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게 일한 만큼 보상”…취임 후 임금인상률 높여, 물갈이 대신‘신뢰의 인사’…작년부터 실적개선 조짐

LG전자 직원들은 오는 25일 지난달보다 6% 오른 월급을 손에 쥔다. 2006년 이후 6년 만에 첫 6%대 임금 상승률이다.‘직원들의 기를 살려줘야 실적이 좋아지고, 인재가 모일 것’이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통큰 경영’의 산물이다. 구 부회장이 취임한 2010년부터 임금은 매년 전년보다 더 높이 뛰고 있다. 이 덕분인지 실적도 지난해 4분기부터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타결한 노사 임금협상에서 2012년 임금을 연봉 총액 기준으로 평균 6% 인상키로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합의는 3월부터 1년간 적용된다. 임금 인상률이 6%를 넘긴 것은 2006년(6.2%)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경영자총협회가 권고한 임금 가이드라인 2.9%와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 4%는 물론이고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4%대 인상폭을 훌쩍 뛰어넘는다. LG전자는 2007~2009년 임금을 동결했다. 이후 보상 차원에서 이뤄졌던 2010년 초 5.2% 인상 이후 실적 부진의 나락에 빠졌다. 임금 인상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고 사기도 꺾였다. 2010년 10월 ‘독한 오너 최고경영자(CEO)’로 정평이 나있던 구 부회장이 취임하자 임금 인상은커녕 명예퇴직, 해고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잇따랐다. 하지만 구 부회장 취임 5개월 뒤에 타결된 2011년 임금 협상안은 LG전자는 물론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인상률 5.7%. 스마트폰 부진 탓에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93.4% 급감한 때였다. 오너로서 임직원들의 마음고생을 알고 아픈 마음을 추스르기로 한 것이라는 게 업계 해석이었다. 올해 인상률은 6% 벽을 넘어섰다. ‘독하게 일한 만큼 성과에 대한 보상도 충분히 한다’는 취지다. LG전자 관계자는 “회사는 아직 어렵지만 직원 사기가 높지 않다면 어떻게 발전하겠나. 지난해 힘든 환경 속에서 다들 ‘독하게’ 뛴 데 대해 보상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를 위해 직원들에게 선행투자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켰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구 부회장은 4개 사업부서 중 3개 부서 수장을 유임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실적에 쫓겨 서두르기보다 3~5년 뒤 흔들리지 않는 강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믿음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취임 이후 직원들의 마음을 보듬는 데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CEO 피자’로 이름 붙인 피자를 세계 각지에 배달했다. 지난해 모두 1만여 명의 직원이 6,000여 판의 피자를 받았다. 지난해 말엔 직원들 집으로 “지난 한 해 노고에 감사한다. 여러분의 노력은 훗날 1등 기업 LG전자를 만드는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란 격려편지를 띄웠다. 구 부회장이 ‘믿음의 리더십’을 뿌리 내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믿고 뛰면 보상이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과장급 직원은“본인이 앞장서서 현장을 뛰고 있고, 임직원을 신뢰해 사람을 함부로 내쫓지 않으며 월급도 계속 높여주는데 열심히 뛰지 않을 수 없다”며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의 리더십이 언제쯤 LG전자 실적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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