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원들을 스카우트하려는 기업들이 많다. 초일류 기업에서 쌓은 경험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S그룹 이나 D그룹등이 그동안 삼성 임원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 왔다. 그러나 성과는 천차만별이었다. 예상보다 성과가 좋지 않았다고 하는 기업들도 꽤 있다. 풍부한 경험, 넓은 시야, 철저한 교육을 거친 삼성 임원들이 다른 회사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스템이 움직이는 조직 한 컨설팅 회사 임원의 말이다. “삼성은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이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을 갖춘 회사는 국내에 별로 없다.” 탁월한 능력이 있는 삼성 임원이라도 시스템이 없거나 미비한 회사에서는 역량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삼성은 시스템을 중시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시스템이 많은 문제를 해결해주면 임원들은 10년 후 신수종 사업 등 장기적이고 원대한 구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과 매뉴얼은 삼성의 가장 큰 강점이 됐다. 이는 ‘관리의 삼성’ 이라 불리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이 시스템은 포괄적 개념이다. 단순한 매뉴얼이 아닌 인재와 지식,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포함한다. 탄탄한 교육을 받은 젊은 인재들이 임원들을 지원한다. 현안이 생기면 전 세계 직원들이 축적해 놓은 정보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도 있다. 국내에 삼성만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회사에 간 삼성 임원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스템뿐 아니다. 기업들이 갖고 있는 단기적 사고다. A 사로 옮겼다 그만둔 한 전직 삼성 임원은 “시스템을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기업들은 당장 성과를 내길 원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최소한의 시스템을 구축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 다는 것이다. 임원을 통해 삼성의 문화를 들여오는 것이 아니 라 단기성과를 목표로 한 스카우트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바르셀로나에서 더 강한 메시 시스템의 지원은 기업 임원뿐 아니라 스포츠 스타들에게도 필요하다. 스페인 FC바르셀로나의 스트라이커 리오넬 메시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현존하는 최고의 축구 선수 중 한 사람 으로 평가받는다. 2011~2012시즌 73골을 넣었다. 경기당 1.258 골이라는 경이적 기록이다. 바르셀로나에서는 통산 327경기 출전에 257골로, 경기당 평균 0.78골에 이른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활약할 때는 성적이 뚝 떨어진다. 통산 69경기에서 23골을 넣었다. 평균 0.33골로 바르셀로나 기록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때 “국가대표에는 맞 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차이에 대해 한 축구 전문가는 “메시는 소년 시절에 바르셀로나로 건너와 어린 시절부터 현재 주전 멤버들과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메시에게 바르셀로나 팀의 분위기와 수년간 함께 뛴 동료들은 시스템 이었다. 많을 때는 바르셀로나 주전멤버 11명 중 8명이 유소년 팀 시절부터 함께 뛰었다. 한 스포츠 전문지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팀에는 골 배달부인 사비가 없다”고도 했다. 끊임없이 메시에게 어시스트하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사비는 지원부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셈이다. 이 모든 것이 메시를 스타로 만든 시스템이다. 축구뿐 아니다. 증권업계도 마찬가지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보리스 그로이스버그 교수는 직장을 옮긴 스타 애널리스트의 실적을 분석했다.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이 이직 후 좋지 않은 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의 문화와 지원부서의 역할, 동료 등이 모두 시스템으로 작용한 셈이다. 애플의 신화, JC페니에서 고전 글로벌 기업에서도 스카우트의 실패는 종종 일어난다. 임원등 경영진을 잘못 데려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최근 휴렛 패커드(HP) 등 많은 IT기업들이 경영진을 영입했다가 실패를 맛봤다. 때로는 경영진 영입이 회사의 존망을 좌우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최근 미국 비즈니스계에서는 JC페니가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3대 백화점체인 JC페니는 작년 11월 애플의 유통부문 수석 부사장 론 존슨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존슨은 애플 신화의 주역 중 한 명이었다. 매장에 고객을 위해 ‘지니어스바’ 를 만들고, 단일 가격 정책 등을 통해 현재 애플 매장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존슨이 온다는 소식에 JC페니 주가가 급상승하기 도 했다. 투자자와 고객의 기대는 컸다. 존슨은 JC페니를 바꿔갔다. 5년간 호흡을 맞춰온 광고대행사 사치앤사치를 다른 회사로 교체했다. 또 전체 인력의 10%를 해고했다. 대부분의 경영진이 바뀐 것은 물론이다. 판매 담당자들 에 대한 커미션도 없앴다. 세일도 폐지하고 복잡한 가격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고객들은 새로운 가격정책을 이해하지 못했다.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 JC페니 매출은 감소했고 주가는 급락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존슨이 교체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시스템을 갖출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애플의 신화가 백화점 업계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인지 월가의 궁금증은 커지고 있다. 그로이스버그 교수는 “스타급 직원 을 영입할 때는 회사는 어떤 사람이, 어떤 조건에서 특별한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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