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필자가 몸담고 있는 그룹의 인사 커뮤니티나 외부의 인사담당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보면 인사업무 하기가 점차 녹록치 않다는 넋두리를 자주 듣는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원인을 들 수 있겠지만 필자의 소견으로는 상반되는 가치들을 밸런싱 해야 하는 환경에 기인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왜 예전처럼 상이한 가치 중 하나만 취하면 되지 다른 하나까지 고려해야만 하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모든 인사행위의 지향점, 즉 사업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From Fast Follower to the First Innovator 밀레니엄 이전까지 우리 기업의 유효한 경쟁전략은 ‘Fast Follower’였다. 즉, 부족한 기술이나 아이디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초일류기업들의 제품을 재빨리 모방하여 효율성이 높은 생산과정을 거쳐 선진기업과 거의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싼 가격에 출시하여 경쟁하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최근 애플과 삼성간의 특허소송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한국기업도 더 이상 예전의 전략을 가지고 경쟁하기는 힘들어 졌다. 이제는 ‘First Innovator’로의 탈바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Fast Follower로 만족할 수 있던 시절에는 명확한 사업전략만큼이나 사업을 뒷받침하는 인사의 방향성도 명료했다. 판매 및 생산계획에 의한 대량 채용, 연공서열로 표방되는 경험치를 존중하는 인사시스템, 개별적인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공통적인 인사관리방식 등이 별 이상 없이 잘 작동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전략의 중심축이 First Innovator로 이행하기 시작하면서 인사 커뮤니티를 향하여 다음과 같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형평성을 지킨다는 미명 아래 기존의 관습만 고수하지 말고 새로운 접근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One-size-fits-all vs. Multi-layered Model 좀 우스갯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회사에는 세 가지의 유형의 사람, 즉 후진국형, 개발도상국형, 그리고 선진국형 아이덴티티를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 표현을 좀더 가다듬자면 산업시대의 근면형 근로자, 정보화 시대의 지식형 근로자, 그리고 개념화 시대의 창조형 근로자라는 상호 특질이 상이한 세 그룹이 동일한 조직, 동일한 시점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성원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회사는 산업시대의 근면형 근로자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 즉 “모든 종업원을 동일한 기준을 가지고 대우한다”라는 가치에 기반 한 ‘One-size-fits-all’ 형태의 인사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산업시대의 근로자의 몸에 맞는 옷을 만들어 지식형 근로자, 심지어는 창조형 근로자에게까지 입을 것을 강요하니 왠지 어색하고 폼이 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미 개념화 시대에 살고 있는 창조형 근로자들은 본인이 수행하고 있는 직무특성과 개성에 맞춘 개별화된 인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 아직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따라서 인사는 지금부터라도 직무 특성이 상이한 종업원 그룹간의 세그먼트를 통하여 각 그룹간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다중(multi-layered) 인사시스템’을 개발하여 대상별로 다르게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룹별로 다르게 접근한다는 것의 의미는 각 그룹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최대할 살릴 수 있도록 전략적인 차별화(differentiation)를 시도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차별화가 구성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discrimination)로 오인되지 않도록 세심한 커뮤니케이션과 변화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Group Teamwork vs. Individual Creativity 과거처럼 물건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이 기업의 주된 업무였을 때는 개인의 탤런트나 창의성보다는 잘 정의된 업무를 오차 없이 일사 분란하게 처리하는 집단적 팀워크가 중시되었다. 그리고 그 시대에는 잘 하는 사람과 잘 못하는 사람간의 성과차이가 유의미하지 않아 개인간의 차별화가 크게 요구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식정보화 사회를 넘어 개념화 사회로 이행되고 있는 요즘에는 뛰어난 창의성을 바탕으로 지속적 사업성과를 창출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백배 심지어는 천배의 차이가 될 수도 있다. 기존의 집단적 팀워크를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창의와 자율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졌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을 평균적, 획일적으로 대우하는 현행 인사시스템은 창의적인 인재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점차 좁게 만들고 있다. 그럼 이제 남은 이슈는 창의적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일, 즉 창의적인 인재는 무엇을 통하여 동기부여 되는가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