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이 안 다녀서 저희 사원들이 지금 사무실에서 있는데, 혹시 택시를 불러 줄 수 있나요?” 지난 3월 11일 밤 9시경 일본의 한 기업 인사부 담당자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 당시 도쿄 내 대부분 전철이 중지하고 일본 전역에 통신장애까지 발생해 택시회사와도 연락이 닿지 않자, 사원들의 귀가를 도와야 하는 인사부 사원이 24시간 심리상담전화로 일단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이 외에도 지진 발생 직후부터 약 1주 정도는 “이제 가스를 켜도 되는가? 자택 인근에 있는 대피소는 어디인가? 정전지역은 어디인가?” 등 대부분 지진발생 시 대처요령과 정보에 대한 상담요청이 많았다. 그러나 2주차에는 지진 경험 후 뒤따르는 수면장애, 불안, 두려움, 업무복귀로의 어려움에 대한 상담요청이 점차 늘어났고, 더불어 계속되는 여진과 방사능의 위험에 대한 걱정, 그리고 그에 따른 가족의 안전과 업무 스트레스에 관한 상담요청이 증가하고 있다.

위기상황에 의해 일상의 업무를 지속해야 하는 어려움 있어 이처럼 후쿠시마를 중심으로 일본동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인해, 도쿄를 포함한 츠쿠바 및 치바 등 도쿄 인근지역도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지진 발생 직후 3일 이내 도쿄의 주요 기업들은 위기상황 개입을 실시해, 인사부, 홍보부, 환경안전관리부, 법무부, 재정부 등 주요 부서들을 중심으로 위기상황 관리팀을 조직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위기상황 관리전략 중 하나로 인사부 담당자들은 위기상황 시 사원의 심리적 지원을 위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나섰고, 사내·외 전문가들이나 컨설팅회사와의 연계를 통해 위기상황스트레스관리(CISM)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북부 대지진 한 달 후, 아직도 4~6도 강도의 여진이 반복되고 있고,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폭발로 인한 방사능의 위험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도쿄 내 위치한 기업들은 정상적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자 최대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사원 개개인은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라는 물음과 함께 여전히 지속되는 위기상황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스스로 통제 불가능한 외부환경을 받아들여야 하는 무능함과 그에 따른 좌절감, 그리고 신속한 대처를 하지 못한다고 여겨지는 정부와 해당 기관에 대한 분노를 느낀 채, 일상의 업무를 지속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 놓여 있다. 이러한 불안과 분노는 직장 내 동료들이나 부하사원들에게로 전이되어 발산되기도 해, 사실 업무갈등을 유발하거나 업무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형편이다. 더구나 이러한 위기상황으로 인해 본국으로 일시 귀국했거나 혹은 병가를 얻은 동료를 대신해야 업무를 떠맡아야 부담까지 안고 있기 때문에, 사원의 입장에서 업무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다국적 기업의 경우, 도쿄를 비롯한 주요 재난 지역에서는 업무기한을 맞추지 못하고 계속 지연되는 바람에, 타 해외지사 동료들과의 업무일정 조정에 따른 갈등조차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스트레스 반응들이 나타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는 비정상적인 혹은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나타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자신과 타인의 정서적 변화를 일단 수용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지진과 방사능과 같은 외부 재난은 사원 개인의 심리적 위기와 스트레스를 동반할 뿐 아니라, 갑작스러운 결근, 이직과 퇴직 등 기업의 인력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사원들 중에는 고층빌딩에 위치한 사무실로 다시 출근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계속 결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회사에 계속 다니려면 자신이 업무에 하루 빨리 복귀해야 함을 알면서도 신체적 떨림과 불안 때문에 업무복귀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어떤 이들은 여진을 반복해서 경험한 후 어지럼증에 시달려 업무에 집중하기가 상당히 힘들어 하고 있다. 위기사건에도 대응할 수 있는 ‘위기상황 지원 매뉴얼’을 구축해 둬야 이처럼 기업은 사원들이 충분히 건강해지고 안전하다고 느끼며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될 때까지 비상시 사업지속계획(BCP)은 실행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사실 사원들은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회사의 리더십을 신뢰하며 회사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야 위기상황에서도 기꺼이 일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 때문인지, 현재 재해지역의 많은 기업들이 전문 심리상담사를 사업장으로 초빙해 필요한 사원들에게 즉각적인 일대일 심리상담을 제공함으로써, 사원들의 심리적 안정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관리자를 대상으로 비상시 사원들과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고, 스트레스 반응이 필요한 사원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를 교육하기도 한다. 사원들의 경우, 사원교육을 통해 충격적인 사건에 대한 자신들의 경험과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이해와 대처방법과 같이 배운 것을 공유하는 기회를 가진다. 특히, 일본사원들에게는 ‘나 혼자 만이 아니라 같이 느끼고 있는 어려움’이라는 보편성과 집단에 대한 인식이 불안을 감소하는데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된다. 더 나아가 이는 스트레스 증상이 심한 사원들을 자연스럽게 보다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로 연계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조직들이 이와 같은 위기상황들을(자연재해 혹은 산업재해 상관없이) 겪을 때, 사고의 여파는 사고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뿐 아니라 그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즉, 위기상황으로 인한 파급효과는 조직내의 희생자나 목격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동료와 가족들에게까지 퍼져 나가곤 한다. 사람들은 충격적인 사건을 목격하거나 경험할 때, 평소와 달리 강렬한 스트레스 반응을 나타내기 쉽다. 무엇보다 이는 비정상적인 혹은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나타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스트레스 증상들은 충격적인 사건 이후에 즉시 나타나거나, 몇 시간 혹은 심지어 몇 일 후, 몇 달 후에 나타날 수도 있다. 만약 사원들의 이러한 스트레스 반응이 소홀히 관리되고 적절한 자원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사원들의 정상적인 업무 복귀가 힘들어지고 조직은 사원들의 사기와 생산성 저하, 결근과 이직율 증가로 인한 인력손실로 고통 받을 지도 모른다. 따라서 위기사건의 후유증에 직면하는 동안 혹은 이후에, HR담당자들은 사원과 경영진 모두가 조직 안에서 통제력, 안전성 그리고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하도록 지원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한편으로 그 역할이 중요한 만큼 심적 부담과 책임감에 따른 고충도 클 수 있다. 비상시에는 “지하철이 없어서 집에 가지 못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은가요? 혼자 사는데, 지진이 날 때마다 너무 불안해요.” 등과 같은 사원들의 크고 작은 문의와 요청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한 일본인 인사부 사원은 시시때때로 연락하는 사원들의 요청에 어떻게 일일이 대응해야 할 지 상당히 난감하다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러므로 자연재해를 포함한 회사의 어떠한 위기사건에도 대응할 수 있는 ‘위기상황 지원 매뉴얼’을 구축해 둬야 한다. 또한 조직적 차원에서 비상시 필요한 위기상황 관리절차 및 사업지속계획(BCP) 모두 사전에 준비해 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각 관련부서의 주요사원을 포함한 위기상황 관리팀이 적시에 활성화되어 보다 효과적으로 사원들을 안정시키고 조속히 업무에 복귀하도록 최대한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살아있는 유기체들이 모인 또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이다. 따라서 위기상황은 언제 어떠한 형태로든 예상치 않은 순간에 나타날 수 있다. 그때를 대비한 위기상황 전략들이 반드시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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