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행복을 생각하다! ‘대학에 가면, 취직하면, 결혼하면’이라는 꼬리말을 붙이며 현재의 행복을 유예하고 달리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이제 경쟁은 일상화되었다. TV프로그램에서는 가수·아나운서·디자이너 지망생, 심지어 기성가수까지 1등을 가리기 위해 경쟁한다. 이 프로그램들은 리얼리티라는 이름을 달고 방송되며 인기를 얻는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리얼 서바이벌’ 공화국이다. 우리가 1등이 되려고 노력하고 끊임없이 달리고 경쟁한 이유는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난해 미 <포브스>지가 갤럽에 의뢰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도는 56위로 내전 상황이던 코소보(54위), 세계 최빈국으로 꼽히는 니카라과(52위)보다 못한 순위였다. 한편 올해 초 언론은 일제히 대한민국의 행복에 대해서 묻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2011년 한국인이여, 행복하라’라는 캠페인 기사로, 한겨레신문은 ‘한국 사회 미래를 말하다’라는 큰 틀 아래, KBS 역시 <KBS스페셜>을 통해 ‘대한민국,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는 지금 대한민국이 전혀 행복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 글에서는 인생최적화, 속도전, 성과주의, 효율로 상징되는 키워드 ‘직선’을 벗어날 수 있는 가치로 곡선의 힘과 곡선형 인간형으로 거듭나야 됨을 강조하려고 한다. ‘무조건 느리게’가 아닌 인생을 사는 나만의 속도 회복하기, 세상이 정해놓은 트랙 속에서 달리는 것이 아닌 나만의 길을 걷기, 실패에도 유연하게 다시 일어서기, ‘내일’ 행복할 것이 아니라 ‘지금’ 행복하기가 바로 곡선적 삶의 자세라고 말하며 삶의 가치를 재정비할 것을 제안하려고 한다. 곡선형 인간의 특징 자신을 먼저 낮추고 상대를 높여주는 겸손한 사람, 꿈을 쫒되 여유를 갖고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 극심한 환경변화나 위기가 닥쳐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 자신의 안위와 이득보다 남을 위해 봉사하고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하는 곡선형 인간이다. 곡선형 인간은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상선약수의 철학을 자신의 가치관으로 설정, 물처럼 살아가는 인간이다. 이런 곡선형 인간의 특징을 여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 더디 가도 걱정하지 않는다! 도로는 빨리 가는데 목적이 있지만 길은 천천히 가면서 내가 길을 가는 존재이유를 찾는데 목적이 있다. 도로를 달려가는 삶은 남이 간 족적을 따라가는 삶이지만 길 위를 걸어가는 삶은 누구도 가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는 삶이다. 도로를 따라 달려가는 직선형 인간은 속도와 효율을 삶의 중요한 덕목으로 품고 살아간다. 반면에 길 위를 걷는 곡선형 인간은 속도와 효율보다 느림과 여유가 더 소중한 삶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도로 위를 달려가는 직선형 인간은 남과 경쟁을 통해 남보다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는 것이 목표지만 길 위를 걸어가는 곡선형 인간은 자신과의 경쟁을 통해 전보다 의미심장한 삶을 발견하는 것이 목적이다. 자신이 가는 길이 곧 길이라고 믿는다. 곡선형 인간은 기대했던 일이나 계획했던 목표를 지금 당장 달성하지 못했어도 불안해서 떨거나 초조해하지 않는다. 오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심각한 자괴감에 빠지거나 노심초사하지 않는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기대했던 목표달성을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곡선형 인간은 단기적 목표보다 장기적 목적을 중시한다. 지금 당장 목표 달성에 실패했어도 궁극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목적지를 잃어버리지 않으면 언젠가는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② 돌아가도 조급해하지 않는다! 곡선형 인간은 직선주로로 달리는 길은 경쟁자도 이미 간 길이라는 점을 안다. 그는 남이 간 도로를 쫓아가지 않고 길 밖의 길을 간다. 앞에 가는 사람을 추월하는데 힘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이 어떤 길인지를 찾는데 지혜와 용기를 발휘한다. 도로를 쫓아가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라. 이것이 곡선형 인간이 추구하는 철학이다. 먼 길을 우회하여 돌아가면서도 오히려 지름길로 간 것처럼 먼저 도착하려는 우직지계, 우회하는 길이지만 그것이 지름길이고 곤란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으로 반전시키는 우직지계의 삶에는 우회축적(迂廻蓄積)의 원리가 숨어 있다. 윤석철 교수에 따르면 우회축적이란 눈앞의 이익을 쫒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힘을 축적함으로써 나중에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과정을 의미한다. 곡선형 인간은 “앞에 가는 사람을 추월하는 방법은 돌아가는 것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한 분야를 10년 이상 파고드는 노력이 있은 다음에야 비로소 그 분야에서 빛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결과만 바라보며 조급해하지 말고 차근차근 기본기를 다지고 내공을 연마하면 예기치 못한 시점에 폭발적으로 놀라운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③ 뒤로 가도 아쉬워하지 않는다! 짐을 가득 실은 트럭이 고개를 넘을 때, 고개 바로 밑에서 출발하면 고개를 넘기가 힘들다. 하지만 고개 뒤로 후진하여 고개로부터 좀 더 멀리서부터 속력을 내어 올라가면 쉽게 고개를 넘을 수 있다. 우리는 목표달성을 위해 촌음을 다투다보니 후퇴를 용납하지 않는다. 목표가 눈앞에 보이는데 후퇴를 결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 도착해야 되는 트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올라가야 될 고개를 눈앞에 두고 후진해야 되겠다는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 그러나 정면 도전이 언제나 필요한 것은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뒤로 물러서지 않으면 오히려 더 후퇴할 수 있다. 지금 일보 후퇴하는 것은 이보 전진을 위한 기본기 연마를 위해서다. 심기일전(心機一轉)하기 위해서는 지금 서 있는 곳에서 한 발 물러서서 다짐과 각오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심기일전은 그저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것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밑바닥에서부터 탐구하여 행위의 본질을 발견하는 행위이다. ④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는다! 남 다른 성취를 이루어나가는 사람에게 실패는 남 다른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다. 그들은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 다른 방법으로 해야 되겠구나.”라는 깨달음의 메시지를 얻는 소중한 반전과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다. 실패는 새로운 가능성을 물구나무 세운 것이다. 실패는 모든 것을 재정비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실패는 망각의 대상이 아니라 학습의 대상이다. 잘되는 방법이 아닌 잘 안 되는 방법과 이유가 실패 속에 숨겨져 있다. 내가 가진 약점의 실체, 강점이 무력화되거나 치명적인 약점으로 뒤바뀌는 메커니즘 등이 실패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곡선형 인간은 성공이 실패를 낳게 되고, 실패가 성공으로 가는 계단이 됨을 안다. 우리는 또한 실패를 통해 나의 참된 인격을 알 수 있다.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는 동안에는 내가 누구인지를 모르지만 실패를 해봐야 나의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성공은 나의 참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외부의 환호는 내면의 목소리를 덮어버리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진실의 희미한 빛을 가려버린다. ⑤ 내려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려가서 바닥을 쳐야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 내려가는 것이 올라가는 것이고, 자세를 낮추는 것이 자신을 높이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올라가기 위해서 노력할 뿐만 아니라 내려가는 연습에도 소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행기가 아무리 이륙을 잘 했어도 착륙에 실패하면 무용지물이듯이 산악인이 정상등극에 성공했어도 내려오다 실패하면 죽음으로 끝날 수 있다. 위대한 성공은 잘 내려왔을 때 이루어진다. 내려가는 것은 실패한 사람만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성공한 사람도 내려간다. 내려가는 목적은 지금의 위치를 점검해보고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서다. ⑥ 헤매도 불안에 떨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곡선형 인간은 삶은 본래 앞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어느 정도의 불안감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가장 험난하고 불안한 시기에 가장 화려하게 피어난다는 전나무의 꽃처럼 곡선형 인간은 ‘역경’을 뒤집어 아름다운 ‘경력’으로 만든다. 아름다움이라는 말도 앓고 난 사람이 보여주는 사람다움이라고 하다. 아름다운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모두 참을 수 없는 아픔을 겪고 난 사람이다. 실력은 불안한 시기를 벗삼아 끊임없이 자신을 연마하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불안한 때야 말로 그 어떤 때보다도 간절하게 열망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힘과 에너지를 집중하여 온몸을 던져 피워내는 바로 절정의 꽃, ‘앙스트블뤼테’를 경험하는 시기다. 지금 앞이 보이지 않는 극도의 불안감과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된다고 해도 좌절하지 말자. 미래의 HRD는 속도와 능률복음, 그리고 성과주의에 휘말려 무조건 빨리 목표를 달성하는 인간만이 조직에서 필요한 최상의 인재라는 사실을 강조하기보다 느리게 가더라도 자기만의 속도로 행복을 추구하면서 개인은 물론 조직 전체가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인간형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도 보다 많은 성과를 달성하는데 있지 않고 이전보다 더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데 있다. 이런 점에서 인간을 자원취급하는 기존의 HRTD(Human Resources Development)보다는 인간의 행복을 취우선 가치로 여기는 대안적 HRD(Happiness Revitalization Development)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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