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할 30대 중후반의 여성 인사부장을 찾을 때의 일이다. 여러 후보자들 가운데 4명을 추려 면담을 진행했다. 그녀들은 또래 남자들보다도 많은 연봉을 받고 있었고, 거기에다 하나같이 동안 외모의 소유자들이라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런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녀들이 가진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들은 뜻밖에도 자녀를 두고 있었다. 그것도 한명도 아닌 2~3명의 자녀를 말이다. 두 사람은 각각 3명의 자녀를, 나머지 두 사람은 각각 2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다. 교사나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요즘 세상에 직장생활 하면서 한 자녀도 아니고 두세 자녀씩이나 출산하고 또 양육하면서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들이야말로 진정한 능력자인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출산을 하고 나면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 미혼 여성들은 사회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결혼과 출산을 과감히 포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들만 보면 자녀 출산과 양육이 경력관리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설사 영향을 미쳤다고 치더라도 긍정적인 면이 훨씬 커 보였다. 미혼의 다른 여자 동료들보다도 오히려 경력관리를 더 잘 해 보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녀들이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녀들은 시작부터 달랐다. 그녀들이 선택한 회사는 외국계 기업이었다. 그 중에서도 여성근무자가 많은 회사들이었다. 이런 회사들은 기혼여성들에게 친화적인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출산하기를 몇 번씩 반복할 수가 있다. 출산휴가를 당당하게 쓸 수 있고, 필요하면 휴가기간을 몇 달씩 늘릴 수도 있다. 환경적인 면에서 보면 회사에서의 지원뿐만이 아니라 친정어머니와 도우미 아주머니, 남편 등 측근들의 협조와 도움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한편, 그녀들의 공통점 중의 다른 하나는 현재 직장에서 10년 이상 근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명한 그녀들은 알고 있었다. 사람과 업무가 익숙한 곳에서 근무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고, 노력대비 좋은 성과를 끌어낼 수 있고,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지를 말이다.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기가 어려워 회사를 그만두고 공백기를 갖게 되면 사실상 재취업하기가 어려워진다. 설령 재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정규직으로 근무하기보다는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고, 또한 업무의 질적인 면에서도 전과 같은 수준으로의 복귀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할 계획이라면 출산과 육아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기간에는 업무강도를 좀 줄여서라도 직장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장생활을 오래하고 싶고, 아이도 2명 이상 출산하고 싶은 미혼 여성들에게 사회초년생일 때부터 가족친화적인 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할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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