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방이 있나요?” 최종인터뷰를 통과하고 연봉협상 중이던 후보자가 이른 아침 전화를 걸어와 이같이 물었다. 이는 본인이 근무할 업무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이 후보자는 외국계 기업의 인사부 부장으로서 직원들과 빈번하게 면담을 해야 하고 연봉을 조정하는 비밀스러운 일도 담당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방이 필요하며, 지금 회사에서도 이러한 업무적 특성을 인정해 주어서 독립된 업무공간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직하는 회사에서도 전용 업무 공간을 제공해 줄 것을 바라고 있었다. 사실, 임원급이 아니면서 전용 업무공간을 제공해 달라고 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요청이기는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소식을 들은 기업 쪽에서는 난색을 표했다. 이 기업의 정책상 방은 임원급에게만 제공되었다. 인사부 부장이라고 해서 회사의 정책에 서 예외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회사의 정책을 누구보다도 잘 따라야 하는 인사부장 후보자가 자신에게 예외조항을 적용한다는 것에 대해 회사 측에서는 다소 불편한 심기를 전해오기도 했다. 물론 후보자의 입장에서는 이직을 한 후에도 자신의 업무를 좀 더 충실하게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에 회사 측에 그런 환경을 제공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다. 이럴 경우, 회사는 마음에 드는 후보자를 영입하기 위해 회사 정책에 예외 조항을 만들지는 않는다. 자신이 누렸던 것들을 모두 챙기려고 하는 후보자보다는 이직하는 회사의 기업문화와 정책을 존중하고 자신이 맞추려고 하는 태도를 기대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것처럼 그 문화와 정책이 맞지 않으면 이직 프로세스에 과감하게 브레이크를 밟아 더 이상 진전시키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사이다. 결국 ‘방’을 양보한 후보자는 그 아쉬움을 연봉으로 보상받기를 원했다. 다행이 이 기업은 회사의 정책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지만 연봉에 있어서는 유연함을 가지고 있어서 후보자가 희망하는 연봉을 충족시켜주어 잘 마무리가 되었다. 지나고 나서 보니, 오히려 ‘방’사건으로 인해 후보자는 연봉을 기대이상으로 높일 수 있 었다. 이 후보자가 ‘방’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연봉은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그가 운이 좋았던 것은 그가 이직하려는 회사가 연봉에 대해서는 후보자의 기대를 충분히 반영하는 정책을 가졌기 때문이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었기 때문에 그는 기대 인상의 연봉을 받으며 이직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후보자가 연봉규정이 확고한 국내기업에 지원했다면 이런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이직 시의 연봉협상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이직할 기업의 정책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연봉협상이 가능한 회사인지부터 확인해 봐야 한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회사는 연봉협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단지 연봉통보가 존재할 뿐이다. 요즘 이직 현장에서는 보통 전체연봉의 10%선 정도가 인상된다.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때 따져 보아야 할 것은 같은 연봉이라도 기본급과 인센티브의 비중이다. 인센티브는 기업의 실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면 기본급의 비중이 큰 것이 더 유리 하다. 그리고 복리후생면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한편, 기본급이 비슷비슷하더라도 야근수당, 자기계발비, 휴가비, 통신요금, 자녀 학자금, 주택대출금, 가족보험 등등의 지원여부에 따라 생활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회사 측에 더 요구하라는 말이 아니라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은 내가 받는 연봉의 최소 3배 이상의 밥 값을 해야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현실이다. 회사에게 받을 것에만 욕심내지 말고 어떻게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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