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를 왜 타이어라 부를까? 타이어는 ‘자동차에서 가장 피로한(tire) 부위’라는 뜻에서 타이어라고 한다. 자동차의 타이어는 무거운 무게를 견뎌야 하고 자동차가 운행하는 동안 쉬지 않고 움직이는 곳이다. 사람은 타이어와 공통점이 있다. 피로하다는 공통점 외에도 언제 세상에 나왔느냐는 연식이 있다. 또 둘 다 오래 사용하면 더 이상 못쓰게 된다. 사용법도 중요한데 한쪽 부분만 계속해서 사용하면 한쪽이 마모되어 수명이 줄어든다. 그래서 자동차는 타이어 위치를 바꿔줘야 한다. 타이어를 돌려가면서 사용하면 5년에서 7년을 사용하는데, 바꿔주지 않으면 마모가 심해져 3년 정도 만에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오프로드를 많이 달리는 등 험하게 사용하면 수명이 더 줄어든다. 타이어는 잘못해서 쇳조각이나 유리조각을 밟으면 구멍이 난다. 구멍이 난 부분을 때우기도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조심해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병들거나 다치면 치료할 수는 있지만, 그 곳의 기능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이 둘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타이어는 스페어가 있지만 사람은 스페어가 없다는 것이다. 스페어가 없기 때문에 사람은 적절히 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명문대학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외국에서 MBA까지 마친 유명 컨설팅회사에 다니는 40대 후반 임원 A씨 얘기다. A씨는 일이 너무 많아 하루 잠을 3~4시간밖에 못 자는 생활이 몇 년째다. 어느 날 출근길에 졸음운전으로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머리와 팔 등에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다. 병원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고는 지방에 강의를 하러 이동을 했다. 강의를 대체해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병원에 있는데 아내가 새 양복을 가지고 와서는 울더라는 것이다.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일을 하러 가는 남편이 안쓰러워서다. 계속 과로가 이어지던 어느 날 심장발작으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이 생겼다. 보름을 병원에 입원했다. 생활이 아주 쪼들리지는 않지만 의료보험이 되는 6인 1실에 입원했는데 우울하더라는 거다. 퇴원 후 생각을 바꿔 먹었다. 여유를 찾자고, 다음 달 가족과 곧바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40대 초반의 대학 교수 B씨 얘기다. 출근길에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다. B씨는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기업체 자문과 프로젝트도 하면서 바쁘게 사는 사람이다. 대학 교수가 보통 샐러리맨보다 낫다고 말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지는 않다. B씨는 은행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대학원 다니고 박사도 받아 교수가 된 케이스다. 직장 다닐 때 상사 눈치 보느라 검정색 비닐봉지에 책을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어렵게 학위를 받았다. 늦은 나이에 대학 교수를 하다 보니 일을 많이 해서 과로한 상태였다. 그 날도 학교에 가는 길이었는데 의식은 멀쩡한데 갑자기 몸이 안 움직여서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는 거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과로에 의한 가벼운 중풍이었다. 치료 중인 그는 말도 더듬고 몸도 조금 부자연스러워졌다. 그는 방학 때 이런 일이 있어 다행이라며 개학하기 전에 나아야 한다며 걱정을 하고 있다. 요즘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과로에 허덕인다. 특히 2~30대와 달리 40대는 체력도 달리고, 책임도 크고, 조직에서 일도 많고 하다보니 건강에 이상 증세가 드러난다. 가볍게는 눈이나 안면 떨림, 편두통, 이명현상으로 시작해서 심한 경우에는 심근경색. 중풍 등 심각한 상황까지 벌어진다. 이들에게 휴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휴식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중년의 휴식은 정말 필요하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왜 휴식하지 못할까? 먼저 휴식에 대한 잘못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휴식할 시간이 없다.”, “휴식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다.”, “휴식은 더 이상 피로를 견딜 수 없을 때 하는 것이다.”라는 잘못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우리 몸은 기계나 컴퓨터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직장에서 기계나 컴퓨터와 함께 살다보니 자기 몸과 구분을 못하는 큰 실수를 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계를 위해 일하고 기계 주변에 많이 있었다. 지금은 컴퓨터와 일하고 컴퓨터를 위해 일하고 컴퓨터와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 사람이 기계나 컴퓨터와 명백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않으면 우리는 기계나 컴퓨터와 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다. 사람은 육체적, 정신적 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낸다. 기계와 컴퓨터도 기계적 디지털 활동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오래 쓰거나 잘못 사용하면 고장이 나고, 더 이상 가치를 만들지 못하면 버려지거나 폐기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병을 앓거나 죽게 된다. 그러나 사람은 기계나 컴퓨터와는 차이가 있다. 기계와 컴퓨터는 고장이 나지 않는 한 동일한 생산성을 낸다. 또 기계와 컴퓨터는 고장이 나더라도 고치거나 기능을 더하면 동일한 생산성을 만들어 낸다.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으면 기계와 컴퓨터는 고철로 재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은 병을 앓게 되면 이전만큼의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어진다. 또 사람은 멘탈(정신작용)에 의해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 낸다. 안타깝게도 사람은 버려지는 순간 자괴감, 우울증, 공격성 등 다른 형태의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의 과로와 스트레스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결코 능력이 없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요초과가 전혀 없는 공급초과의 초 경쟁 환경에서 누구나 겪고 있는 현상이다. 이런 환경에서 경영자들이 사람을 기계나 컴퓨터와 동일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물론 경영자 중에 직원들을 기계나 컴퓨터로 취급한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문제는 의도와 무관하게 기계나 컴퓨터처럼 일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영자나 조직의 리더들은 직원들이 기계나 컴퓨터처럼 일하는 것에 브레이크를 걸어 줄 필요가 있다. 이것은 창조경제 시대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또 문제가 생겼을 때 감당해야 할 비용도 너무 크기 때문에 필요하다. 경영자나 리더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관심과 노력이다. 스스로를 기계나 컴퓨터로 전락시키지 않도록 자기 보호가 필요하다. 휴식은 몸과 마음을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피로가 오면 기계나 컴퓨터처럼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멈추는 것이다. 일을 하는 그 자체가자기에게 소중한 것인지, 일을 통해 이룰 나의 행복, 나의 가정, 나의 꿈이 소중한지 생각해 보고 멈춤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 2013년 9월호, 제103호
- 입력 -0001.11.3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