성이 소수의 군림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범한 성공이 아니라 멋진 실패에 상을 주는 인식의 전환도 요구한다. 지연, 학연, 혈연 등으로 얽힌 한국의 공동체 문화도 꼬집는다. 그는 “한국의 공동체 문화는 중국의 콴시보다 강력하다”며 “정도를 넘어설 경우 끈과 연줄과 파벌이라는 비효율을 낳게 마련”이라고 지적한다. 그런 관계속에서 파벌이 확대 재생산되며, 충성심에 기반한 전체주의 문화가 형성되면서 다양성이 사라지는 현상을 우려한다. 한국인 특유의 순혈주의도 경계 대상이다. 그는 순수혈통에 대한 자부심과 혼혈(하이브리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내려놔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더 진취적이며 적극적으로 개방하라”고 요청한다. 외부 세계를 향한 문을 활짝 열어놓고 주고받는 국제화가 아니라, 밖으로 나가려고만 하는 일방적인 세계화가 아니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유능한 인재나 국익에 도움되는 문화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끌고 와야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숫자와 기록’으로부터의 결별도 요청한다. 그동안 한국은 ‘더 높이, 더 많이, 더 빨리’에 매달려 왔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가격에서 승부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퍼스트 무버는 이 숫자와 기록의 유혹을 떨쳐내는 데서 시작된다. 창조적 아이디어와 그것으로 구현한 혁신적인 제품이 퍼스트 무버의 핵심이어서다. 또 그는 “한국의 경제 규모는 실패를 되돌리기에 너무 멀리, 앞으로 나와 있다”며 “큰 일을 추진할 때는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으로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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