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도 청년들의 한숨 소리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 9월부터 시작한 대기업들의 공채는 11월 초면 거의 마무리되고, 연중 수시채용과 더불어 대기업의 채용시즌을 피해 채용시장에 나선 중소ㆍ중견기업들도 12월이면 큰 규모의 채용은 거의 끝난다. 아직 연말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 한숨 소리를 예측한다는 것은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여기겠지만 대학생들의 취업현장에서 온몸으로 예감하고 있는 관계자로서는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입사지원서가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탈락’의 줄임 말인 ‘서류광탈’이란 취업신조어가 있는데 올 채용시장이 꼭 그 모습이기 때문이다. 올 채용시즌이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대기업들의 채용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늘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채용시장 현장에 있는 대학의 취업관계자들은 그것이 정부나 정치권 등의 압박에 못 이겨 신음처럼 내놓은 기업들의 공염불임을 잘 알고 있었다. 장밎빛 전망을 해마다 되풀이하는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 대해 ‘어설픈 희망을 갖게 만드는 사기극’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국내 경제성장률도 바닥에서 머물러있는데, 하물며 이미 도래한 ‘일자리 창출 없는 성장’, ‘저성장 고실업 시대’에 어떻게 양질의 일자리가 크게 늘 것이라고 기대하겠는가? 그렇다면 청년 실업률을 확 끌어내릴 묘수는 과연 없는 걸까? ‘신성장 동력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공공서비스 확충을 통한 일자리 창출’, ‘법정노동시간 준수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청년 일자리 해결을 위한 경제주체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 현재 대선 후보들의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일자리 창출 공약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어느 후보도 뾰족한 해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누구나 댈 수 있는 정답이지만,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너무나도 공허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참에 서구 선진국의 청년실업 해소책을 배워보면 어떨까? 그러나 이마저도 난망이다.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을 보면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6.7%이다. 그에 비해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럽 경제 위기의 한복판에 있는 남유럽 국가의 청년 실업률은 53%로 재앙 수준이다. 청년 두 명중 한 명이 실업자인 셈이다. 특히 지난 9월 유럽 통계청이 발표한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청년 실업률도 26%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거의 4배 높은 수준으로 ‘정말 서구 선진국들이 그럴까?’,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맞는 걸까?’할 정도의 청년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도 유럽에 비해서는 낮지만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높은 15%의 청년실업률을 보이고 있어 학자들은 현 청년세대를 ‘잃어버린 세대’라 일컫는다. 이럴 때 대학 현장에서 세계경제의 부활이나, 정치인 혹은 대선 후보들의 획기적인 일자리 창출 공약이 나오기만을 기다린다는 것은 바로 자멸로 향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들은 무엇을 해야 이 청년실업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최근 예술계열 대학교에서 가진 취업대책 토론회의 참여와 담당자와의 면담 등을 통해 대학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방향성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 예술계열 대학의 경우 계속되는 학생의 자살로 충격에 빠져 요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우울증 예방에 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그 우울증에 대한 근본 원인이 예술분야의 뜨거운 경쟁의 심화로 인한 진로의 불안에 있다고 판단되면서 학생들의 진로설정 및 지도, 취업지원 등이 시급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고 한다. 학생들이 중고교 시절부터 자신이 전공한 예술분야에 전념하여 왔고, 그 분야에서 성공하겠다는 진로만을 설정하였기 때문에 역량 및 적성, 적합성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예술계열 전공 및 대학들은 취업률에 연연하지 않거나 방관하여 왔다. 사회적으로 청년실업의 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예술계열 전공은 제한적인 정규직 일자리의 규모나 제도 등으로 인하여 공식적인 취업률은 형편없지만 프리랜서, 개인레슨 등 일자리를 쉽게 얻을 수 있거나, 예술분야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제외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그러나 점차 교육과학기술부 등 정부에서 대학 취업률을 ‘대학재정 지원사업 평가’에 크게 반영하기 시작하였고, 급기야 ‘재정지원 제한대학 및 부실대학 선정’에 적용하면서 예술계열 대학이나 전공들이 있는 대학들도 예술계열의 취업률이 대학의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요소로 등장했다. 하지만 몇몇 예술계열 대학을 필두로 많은 예술관련 대학 및 단체들이 교육과학기술부에 집단적인 반발을 하였다. 예술마저 시장경제논리에 맞춰 단순한 취업률 경쟁체제로 내모는 것이 문화예술발전에 역행한다는 반론이었다. 이에 여러 보완책을 제시하여 임시방편적으로 무마한 상태지만 차후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예술분야는 취업과 무관한 것일까? 순수학문 및 예술분야라 하더라도 직업준비 교육이 연계된 교과과정이 병행될 때 비로소 대학의 기능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이 직업훈련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취업의 문제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음악과 디자인 및 미술분야에서 미국 최고 교육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는 줄리어드 음대 및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드 스쿨의 경우 취업교과목의 개설은 물론 학생 자신이 공연을 기획하고 마케팅 및 홍보, 공연 후 재정에 이르기까지 한 학기 동안 현장실습을 한 후 지도교수의 평가를 통해 사회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보고 있다고 한다. 청년실업률이 22.7%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프랑스도 최근 법으로 대학의 직업 중심 진로설정 지원을 의무화하였다. 자율성을 근간으로 하는 프랑스 대학에서 이렇게 변화한 이유는 분명하다. 심각한 청년실업이라는 사회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공 및 상경계열은 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실용적인 교과과정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으나, 그 외의 학문분야는 교과과정은 물론 현장실습마저도 외면하거나 기업으로부터 외면당하는 현실에서 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년실업의 문제가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사회보장제’ 보다는 ‘가족보장제’에 더 많이 의존함으로써 덜 심각하지만, 오래지 않아 매우 심각한 문제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뿐만 아니라 정부, 사회, 기업 등에서의 지원 및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물론 대학에서는 한층 더 학생들의 진로지도 및 취업에 집중하여 지원하는 체제를 갖춰야 하며, 현장실습 등 기업과의 협력에 힘써 나가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묘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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