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事實)이 중요한가? 진실(眞實)이 중요한가? 사실은 과거 또는 현재에 실제로 있었던 일을 말한다. 영어로 팩트(fact)다. 진실은 트루스(truth)인데, 필자는 진실을 사실에 의미를 더한 것이라고 정의하겠다. 사실은 팩트를 말하며, 진실은 팩트에 의미를 포함한 개념이다. 그렇다면 사실이 중요한가, 진실이 중요한가? 몇 년 전에 부부 강도단이 노래방 주인을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한 사건이 있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부부 강도단 중 아내는 임신 6개월의 임산부였다. 대부분 언론이 ‘임신 6개월 부부 강도단’이라는 기사를 다뤘고, 사람들은 “인생막장이다”, “말세다”라며 욕하고 혀를 끌끌 찼다. 사건은 금방 잊혀지는 듯 했지만 한 신문사가 이 사건을 다시 다뤘다. 다음은 ‘임신 6개월 부부 강도단’의 사연이다. 공장을 다니던 남편은 1년 전 회사가 문을 닫아 실업자가 되었다. 특별한 기술은 물론 몸도 성치 못했던 남편은 새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이따금 막노동을 해서 번 돈으로는 월세 내기에도 빠듯했다. 급기야 3개월 전부터는 단전, 단수까지 되었다. 6살 난 아들은 영양실조 상태였고, 아내는 원치 않는 임신에 임신중독증까지 겹친 최악의 상황이었다. 강도질을 합리화할 수는 없지만,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극한의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극단적 선택이었다는 기사였다. ‘임신 6개월 부부강도단’은 사실이다. ‘실직, 단전단수, 6살 아들의 영양실조, 임신중독증 등 최악의 상황에 빠진 부부의 강도 행위’는 사실에 의미가 더해진 ‘진실’이다. ‘진실’을 알고 난 다음에는 ‘사실’만 알았을 때처럼 이들을 비난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그런 처지였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지난 달, 대형마트에서 천 원짜리 오이를 계산하지 않고 장바구니에 넣어간 노인에게 100배를 배상하게 하는 등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3,500만 원을 배상금으로 갈취해낸 마트에 대한 기사가 대서특필되었다. 기사를 본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더구나 마트에서는 배상금의 일부를 직원들에게 포상금으로 지급했다는 내용도 있어 더 큰 공분을 일으켰다. 이 기사가 나간 후 마트 사장과 직원들이 경찰조사를 받고 휴업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필자는 기업의 가치관 경영을 연구하는 사람으로 이 사건은 기업의 사명과 핵심가치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봤다. 그리고 ‘100배 징수’, ‘직원 포상금 지급’은 명백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개인 블로그에 이 사건의 의미에 대한 글을 썼다. 글을 쓴 다음 날, 필자는 글을 지우고 사과의 글을 올렸다. 사연은 필자의 개인 블로그에 22살 청년의 반박글이 올라 왔기 때문이다. 이 청년은 현재 국내 대표 프로게임단의 팀장이자 성공한 세계적인 프로게이머였다. 큰 꿈을 품고 한길을 걸어 성공한 이 청년이 어려운 시절 생계를 위해 3년 간 일했던 곳이 사건이 발생한 마트였다. 그 청년의 말에 의하면, 마트는 시장통 중앙에 위치하여 하루 천 여 명이 넘는 고객들이 오고, 하루 매상이 3천만 원이 넘는 대형마트라는 것이다. 주 고객층은 주부와 노인인데, 도난 사고가 빈발하여 상당한 손해를 보던 차에 범죄 예방 차원에서 ‘절도 시 100배 보상’을 마트 이곳저곳에 붙여 놓았다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포상금을 준 것은 판매 이익이 아니기 때문에, 마트의 수익으로 하는 것이 옳지 않아 사장이 직원들에게 나누어 준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더하여 이 청년은 어린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두다 보니 사람관계에 어려움이 생길 때면, 마트 사장이나 직원들에게 찾아가 인생의 조언을 들을 정도로 인격적으로 존경하는 분들이라는 얘기였다. 절도 상품의 100배 보상을 요구하는 것의 타당성을 떠나 필자는 청년의 얘기를 듣고 글을 지울 수밖에 없었고, 몇 명인지 모르지만 필자의 글을 본 사람이 있기 때문에 사과의 글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100배 보상’, ‘직원 보상금 지급’은 사실이다. ‘빈발한 도난 사고에 대한 예방 대책으로 100배 보상을 써 붙이고, 보상금을 사장 혼자 먹지 않고 직원들과 나누고, 가난한 아르바이트 청년을 보살펴 준 따뜻한 사장과 직원이 있는 마트’는 사실에 의미가 더해진 ‘진실’이다. 내가 마트의 사장이나 직원이라면 경찰 조사와 사회적 비난 목소리에 그저 고개 숙이고 반성할 것인가... 이제 사실과 진실 중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답이다. 사실은 일반적인 사회관계에서 중요하다. 임신 6개월 부부 강도단이라는 사실 자체로 비난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 혼외자식이 있다는 것, 뇌물을 수수한 것, 잘못을 눈감아 준 것 등 사실 자체로 비판과 비난을 받는다. 일반적인 사회관계에서 사실이 문제 있으면 진실을 말하고 해명할 기회도 없다. 그리고 나중에 진실이 알려진다 한들 개인의 명예는 이미 실추되고, 기업은 이미 세상에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무슨 얘기인가? 일반적인 사회관계에서는 ‘사실’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통념과 상식을 벗어난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인가? 아니다. 가까운 사람관계에서는 진실이 중요하다. 살인자 자식을 둔 부모가 피해자를 찾아가 무릎 꿇고 용서를 빈다. “죄는 용서받을 수 없지만, 불우한 어린 시절과 자식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부모 책임이라고”··· 가족, 친구 그리고 회사 동료 등 가까운 사람관계에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그 사실의 의미를 보는 게 중요하다. 남들과 똑 같이 사실에 대해 비판하고 비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사실에 더하여 의미를 알고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의 이면까지 읽고 공감해 주어야 가까운 사람관계는 더욱 공고해진다. 일반적인 사람관계에서는 사실을 철저히 관리하고, 가까운 사람관계에서는 진실을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료회원전용기사

로그인 또는 회원가입을 해주세요. (유료회원만 열람가능)

로그인 회원가입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