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로 자기 생각만을 주장하는 사람 때문에 애를 먹었던 경우가 다들 있을 것이다. 이럴 때 고민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내 말을 듣게 만들까’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 주장으로 설득하려 들지 말라는 것이다. 상대의 원칙이나 규정으로 설득해야 한다. 이해를 위해 먼저 최근 한국에 다녀간 협상의 대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와튼스쿨 교수의 저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 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다이아몬드 교수는 작은 화물 항공회사를 인수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소형 항공기로 여러 섬을 돌아다니며 회사의 설비를 점검했다. 어느 오후, 그는 버진 아일랜드의 토르톨라 섬에 내렸다. 공항 도착 라운지에는 아무도 없었고 출입국 관리 사무소 직원만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그 직원은 지난 몇 년간 자주 본 사이인데도 조종사에게 온갖 양식의 서류를 들이밀었다. 입국장에서 불과 40m 떨어진 회사 사무실을 둘러보면 되는 것인데도 말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바쁜 사람들은 빨리 해 달라며 짜증을 내기도 하고, 때로는 음료수 같은 뇌물을 제공하기도 할 것이다. 아니면 괜히 갈등을 일으켜 나중에 귀찮아질 수도 있으니 그냥 참는 경우도 있을것이다. 이때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다이아몬드 교수가 선택한 방법은 상대의 기준을 활용하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공항에 붙은 포스터에 쓰여진 버진 아일랜드 총리의 인사말을 활용했다. 포스터에는 ‘입국을 환영합니다. 예의와 존중을 갖춰 여러분을 모실 것을 약속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출입국 사무소 직원에게 그는 포스터의 총리 말대로 대우해줄 수 있는지를 물었고, 놀랍게도 그 결과 5분 만에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비법’은 상대방이 업무에 적용시킬 원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상대방이 내 말을 듣게 하려면 상대의 원칙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것이 정확하고 완벽한 것이라고 믿고, 일이든 생활에서든 스스로 정한 원칙은 지키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자신이 따르는 원칙을 상대방이 주장하면 손해가 될지라도 반드시 따르려고 한다. ‘설득의 심리학’을 쓴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는 이를‘일관성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개인의 원칙뿐만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속한 조직을 위해 일하는 동안 다른 조직과 경쟁하거나 협상을 하는 경우에 조직원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원칙을 고수하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나의 원칙을 상대방에게 주장하는 것보다 상대방 기업의 원칙을 따르도록 유도하면서 내 뜻을 관철하는 것이 훨씬 수월한 설득 방법이다. 기업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은 조금 다른 각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생산부서와 영업부서의 갈등을 생각해보자. 두 부서 모두 회사의 원칙을 지키는 차원에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 때문에 더 이상 기업의 원칙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이때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것은 각 부서의 원칙이다. 어떤 조직이든 부서 내부적으로도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게 마련이다. 그 원칙에 따르다 보면 조직의 원칙과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이런 부분을 상대가 느끼게 해준다면 상대방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원칙을 수정하게 될 것이다. 특히 내부 원칙을 문서로 작성하도록 한다면 활용이 쉬워질 것이다. 이런 방식은 부서 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관리자와 부하직원의 갈등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관리자는 자신의 관리 원칙을 작성해 제시하고, 부하직원은 나름대로 자신이 조직원으로서 수행할 원칙을 써서 부착하도록 한다면 내부적 갈등을 해소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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