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나온 SF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 독일 나치 잔당이 달로 옮겨가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비밀기지를 세웠다. 지구 침공을 준비하던 그들은 지구에서 날아온 우주인을 체포하고 깜짝 놀란다. 그가 갖고 온 조그마한 기기가 자신들이 70년 넘게 발전시켜온 컴퓨터보다 성능이 우수했기 때문이다. 그 조그만 기기가 뭘까? 바로 ‘스마트폰’이다. 우리가 너무 생활 가까이 두고 있어 실감 못할 뿐 스마트폰을 포함한 각종 디지털 기기는 인류 역사를 보면 가장 충격적인 혁명이다. 그 혁명에 힘입어 모두들 ‘스마트’하게 산다. 이제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못할 일이 별로 없어졌다. 전화번호부는 곧 사라질 것이고 각종 서류는 뗄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그런데 환경이 스마트하게 변했다고 우리도 스마트해진 것일까. 육체적·지적 활동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바보가 된 건 아닌지. 무기로 쓸 수 있어야 확신 인류는 환경을 지배하면서 지구의 주인이 됐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너무나 편해진 환경 탓에 안주하고 있는 형국이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옳은 건지 하는 철학적 문제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스마트 환경에 종속되는 현상은 이미 홈쇼핑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보가 넘쳐나다 보니 자칫 ‘설득 기술자’들에게 당하면 자신도 모르게 구매 버튼을 누르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그 돈도 현금이 아니라 신용카드 같은 사이버 머니로 지급되니 경제개념도 실종되고 만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는 정도를 넘어 무기로 사용할 정도가 되지 못하면 우리 스마트 환경의 가치는 실종되고 말 것이다. 생산성 향상, 창의성 증진, 가정 경제 성장의 도구로 스마트 기기를 쓸 수 있어야 진정으로 스마트하게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디지털 문화 리더 꿈꾸라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어떻게 스마트하게 살 것인가는 가까운 사례로 내비게이션을 살펴보면 분명해진다. 생각해보라. 내비게이션이 출시됐을 때 많은 이들이 망설였다. 이제 지도를 보는 능력까지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해서였다. 그런데 막상 대중교통에서도 내비게이션이 일반화되고 자동차업체들이 출고 때부터 내비게이션을 장착하자 내비게이션은 주어진 환경이 됐다. 사람들이 내비게이션을 대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여전히 의존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운전에 보조 수단 정도로만 쓰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이 내비게이션을 자신의 무기로 쓰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이다. 가보지 않은 길로 무작정 떠나거나 평소에 다니던 길 대신 새로운 길로 들어서거나 자칫 돌아오지 못할지도 몰라 걱정하던 골목길로 들어서기도 하는 것이다. 세상이 스마트해진 만큼 그 환경을 나의 무기로 쓰는 사람의 경우는 그 스스로 스마트하게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인류 역사에 남을 혁명인 종이책을 생각해보라. 많은 이들이 책을 통해 배움을 얻었지만 리더들은 그 책을 ‘무기’로 사용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곳곳에 퍼뜨렸고 영원한 유산으로 남기기까지 했다. 스마트 기기는 철저히 도구일 뿐이다. 그 도구에 치여 살 것이냐 아니면 그것을 무기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것이냐의 차이가 한 사람 한 기업의 경쟁력을 가름하는 척도가 됐다. 혁신과 창의는 많은 정의가 있지만 공통적인 것은 ‘현재의 자원을 활용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스마트 기기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혁신가가 될 수도 있고 구경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회사도 다를 바 없다. 현재를 고집하는 한 언제 ‘20세기형 아날로그 회사’로 전락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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