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경영하는 리더라면 직원들이 자기 일처럼 일해주기를 바랄 것이다. 주인의식을 가졌으면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직원들은 성과와 실적에 대한 압박감도 큰데 “주인의식이 없다,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회사에서 경영자나 상사가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는데 맞는 얘기처럼 들리지만 맞는지 생각해 보자는 거다. 직원이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주인의식’을 갖으라고 하는 것이라면 기분 좋은 얘기가 아니다. 나는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주인인데 누군가가 나에게 주인의식이 부족하다고 얘기하면 황당하기도 하고 속상한 얘기이기도 할 것이다. 천원의 가치로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기업이 있다. 급여나 복지가 뛰어난 기업이 아니다. 업무가 쉽고 편하지도 않다. 오히려 매장의 특성상 밤늦은 시간에 업무 마감을 하기 때문에 매장 직원이든 본사 직원이든 늦게까지 일하고 휴일도 잘 챙기기 어렵다. 그들이 일하면서 생긴 경험을 공유한다. “비가 많이 오는 날 물건을 구입한 고객이 집으로 배달을 해달라고 한 거예요. 영업 정책상 배달은 하지 않지만, 업무 마치고 고객의 집에 물건을 배달해 주었어요. 고객이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루는 휠체어를 탄 고객이 왔는데, 매장을 다니면서 물건을 고르는 모습이 영 힘들어 보였어요. 고객을 자리에 계시게 하고 필요한 물건을 일일이 가져다 드렸지요.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어떤 고객이 물건 값을 계산하고 거스름돈을 챙기지 않고 그냥 간 거예요. 도로 앞까지 쫒아가 거스름돈을 전해주었어요. 깜짝 놀라시며 고마워하는 모습에 뿌듯하더라고요.” 이런 직원들의 모습은 고객에게 감동을 줌으로써 그들이 스스로 충성고객이 되도록 한다. 직원들의 이런 자발적인 행동은 주인의식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이런 행동이 이 기업 직원들만의 모습일까. 그렇지 않다. 많은 직장인들은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이런 행동을 한다. 그런데 이들에게 주인의식이 없다고 얘기한다면 출발점부터 잘못된 얘기고 억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자기 일처럼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남의 일하듯이 일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누군가는 “사장이 주인이고, 직원은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주인처럼 일하는 주인의식을 가지면 될 뿐이다.”라고 말한다. 지금 시대에 주식을 소유한 주주만이 주인이라는 얘기는 틀렸다. 수십만 명의 직원이 일하는 기업에 회장만 주인이라면 너무 심한 얘기가 아닌가. 그렇다면 기업의 주인인 직원들이 왜, 주인이 아닌 객처럼 일할까? 장애물이 있기 때문이다. 장애물만 제거해 준다면 그들은 주인답게 일할 수 있다. 주인의식이 없다는 얘기는 ‘당신 인생의 주인은 당신이 아니다’라는 얘기다. 주인이 주인답게 일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가정에서 방황하고 가출하는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가 의외로 많다. 이런 일은 일차적으로 일탈 행동을 하는 아이들의 문제이지만, 일반적으로 부모의 책임이 크다. 강압적이고 무책임한 부모, 크고 작은 부부싸움이 끊이지 않는 환경, 자녀를 차별하는 행동이 이어지기 때문에 아이들이 스스로 가족의 구성원이 되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투명하지 못한 경영을 하는 경영자, 공정성이 없는 인사, 그리고 직원들을 머슴 부리듯 하는 경영자와 상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심각한 경우가 아닌,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인것 같지만 문제가 있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첫째, 직원들에게 일의 의미나 가치를 심어주지 않는 것이다. 모든 일은 사회에 주는 의미와 가치가 있다. 돈을 벌고 이윤을 남기는 것은 일이 주는 가치의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알려주어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게 하는 사명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일을 잘했는데도 칭찬하지 않는 조직문화가 있다면 동기부여는 더 떨어진다. 둘째, 목표를 명확하게 공유하지 않고 경영하는 경우다. 기업에 필수적인 요소가 비전이다. 기업이 구상하는 꿈과 미래상이 있고, 그 다음에 경영목표가 있고 부서 목표와 개인 목표가 한 방향으로 정렬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비전과 목표와 같은 끝그림이 없거나, 있긴 있지만 직원들에게 공유되지 않으면 직원들은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잃어버리게 된다. 셋째, 기업에 우선순위가 명확하지 않고 직원들이 일하는 원칙과 기준이 없는 경우다. 원칙과 기준이 없으면 경영자나 리더들이 ‘이랬다 저랬다’를 반복하게 된다. 일하는 방식에 일관성이 없으면 직원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게 되고 수시로 바뀌는 칭찬과 질책 기준에 헷갈리게 된다. 결과는 스스로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시켜야지만 일을 하게 된다. 직원들에게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게 하지 않고, 끝그림도 불명확하고, 일하는 원칙과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주인다운 주인의식을 기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다. 그럼에도 경영자나 리더들이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갖자고 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사람은 좋은 속성도 많지만, 편하고 싶고, 쉬고 싶고, 핑계를 대고 싶은 속성도 있기 때문에 리마인드 차원에서 강조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그런데 주인의식을 갖으라고 교육을 잘못시키면 문제가 발생한다. 주인의식을 가질 여건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주인의식을 갖으라고 요구하는 경우다. 그러면 직원들은 주인의식을 주인을 의식하는 것이라고 비아냥댄다. 또 주인의식은 주인만 가지는 것이라고 비웃는다. 그 결과 ‘주인의식을 갖자’는 말을 회사가 직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피해의식이 생기게 된다.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것이다. 그러나 직원들 입장에서 여건만 탓할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주인답게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똑같은 일이라도 자기 일로 하면 성과는 자기 것이 된다. 돈을 받고 일해 준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오히려 돈을 벌면서 훈련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면 나중에 경영자가 되거나 리더가 되었을 때 직원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대로 해줄 얘기가 있다. 그런데 반대로 돈을 받고 남의 일을 해준다고 생각하면 성과는 남의 것이 된다. 이런 자세로 일을 하면 일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 된다. 이런 자세로는 급여를 아무리 많이 받아도 부족하게 느끼고 만족감도 떨어진다. 몰입과 열정도 기대하기 어렵다. 나중에 경영자나 리더가 되었을 때 자신의 경험으로 사람들을 제대로 이끌기 어렵다. 더구나 자녀에게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얘기할 수도 없다. 주인의식은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주인답게 행동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주인의식이다. 기업이 직원을 주인으로 대접하지 않으면서 주인의식을 심어주려는 것은 무모한 시도다. 주인이 주인답게 행동하도록, 주인의식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해 주는 것이 먼저다.
- 2013년 11월호, 제105호
- 입력 -0001.11.3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