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 개편안을 발표한 뒤 말들이 많았다. 새로운 부처도 생기고 통합된 지 5년 만에 다시 살림을 차려야 하는 곳도 있으니 왜 혼란이 없겠는가. 정부 개편안을 보면서 정말 걱정된 것은 ‘융합’이라는 시대적 화두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인수위원회가 내놓은 개편안을 ‘최적’이라고 생각하는 한 새 정부가 출범하면 부처 간 협력보다는 경쟁 양상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이제까지 정부가 비효율적이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가 제대로 못 해서라기보다는 사회와 각 산업분야가 이미 융합적으로 발전하고 있어서 여러 부처에 업무가 걸쳐 있거나 부처 사이 칸막이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부처 통폐합 과정서 경쟁 우려 예를 들어 수년 전 한 회사가 출시했던 ‘당뇨 휴대폰’은 정보통신기기이기도 하고, 또 의료기기로도 볼 수 있어 여러 부처를 오가다 시장 진입시기를 놓쳐 실패하고 말았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2011년 산업융합촉진법이 시행되면서 각 부처를 넘나드는 융합제품을 조기 상업화하기 위한 패스트트랙이 만들어졌다. 이제 겨우 부처 간 협력 관행이 만들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또 정부개편을 해야 하니 융합이라는 시대적 화두가 자칫 효율과 생산성이라는 부처 과제에 밀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인 것이다. 융합은 공허한 화두가 아니다. 산업 경쟁력을 논할 때 융합을 빼고는 이제 얘기를 못한다. 당장 지난주 열린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보듯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는 융합이 핵심 화두다. 당시 가장 주목받은 분야가 자동운전 자동차인데 차량에 들어가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위성항법장치(GPS)와 센서 기술을 응용한 내비게이션, 지능형 자동주행시스템 등은 모두 ICT 융합기술이다. 이것이 자동차와 결합했으니 이런 스마트카가 나오면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다뤄야 하나 아니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맡아야 하나. 세계 융합산업 선도 비전 필요 좁게 보면 ICT 분야이지만 더 넓게 보면 우리 산업 전체의 융합과 협력을 지원하는 데 범부처적인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는 철학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런 철학이 없다면 시행착오를 포함한 모든 것이 부처 탓으로 돌려지고 5년마다 개편되는 행태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차제에 스마트 융합산업 선도를 화두로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산업융합위원회를 만들고 청와대 내에도 산업융합수석비서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이미 나오고 있다.(15일 국회 스마트컨버전스연구회 세미나, 안종배 한세대 교수 주제발표) 축소개편을 지향하는 청와대 개편논의에서 이 의견이 어떻게 반영될지 미지수다. 이왕에 정부개편 방향이 잡혔다면 그 실현을 위해 지혜를 모으되 이 기회에 정부와 민간, 부처와 부처, 그리고 민간 비즈니스 영역들이 제대로 돌아가는 융합생태계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국내 기업과 해외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나누는 식의 이분법적 시각을 버려야 한다. 부처 간 서로 긴밀한 협의를 하는 관행을 만들어 전체 협력들이 방향성을 갖고 조율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김홍진 KT G&E부문 사장) 이런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이냐’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된다. 인수위원회가 시작한 국정비전 및 과제 수립 작업에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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