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 인재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눈높이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최근 들어 경력직을 채용하는 데 2년 계약직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경력자의 능력과 인성을 검증한 후에 정규직 전환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채용절차가 허술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 꼼꼼하게 따진다. 면접을 보는 횟수도 기본 3번이며, 모 기업의 경우는 대표이사가 최종면접에 참석해 지원자들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보기도 한다. 면접방식도 만만치 않다. 인터뷰 도중에 업무와 관련된 주제를 주고 30분 후에 PT를 해야 하는가 하면, 일주일 전에 주제를 주고 인터뷰 중에 PT를 해야 하는 회사도 있다. 한편, 아무리 경력이 훌륭한 후보자라도 자체 인ㆍ적성 검사에서 떨어지면 더 이상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또 베테랑 면접관들의 압박면접으로 인해 혼쭐이 나는 경력자들도 적지 않다. 이럴 경우, 일관성 있는 논리가 유지되지 않는 후보자는 낙방하게 된다. 한편, 어렵게 최종면접을 통과했다 하더라도 연봉 때문에 틀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대기업일수록 자사의 연봉테이블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후보자가 기대하는 연봉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다. 다른 사람을 뽑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회사사정상 최종합격 통보를 후보자에게 하고 난 이후에도 채용을 안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후보자의 입장에서 보면 성공적인 이직을 하는 것이 점점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워진 상황이다. 즉, 이직 환경이 결코 녹녹하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현재 직장보다도 더 좋은 직장일지라도 계약직으로 옮긴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요즘의 대세는 안정적인 직장이기 때문이다. 계약기간 동안 열심히 해서 성과를 보인다고 해도 정규직 전환 시점에 어떤 변수가 생겨서 정규직이 안 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면 결정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면접 횟수가 3번이다 보니 재직 중이면서 업무시간에 면접을 보러 다니는 것도 눈치가 많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어떤 경우는 1주일에 2개의 인터뷰를 봐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반차를 쓰더라도 현재 재직 중인 회사의 상사가 눈치를 채거나 눈치를 줄만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업무 관련 PT를 준비함에 있어서도 재직 중인 회사의 비즈니스를 노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경우에는 도의적인 책임감을 느껴 지원을 포기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런 과정도 모두 감수하고 최종합격이 된 후보자들은 마치 칼자루를 자신이 쥐고 있는 양 의기양양하다. 따라서, 이들은 불안정한 계약직을 감수하는 대신에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의 기회비용을 연봉으로 충족시켜주기를 사측에 기대한다. 보통 이직 시 10~15%의 연봉이 상승되지만 이런 경우 후보자들의 기대치는 훨씬 높아진다. 물론 사측에서도 이런 욕구를 충분히 감안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제안하지만 결국 연봉보다는 안전을 선택하는 후보자들도 적지 않다. 경기가 좋지 않다. 다시 말해 기업에서도 사업을 벌이고 그에 필요한 사람들을 활발하게 채용하는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현재의 인력으로 충당하려는 욕구가 강할 뿐만 아니라 굉장히 마음에 드는 후보자가 아니라면 뽑을 이유를 못 느끼는 게 요즘 현실이다. 이럴 때 무리하게 외부에서 변화를 가지려고 하는 경력직들은 현명하지 못하다. 차라리 납작 엎드려 있으면서 현재의 직장에서 내공을 쌓는 것이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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