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즉통(窮則通)’이란 말이 있다. 궁지에 몰려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결국엔 헤쳐 나갈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 말의 연원은 꽤 깊다. 주역(周易) 계사전 하편 제2장에 나온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가 원문이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간다’는 뜻이다. 수천년 된 말이지만 이처럼 변화와 혁신의 요체를 잘 표현한 글도 드물 것이다. 좀 더 풀어 놓으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궁지에 몰리게 되면 우리는 할 수 없이 변해야 한다. 변화에 성공하면 새로운 모습으로 세상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될 때 개인이나 조직은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찾게 된다. 공급과잉과 치열한 경쟁 등으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가정해보자. 시장이 요동치고 고객의 마음이 바뀌면 회사는 할 수 없이 변해야 한다. ‘궁’은 요즘말로 풀이하면 ‘혁신 압박’이라고 할 수 있다. 혁신하지 않으면 시장을 놓칠지도 모르겠다고 판단한 기업은 변화, 즉 혁신을 추진하게 된다. 어려움이 있어야 혁신 기회 생겨 새 상품을 내놓고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 상품포트폴리오를 전면 재정비하게 된다. 기존 것에 비해 기능은 같으나 더 값싼 신상품이 나오면 떠났던 고객도 찾아오고 시장도 반응을 보이게 돼 있다. 그럴 때 상품의 가치가 시장에서 통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혁신에 성공한 기업은 그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시장에서 오래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변화 DNA를 키워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주역에서 말하는 변화원리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바로 곤궁하다는 의미의 ‘궁’자다. 모든 변화의 출발점은 어쩌면 편안하고 잘될 때가 아니라 가장 어렵고 위기에 몰렸을 때라는 얘기다. 등이 따뜻하고 배가 부르면 누가 변해야겠다고 생각하겠는가. 춥고 배고플 때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변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그러니 지금 스스로 괴롭고 어려운 처지에 있다고 해서 위축될 이유가 없다. 바로 그것이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워 시장에서 큰 소리를 치고 회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주역에서 말하는 변화의 핵심인 것이다. 빚에 몰려 걸작 쓴 대문호 실제 인류를 대표하는 걸작들도 대가들이 가장 곤궁할 때 출현하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를 보자. 도박을 좋아했던 그가 빚에 몰려 쓴 것이 바로『죄와 벌』,『백치』같은 걸작인 것이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서비스업체로 다시 태어난 IBM도 컴퓨터 산업에서 완전히 추락하자, 할 수 없이 모든 것을 뜯어고치고 살아난 경우다. GM이나 도요타 같은 세계적 자동차업체들에는 2008년의 경제위기가 담금질의 기회가 됐을지도 모른다. 물론 궁한 처지를 비관하고 남의 탓만 하는 경우에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는다. 어려울 때일수록 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용기가 없으면 망하는 길밖에 없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정당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그러니 곤궁한 처지를 탓하지 말라. 지금의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두려워 말라. 그 속에 우리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 숨어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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