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사이의 지각변동(地殼變動) 필자는 2013년 3월, 24년 만에 일본 동경으로 생활 터전을 옮겼다. 일본과의 인연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1984년 3월, 게이오(慶應)대학교 석·박사 과정에 입학하면서 시작되었다. 6년간의 유학생활을 끝내고 귀국한 이후에는 줄곧 한국에서 인사제도, 조직문화, 노사관계 분야의 연구조사활동에 종사하면서, 한편으로는 정부의 정책위원회, 관련 학계, 대학의 겸임/초빙/객원교수로서도 활동하였다. 첫발을 내디뎠던 1984년의 동경은 그야말로 경제부국의 수도다운 메트로폴리스였었다, 포겔(Ezra Feivel Vogel)교수가「Japan as Number One」(1979년)이란 책을 낸 지 5년 후로, 전세계가 일본을 ‘따라 배우기’ 하려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불과 6년 후 1990년경부터 일본경제는 버블 붕괴의 조짐을 보였고, 그로부터 20여 년간 기나긴 불황과 경제성장 정체기로 빠져들었다. 활력 상실의 원인은 자만(自慢)과 안주(安住) 그리고, 2010년에는 경제부국(GDP기준) 2위 자리를 42년 만에 중국에 내 주었고, 소니 등 초일류 글로벌 전자업체는 삼성과 LG에게 업계의 지존 자리를 내어 주게 되었다. 일본의 전자업체 전체가 올린 이익이 삼성전자 하나의 이익에도 크게 못 미치는 판세가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필자가 유학시절 삼성(三星)이라는 이름을 말했을 때, 일본 사람의 대다수는 처음 듣는 회사라는 표정이었고, 전혀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던 회사였다. 80년대의 삼성과 오늘날을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이러한 자리 바뀜이나 변화를 제품수명주기론(PLC)처럼 가벼이 설명하려는 식자들도 없지 않지만, 북구의 강소국들이나 이스라엘과 같은 나라를 볼 때, 무엇보다 국가와 기업레벨의 전략적 마인드와 장기적 관점의 인적자원관리가 미흡하였던 까닭으로 보여진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 아베글렌(James,C.Abegglen) 교수가「일본의 경영」(1958)이란 책에서 삼종(三種)의 신기(神器), 즉 종신고용제도, 연공서열제도, 기업별 노조를 지적한 이후, 지금까지도 마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인양, 일본기업들이 이들 관행을 버리지 못하는 데서 그 일인(一因)을 찾을 수 있다. 최근, 일본 국내에서는 산업계와 학계를 비롯하여 거국적으로 글로벌인재의 육성과 확보를 소리 높여 주창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공서열의 인사관행을 버리지 못하거나, 중도채용자의 역량보다 내부승진자의 서열을 중시하고 있으며, 문부과학성은 글로벌인재로서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의 하나로 일본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고 있는 실상이다. 이러한 것은 ‘아시아를 떠나 유럽의 일원이 되자(脫亞入歐)’고 하면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일본은 선진국 경시, 신흥국 무시의 자만과 아집으로 가득 차면서 나라 밖의 세상 변화에 둔감해지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갈라파고스의 섬나라로 되어버렸다고 일본언론들도 자아 비판하는 실정이다. 리더의 환골탈태(換骨奪胎)와 리더십 발휘 이처럼, 지난 20여 년간 장기침체를 보이던 일본의 경제와 기업경영이 최근 1년 사이 부활과 재기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잃어버린 20년을 커버할 수 있는 장기 호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그 첫 걸음을 내딛었고, 노사정(勞使政)의 거국적 합의와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널리 얻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러한 분위기 반전은 국가 지도자의 교체와 아베(安倍 晋三) 정권의 정책노선 아베노믹스에서 찾을 수가 있다. 비슷한 시기에 지도자가 교체된 한국과 비교할 때, 그 차이점은 무엇보다 국익 우선의 정책 합의와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않는다’는 대화와 타협의 자세이다. 비록 한국과 중국과의 사이는 험난한 여정을 걷고 있지만, 자국민들에게는 비전을 제시하고, 희망을 안겨 주는 높은 지지도의 총리로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필자로서는 자국민을 넘어서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생각하고 또 행동으로 옮기는 큰 지도자가 오늘 날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ABE노믹스와 MB노믹스 일본 경제에 부활의 불씨를 지피고 있는 아베노믹스, 그 내면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어디선가 보았던 정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베노믹스는 일본 경제계가 끊임없이 정부에 요구하여 왔었던 육중고(六重苦)의 해소로 집약된다. 기업경영의 6가지 무거운 짐, 즉 ①높은 환율, ②자유무역협정체결의 지체, ③비싼 전기요금, ④높은 법인세율, ⑤엄격한 환경규제, ⑥제조업 파견금지 등의 노동규제이다. 이러한 짐을 들어주어서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여 주겠다는 게 아베정권의 경제정책인 것이다. 그 동안 엔화는 20%나 낮아졌고, TPP(12개국의 환태평양 전략적 경제연대협정)는 연내 타결이 예상된다. 법인세 인하는 국회 논의 중이며, 전기료 인하를 위해서 휴지(休止) 중인 원자력발전소의 재가동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나머지 두 가지도 전국적 노동조직인 렌고(連合)의 지지를 받고 있는 관계로 친기업적 방향으로 검토될 여지가 크다. 요컨대 노사정 삼자가 일본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한마음 한 방향으로 매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 10월 14일, 스가 요시히데(菅 義偉) 관방장관은 일본 기업을 둘러싼 경제환경에 대해 “六重苦라 불리는 것이 하나 하나 해소되고 있다”고 발언하였다. 이러한 아베노믹스를 보면서, 지난 한국 정권의 MB노믹스가 떠오르는 것은 필자만의 지나친 생각일까? 최근 한국에서는 일본과는 전혀 다른 반대 방향으로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등등의 입법화가 한국 기업에는 불리하게, 외자계 기업에는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필자만의 기우(杞憂)일까? 기업이 국제경쟁력을 잃었을 때, 일자리는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나라 곳간은 누구로부터 충당할 것인지를, 노사정 삼자는 다각도로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미래의 국민 행복을 위한 인재육성과 활용 특히 2050년이면 한국은 일본과 비슷한, 지구에서 가장 높은 초고령 사회로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천연자원이 거의 전무한 한국에서 엄청난 재정지출을 수반하게 될 미래사회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아무리 사용해도 고갈되지 않는 인적자원의 육성과 확보, 그리고 유효활용의 길 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이스라엘의 교육방식과 인재육성정책은 그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총리 등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이러한 점을 직시하고, 소프트 웨어 등 인간의 두뇌개발과 창의성을 살리는 교육에 주력하였으며, 오늘날 세계 최초의 혁신적 소프트 웨어나 제품의 상당수가 이들에 의해 개발되었고, 기업화를 통하여 일자리와 국부의 창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태인이 노벨상의 20%를 수상한 것도 선천성이나 우연이 아닐 것이다. 지난 몇 십년간, 지존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 왔던 SONY, 그리고 지속적 경제성장을 보일 것 같았던 일본 경제가 오늘날처럼 경쟁력을 잃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원인을 필자는 CEO의 리더십과 리더의 인재경영철학에서 찾고자 한다. 장기적 경영 및 인재육성·확보의 전략이 긴요 예컨대 수만, 수십만 명의 일자리를 지켜 주어야 할 경영자라면, 응당 5년, 10년 후에는 어떤 제품,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 팔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고민이 중장기 경영전략으로 수립되어야 하고, 나아가 경영진은 모두가 이 경영전략의 조기실현을 위해 불철주야 고뇌하고 해결책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서 무엇보다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인재의 육성과 확보이다. 과연 5년, 10년 후에 내다 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낼 기술이나 디자인 등의 역량을 지닌 인재가 조직 내부에 있느냐 하는 점이 관건이다. 현재는 역량이 미흡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내부에서 육성하면 될 것이고, 만약 역량을 가진 인재도 없고 시간조차 없다면 적기에 외부로부터 확보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완벽한 경영전략이라 할지라도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힘들게 육성하고 어렵게 확보한 글로벌 핵심인재를 놓친다는 것은 한 기업의 손실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손실임을 우리사회도 공감하여야 한다. 그들이 있기 때문에 대박을 터뜨릴 수가 있고, 일자리와 국고가 넉넉해지기 때문이다. 결코, 한국은 글로벌 인재가 볼 때, 일터로서는 매력 있는 곳이 아님도 알아야 한다. 예컨대 북한의 침공, 과격한 노사분쟁, 언어장벽, 미흡한 교육환경 등이 기업들의 인재확보에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 경영도 다를 바가 없다. 2050년에 초일류 국가,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는 장기전략이 수립되었다면, 그 전략실현을 위한 인재의 육성과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재인식하여야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리더들이 재임기간 중의치적 쌓기, 공적비 남기기에 급급하다면, 장기적 국가전략은 상실되고,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인재육성마저도 경시되어, 그야말로 국가백년대계는 항상 공염불로 그치게 되고 말 것이다. 고갈되지 않는 경쟁력의 원천은 인적자원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이 글을 매듭짓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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