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은 회계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해였다. 국내 상장사들과 금융기관들은 2011년 1월 1일부터 국제회계기준을 받아들여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회계기준을 받아들였으니, 회계교수인 필자는 당연히 기업들이 어떻게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는가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기업의 보고내용을 보고 있자면 걱정이 앞선다. 매출보다 큰 영업이익 한 코스닥 상장회사의 사례를 살펴보면 2011년 3분기 보고에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8억 4,800만 원, 75억 4,900만 원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도와 비교할 때 매출 11.5%, 영업 이익 562%가 증가한 것이다. 매출이 증가하면 영업이익은 조금 더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처럼 빠르게 증가 하지는 않는다. 이 회사의 경우 매출 총액보다 더 많은 이익을 영업으로부터 창출했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에 대하여 회사의 관계자는 "한국 채택 국제회계 기준(K-IFRS)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제회계 기준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할 것 일까. 영업이익 산출의 자율성 국제회계기준은 규정(rule)보다는 원칙(principle)을 강조하며,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을 더욱 중요시한다. 기업마다 처해 있는 환경이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규칙은 기업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따라서 국제회계기준은 원칙이라는 틀 안에서 기업들이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회계 규칙을 적용하여 재무제표를 작성하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과거에는 영업이익에 포함되어야 하는 항목이 정해 져 있어 모든 기업이 동일한 방법에 의해 영업이익을 계산 보고하였으나, 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에서는 영업이익을 필수 적으로 보고하되 영업이익의 산출에 포함하는 항목은 기업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모든 기업이 영업이익을 손익계산서상 구분 표시하고 있으나, 영업이익의 산출에 포함 하는 항목은 기업에 따라 다르다. 국제회계기준에 대한 오해 혹자들은 영업이익의 계산에 포함하는 항목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 큰 문제점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필자는 진짜 문제점은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기업마다 영업 및 산업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영업이익에 포함되는 항목은 서로 달라질 수 있고 달라져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실질적인 이익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 이것이 국제회계기준이 원칙을 강조하고 기업의 자율을 강조한 이유이다. 따라서 기업의 의무는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영업이익의 계산을 위해서 어떤 항목이 포함되어야 하고 각 항목을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점은 기업들이 이러한 국제회계기준의 본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영업이익을 최대한 많이 보고하려는 데 있다. 영업이익은 지속가능한 이익 일반적으로 영업이익이 기업분석에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로 간주되어 온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회계자료는 과거의 기록이다. 회계의 여러 항목들을 자주 발생하지 않는 비반복적인 항목들과 계속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지속되는 항목들로 구분하면, 계속 반복되는 지속적인 항목 들을 통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 요소로 여겨져 왔다. 영업이익은 이와 같은 지속성의 속성을 가진 항목들로 계산되어야 한다. 또 다른 이유는 기업의 활동은 영업활동, 투자활동, 그리고 재무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영업이익은 이 중 가장 기본적인 기업의 활동인 영업활동에 대한 성과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단순히 영업이익이라는 이름의 이익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주 활동인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지속가능한 이익을 영업이익으로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이해하고 보고하는 기업은 매우 드문 것 같다. 앞서 언급한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고정자산을 매각함으로써 발생한 매각이익 62억 원을 영업이익에 포함시켰다. 이를 뺀다면 3분기의 영업이익은 13억여 원으로 줄어든다. 이 유형 자산처분이익은 비반복적, 비지속성의 이익으로 영업활동의 결과라기보다는 투자활동의 결과이다. 그런데 이런 관행은 이 회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 3분기에 함께 발표한 다른 기업들의 경우에도 A기업은 소송승소공탁금등을, B기업은 자회사의 유형자산처분이익을 기타영업수익으로 반영함으로써 큰 폭으로 증가된 영업이익을 보고한 바 있다. 회계지식이 필요한 이유 기업이 올바른 영업이익을 보고하지 못한다면, 기업의 회계 정보 이용자들은 기업 영업이익이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지속 가능한 이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조정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비반복적, 비지속적 항목으로 투자활동이나 재무활동과 관련 된 것을 제외시켜야 우리가 원하는 영업이익을 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신용평가사는 ‘조정 영업이익’을 따로 계산하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도 주석에 이 정보들이 요약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회계를 이해하기 위하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한 회계교수 는 “과거의 재무제표는 객관식 단답형이라면, 국제회계기준하에서의 재무제표는 주관식 논술형”이라고 묘사하기도 한다. 이 표현을 통해 한 가지는 확실해진 것 같다. 앞으로는 더 많은 회계지식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종수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연세대학교 학사, 석사 △ University of Pittsburgh 회계학 박사 △ 공인회계사, 금융위 회계제도 심의위원회 위원,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한국회계기준원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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