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보상 구성요소 중 연봉 다음으로 많이 지출하는 항목이 퇴직금임에도 불구하고, 직원은 그 가치를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퇴직금에 대한 비용대비 인식이 낮은 이유는 퇴직금이 퇴직 시 누구나 받는 법정 복리후생이고, 금액 산출방식도 이미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성장 시대에서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안전하고 당연시 되던 퇴직금이 체불되는 사례가 생겨났고, 수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시행된 퇴직연금은 어떤 상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급액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직원들이 인식하면서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2012년 한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타워스 왓슨 코리아의 ‘글로벌 인적자원 연구’에 따르면, 직장인의 28%만이 은퇴 후 재정적인 준비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는데, 이는 전 세계 평균 45%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이다. 현재 직장의 퇴직연금 제도에 만족하는 직장인은 불과 30%로 전 세계 평균인 46%보다 낮았으며, 안정적인 퇴직연금을 위해 월급에서 더 많은 금액이 공제되어도 상관없다고 답한 직장인이 61%나 되어 기업이 좀 더 구성원들의 필요에 부합하는 퇴직연금 운영을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래 그림은 한국 직장인의 보상항목 별 선호도를 나타낸 것이다. 왜 지금과 다른 관리가 필요한가? 퇴직연금의 운용에 대하여 고민하여야 할 시장 환경 변화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첫째,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면서 기업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상품이 원리금보장상품이었다. 원리금보장상품의 경우, 도입 초기에는 기업 입장에서 직원들에게 설득하기 수월하고 연금사업자들이 많이 권장하였기 때문에 거의 90%에 달하는 연금자산이 투자되었다. 하지만 이 상품은 표면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이나, 1년 기준으로 금리가 변동되기 때문에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도입초기인 2006~2007년 사이에는 10% 가까이 약속되었던 금리가 2012년 7월에는 4%대 중반으로 떨어졌고, 8월에는 3%대 후반으로 하락, 일반정기예금과 거의 차이 나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더불어 운용사의 입장에서도 원리금 보장을 위해 점점 펀드상품에 대한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추후 수익률 관련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더욱 높아졌다. 둘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 개정안 시행으로 2012년 7월26일부터 퇴직금 중간정산이 제한되고, 개인형 퇴직연금(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IRP)제도가 도입되면서 퇴직연금 시장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근퇴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따라, 퇴직금 중간정산은 무주택 근로자의 본인명의 주택구입, 본인 및 부양가족의 질병 및 부상으로 인한 6개월 이상 요양, 근로자 개인파산ㆍ회생절차 개시의 경우 등의 사유에만 가능하도록 제한되었다. 이로 인하여 기업의 퇴직자산은 급격하게 증대될 것이며, 이에 따라 자산에 대한 관리요구 또한 늘어날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조 단위의 자산을 원리금보장상품에만 가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적절한 운용방법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이 아닌 일반자금을 1년짜리 정기예금만으로 운용하는 기업이 얼마나 존재할까? 만약 이런 방식으로 기업의 자금관리를 한다면 이는 담당자의 해고사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형 퇴직연금은 현재 언제든지 해지가 가능하나, 정부는 노후까지 연속성을 증대하기 위하여 세제 등 여러 가지 지원을 통해 제도 내에서 유지시키려고 할 것이다. 이는 자금운용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는 개인이 노후자금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근퇴법 개정안 시행으로 기업의 책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퇴직연금 체불에 대한 처벌규정이 명문화되었으며, 가입자에 대한 운용현황에 대한 통지가 훨씬 강화되었다. 이로 인하여 기업에서는 퇴직연금에 의무사항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무엇부터 개선 할 것인가? 선진국 사례를 보면, 적절한 상품과 사업자를 선택하지 못하여 직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인사(연금)담당자를 소송한 경우가 존재한다.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외국의 경우는 연금분쟁을 대비한 보험상품도 존재한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이러한 부담을 담당자 개인에게 부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면 무엇부터 개선되어야 할 것인가? 첫째, 책임과 역할의 주체를 개인에서 조직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현재는 인사나 재무 담당자가 어떤 사업자를 사용할 것이며, 어떤 상품에 투자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인사팀과 재무팀이 협력하여 결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임 및 전결구조가 불명확하여 향후 책임소재에 대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타워스 왓슨 코리아에서 실시한 ‘2012 퇴직연금 거버넌스ㆍ모니터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75개사 중에서 단지 25%만 연금위원회가 있다고 답했으며, 실제로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고 답한 경우는 이보다 훨씬 낮았다. 미국의 경우, 평균적으로 분기별 위원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한국의 제도와 가장 유사한 일본의 경우에도 최소 반기 별로 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해외에 사업을 가지고 있는 기업의 경우, 거버넌스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부채관리의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선관주의 의무(Fiduciary duty)를 이행하지 않으면 법적 제재를 면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선진국의 경우에는 무수히 많은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 DC) 상품이 시장에 존재한다. 이 중에서 직원에게 제시할 상품을 회사에서 추천하게 되는데,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어떠한 절차를 거쳐서 객관적으로 상품을 선정하였는지 공개할 수 있어야 하며, 직원들에게 상품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여야 한다. 만약 이에 대한 준비가 빈약할 경우,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둘째, 적극적으로 가입자 교육을 실시하고 직원의 의견을 청취하여야 한다. 확정기여형(DC)의 경우, 직원 별로 제도 운영 및 상품에 대한 요구사항이 천차만별이다. 회사는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집단 별 특성(연령, 리스크 감수도, 직급, 직군, 역할 등)에 맞추어 맞춤교육을 제공하고, 수시로 의견을 경청하여야 한다. 더불어, 담당자는 다양한 정보를 확보하고 객관적 시각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또한, 사업자의 최종목적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기에, 너무 사업자에 의존적인 결정은 피해야 한다. 셋째, 퇴직연금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금융상품, 직원들의 행동, 사업자의 서비스 수준, 교육 상황, 납부 및 지급의 정확성, 법적 요구사항에 대한 충족 여부 등 다양한 사항을 항상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다면 이에 대한 개선 및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넷째, 투자에 대한 전략과 지원이 필요하다.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s: DB)의 투자전략은 현재와 같이 단기상품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금흐름, 부채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확정기여형의 경우는 최종 투자결정은 종업원이 하지만, 투자결정을 내리기 위한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사업자와 회사가 함께 제공하게 되므로 회사는 상품구성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이 퇴직연금에 대한 현황과 향후 발생 가능한 문제점들을 살펴보았다. 퇴직연금은 퇴직금과 달리, 더 이상 기업 내부만의 프로그램이 아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이 세 개의 틀로 적절히 작용하여, 우리 직장인의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 그러기에 기업도 이러한 의무를 통감하고,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이 담당자가 법정에 서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위기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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