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웠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11월, 한 해 동안 이룬 성과를 정리하고 되돌아 볼 시점이다. 즉, 기업, 개인 모두 자기 성찰(Self-Reflection)을 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기업에서는 연말ㆍ연초에 ‘성과 평가’라는 이름으로 자기 성찰을 하고 있다. 우리 회사가 일 년간 얼마나 잘 했는지 전사 성과를 검토하고 점검하며, 각 사업ㆍ지원 본부들은 담당 사업ㆍ지원 활동의 성과들을 성찰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팀과 팀원들은 우리 팀의 성과, 내가 담당한 업무에서의 성과를 판단해야 한다. 우리 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평가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회사 전체나 사업ㆍ지원 본부, 팀으로 이어지는 조직성과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은 논의나 관심이 부여되지 않고, 개인들의 성과 평가 결과에 지나치게 담론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얼마나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개인성과를 평가하는지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사실 우리 기업들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개인성과 평가’를 위해 강조하고 노력하는 영역들, 예를 들어 정교한 성과 지표 개발, 성과ㆍ역량 평가 비중, 역량 평가 활용 여부 및 정도, 평가 프로세스 상의 제도적인 장치, 1차 평가자 및 2차 평가자의 구조, 평균과 표준편차를 활용한 평가 비율 조정 등은 글로벌 선진 운영 체계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들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이러한 부분은 전적으로 평가자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신뢰하면서 해결한다. 성과 평가라는 것은 어떤 진리를 도출하기 위한 정교한 작업이라기보다, 조직과 개인이 대화를 통해 지난 성과를 성찰하고 배우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복잡하고 정교한 제도 장치를 과감히 생략하고, 평가자에게 무한한 권한과 신뢰를 부여하여, 성과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 과정에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글로벌 선진 운영 방식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기업들은 평가자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성과 평가 시 어떤 점들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가? 다음 다섯 가지 내용을 중심으로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보다 의미 있는 성과 관리 및 평가가 이루어 질 것이다. 1. 성과, 그 자체를 연구하고 배우라. 성과 결과 자체에 대해 분석하고 연구하여야 한다. 성과 관리의 목적이 ‘보다 더 높은 성과 창출'이라는 것을 상기할 때, 성과 결과를 논의하고 그것으로부터 배우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과거를 쉽게 잊는다고 한다. 미래 지향적으로 과거를 빨리 잊고 새로운 것을 전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난 역사를 통해 우리가 중요한 교훈을 배우듯, 과거와 올해의 성과 결과를 통해 미래에 대한 혜안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지표들이 어떤 성과 추이를 내고 있는지, 어떤 지표상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 다른 지표상에서 바람직한 모습이 만들어 지는지, 갑작스러운 성과 변동이 있다면 이유가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복잡한 통계기법으로 분석을 위한 분석으로 치닫을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내용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하고 교훈을 얻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비즈니스 리더뿐만 아니라 조직을 맡고 있는 리더라면 지난 성과를 통해 교훈을 얻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2. 성과 관리와 평가를 통해 기업의 비전과 전략을 전달해야 한다. 성과 관리와 평가는 기업의 비전과 전략을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툴이다. 만약 성과 관리와 평가 과정에서 회사의 미션과 비전, 전략을 언급하지 않거나 상기시키지 않았다면 가장 중요한 내용을 놓쳤다고 봐야 한다. 에이온 휴잇이 진행하고 있는 ‘한국 최고의 직장(Best Employers in Korea)’ 연구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최고의 직장(The Best)의 리더들은 기타 참여기업(The Rest) 대비 조직의 목표에 대해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으며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가 조직성과에 어떻게 이바지하는지 명확히 설명할 수 있다고 응답하였다. 성과 관리, 평가를 통해 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내고자 한다면 반드시 비전과 전략을 해석하여 조직과 개인의 성과에 의미를 부여해 주어야 한다. 3. 결과와 가치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사람을 평가하지 말고 그 사람이 만든 성과 결과를 측정해야 한다. “평가할 필요없이 우리 사람들을 다 잘 알고 있다”, “성과 평가를 너무 정확히 하면 조직 관리가 어렵다”는 등의 표현들은 사실 ‘나는 조직장으로서 성과 관리 리더십이 부족하며, 결과를 평가하지 못하고 사람을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결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동시에 결과를 도출해 낸 과정 역시 평가한다. 과정을 평가할 때는 얼마나 일을 열심히 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해당 구성원이 보여준 기업 가치(Corporate Values)의 구현 정도, 즉 리더십을 평가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개인의 성과 평가를 통해 최종 등급을 결정하는 전형적인 예시이다. 개인이 연간 이루어낸 성과 수준을 평가하고 동시에 그 과정에서 회사의 가치를 얼마나 구현하며 이루어 냈는가를 동시에 고려한다. 이를 통해 회사가 믿는 바람직한 방식으로 성과를 내도록 구성원들에게 커뮤니케이션하고 동기부여한다. 4. 연말에는 이미 성과 평가가 끝나 있어야 한다. 연말에 성과 평가를 준비하고 시행하지만, 실질적인 평가는 이미 끝나 있어야 한다. 성과 평가의 핵심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No Surprise’이다. 즉 놀라운 상황이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평가는 연중, 연말에 한시적으로 진행되는 연례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과정(continuous process)인 것이다. 연중에 이미 성과 결과에 대해 지속적으로 코칭과 피드백을 주었기 때문에 평가자나 피평가자 모두 올해의 성과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야 한다. 연말 평가는 연중에 형성된 공감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서로 동의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잘 된 것은 인정하고 부족한 것은 성찰하여 교훈으로 삼으면 된다. 5. 연말에 강조할 것은 내년 성과 및 개발 계획 (Development Plan)이다. 연중에 실질적인 평가를 다 해 놓고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면, 연말 성과 평가는 그리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연말에 진행되는 성과 평가 미팅에서는 무엇을 강조해야 하는가? 선진 운영 사례는 연말 성과 평가와 차년도 성과ㆍ개발 계획을 통합하여 진행하고 있다. 대화의 흐름을 보면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성과평가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물론 연초에 별도의 목표 설정 과정이 진행되면서 이러한 내용들이 보다 명확해지겠지만, 기본적인 내년도 성과방향이나 개발 계획의 주요 내용들은 연말 성과평가 대화에서 논의되고 공유된다. 이러한 논의들은 개인의 경력개발과 교육훈련, 육성과 연계되어 활용된다. 우리 기업들이 그 동안 평가 개선을 위해 노력했던 지표 개발, 프로세스 구축,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한 장치들은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고찰하고, 이제는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성과 관리 및 평가, 글로벌 운영 시 통용되는 성과 관리 및 평가를 구현하는 것이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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