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은 이미 시작되었다. 올해는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기 시작한지 4년째가 되는 해로, 이들의 집단 퇴직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혼란이 야기되는 첫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전쟁 이후 출산율이 급증한 1955년부터 산아제한정책으로 출산율이 크게 둔화된 1963년까지 출생한 인구를 가리킨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729만 명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인구집단이다. 이들이 부양하는 가족까지 고려한다면 베이비붐 세대 퇴직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인구수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 취업자의 47%, 경제활동인구의 46.4%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또 한 번 우리사회에 큰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생산현장에서는 기술단절 등으로 인한 성장잠재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핵심계층인 이들의 퇴직은 국가재정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저축률하락으로 투자가 위축되고 미래성장률을 잠식할 위험이 높다. 이는 고스란히 그들의 자녀인 ‘에코베이비붐세대1)’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다. 1) 에코베이비붐세대 : 1979년부터 1985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로 베이비붐세대의 자녀세대 개인적인 측면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우리나라 고도 성장기에 취업하여 한국경제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성장에 따른 진통을 목격하고 체험한 세대이다. 부모봉양과 자녀부양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이 세대의 수입은 대부분 부모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로 지출되었으며, 자녀의 결혼비용도 당연히 자신이 책임져야 할 몫으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 본인에 대한 자식의 부양의무에 대해서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평생을 직장에 충성하며 ‘직장형 인간’으로 살았다. 휴일근무, 초과근무를 당연시 여기며, 회사와 조직에 대해 충성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일만 하다가 어느 날 은퇴를 맞게 되었다. 준비 없는 은퇴는 비참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준비 없는 퇴직 베이비붐 세대의 80% 이상이 퇴직 후에도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젊은 세대보다 신기술 습득이 느리고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 개발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업무 추진에 대한 적극성이나 체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편견이 존재한다. 이런 어려움에 더해 청년구직자에 비해 임금은 더 높기 때문에 재취업에 성공할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 재취업을 못할 경우, 무턱대고 창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하거나 사기를 당해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재산마저 탕진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렇듯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은 가계소득의 감소와 자녀교육문제로 이어져 가정파탄과 사회적 범죄, 자살 등 심각한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문제는 준비 없는 퇴직에 있다. 이들은 학창시절 직업에 대해, 경력관리에 대해 배워본 적이 없다. 또한 퇴직이후에 대한 방향설정이나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지 못한 채 퇴직하게 됨으로써 심리적으로 더 불안한 상황을 경험하게 되며, 고용가능성은 더욱 낮아지는 것이다. 퇴직 전 전직지원서비스, 퇴직 후 재고용 활성화 필요 방법은 이들이 준비된 퇴직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에서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재취업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베이비붐 세대를 위해서는 사전에 미리 자신에 대해 탐색하고 재취업에 대한 정보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이 실업으로 인한 불안과 두려움 등 퇴직으로 인해 중고령층이 겪는 심리적인 문제를 완화해 줄 수 있다. 벨기에의 경우 45세 이상 퇴직자에 대해 전직지원서비스를 의무화하고 있고, 선진국 대부분이 정부나 기업 주도하에 퇴직 전 전직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우리나라처럼 단순알선위주의 서비스가 아니다. 퇴직자의 지식과 경력은 물론 심리적 측면까지 고려한 전문화된 전직지원서비스이다. 퇴직 이전의 경험과 지식,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직업을 탐색하고, 퇴직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 등을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퇴직자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노동시장에서의 고용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전직지원서비스가 우리 기업들에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전직지원서비스에 대한 필요성 및 인식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며, 노사협의를 통한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은 물론 고용의 당사자인 노조의 적극적인 참여와 사회적 고용안정을 바라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최근 노사합의를 통해 퇴직자지원프로그램을 시작한 현대중공업과 코레일은 좋은 사례이다. 한편 재취업이 가능한 일자리에 대한 예측가능성 또한 높여야 한다. 기업을 상대로 중장년층 인력에 대한 수요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여 수요가 높은 업ㆍ직종 및 취업률이 높은 업ㆍ직종을 선정하고, 선정된 업ㆍ직종에 취업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 등을 지원한다면 베이비붐 세대의 재취업 지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베이비붐 세대가 원하는 퇴직 후 진로는 무엇일까.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50%이상이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 계속해서 다니는 것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30년 이상을 한 직장에서만 몸담고 있는 경우도 많다. 퇴직 후 전혀 모르는 다른 분야로 도전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히 두렵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들이 원하는 것처럼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니게 해주는 방법이 바로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 파트타임 재고용의 방법이다. 임금피크제는 정부에서 기업들에게 권장하고 있고 공기업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점차 도입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도입율은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제도적 지원방안이 보완되어야 한다. 정년연장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이나 독일, 프랑스 등 많은 선진국들도 정년연장을 했거나 추가 연장을 검토하고 있어서 우리나라도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문제가 부각이 될수록 정년연장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기업이나 베이비붐 세대 퇴직자 모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안이 바로 퇴직 후 계약직이나 파트타임으로의 재고용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서도 이 방법이 증가하고 있다. 중고령자 중에는 퇴직 전처럼 종일 근무를 하기보다는 건강을 위해 또는 여가활동을 병행하고 싶어서 시간제 근무를 선호하는 퇴직자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이 경우 기업측면에서도 자사에서 오랜 경험이 있는 분들을 적재적소에서 낮은 임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주로 기업의 역사와 제품을 홍보하는 업무, 기술이전이 필요한 생산기술파트, 풍부한 인맥을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파트, 직원들을 교육하는 교육, 연수부문 등이 효과적인 직무분야일 것이다. 최고의 노후준비는 일자리 우리나라는 세계경제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부상했지만, OECD회원국 중 자살률 1위, 그중에서도 60세 이상 노인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노인자살의 주된 원인은 가족붕괴로 인한 정서적 소외감과 사회적 역할 상실 그리고 대인관계축소로 인한 사회적 소외감이라고 할 수 있다. 평생을 출근하던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갈 곳이 없어지고 남에게 줄 명함이 없어졌을 때의 상실감과 소외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런 면에서 지난해 11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은 반가운 측면이 있다. 퇴직 전에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장년근로자에게 근로시간 단축청구권을 부여하고, 대기업 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직지원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하도록 한 것이다. 전직지원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충분하다. 이제 법과 제도로 세밀하게 지원하는 것만이 남았다. 지난 대선 때 장년층 취업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중장년층의 ‘인생이모작’을 활성화하겠다는 후보도 있었고, 은퇴자 일자리 매칭시스템을 통해 퇴직근로자의 고용을 확대하겠다는 후보도 있었다. 이러한 공약이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중장년층의 재취업이 가능한 일자리 확충, 중고령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임금피크제, 정년연장, 퇴직 후 파트타임 활성화 등의 기본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 후 비참한 삶을 살지 않도록 노사정 모두가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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