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인 인재씨는 업무 실수로 인해 팀장에게 심한 질책을 받았다. 스트레스를 받은 인재씨는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상황을 하소연하면서 퇴근 후 만나자고 했다. 인재씨의 연자친구인 소현씨는 그날따라 몸이 좋지 않아 일 끝나는 대로 집에 들어가야지 하고 생각했다가 남자 친구의 상황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약속 장소로 나갔다. 식사를 마치고 맥주를 한 잔 하던 중에 소현씨가 먼저 집에 들어간다고 말을 꺼냈다. 같이 있는 내내 표정이 어두웠던 그녀라 인재씨는 붙잡을 수가 없었다. 걱정이 됐던 인재씨는 여자 친구가 집에 도착할 시간이 됐다고 생각하고 카톡을 보냈다. “오늘 피곤해 보이더라. 집에 잘 도착 했어?” 하지만 카톡의 ‘1’자 표시(미확인 상태)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버스로 출퇴근하는 소현씨는 40분 정도면 집에 도착한다. 5분이 지나도 카톡을 확인하지 않아 인재씨는 더 궁금해졌다.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어디?” 라고 카톡에 메시지를 남겼다. 그래도 그녀는 확인을 하지 않는다. 오늘따라 표정이 어두웠던 그녀가 일찍 들어간다고 할 때도 썩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카톡까지 확인하지 않으니 그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혹시 양다리?’, ‘최근에 나를 만날 때 자주 피곤해하고 표정이 무거워 보이더니… 혹시 나에 대한 사랑이 식은 것일까?’ 30분쯤 더 지나서야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혼자만의 상상으로 화가 나 있던 인재씨는 전화를 받자마자 “왜 그렇게 톡을 안 봐?” 라고 퉁명스럽게 한마디 내 뱉고 말았다. 소현씨는 갑작스러운 남자 친구의 격양된 어조에 당혹스러워 대답을 잠시 멈칫했다. 그 순간 인재씨는 대답을 못하는 그녀를 향해 “딴 남자라도 만난 거야?” 라고 강도를 높였다. 여자 친구는 더욱 황당해서 답변을 할 수 없었다. 아니 하지 않았다. 잠시 말을 머뭇거리는 그녀를 향해 확신을 가진 듯 인재씨는 다시 몰아붙였다. “내 말이 맞구나, 답변을 못하는 걸 보니…”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던 소현씨는 조용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인재씨, 오늘 너무 피곤해서 버스 안타고 택시 탔어. 일찍 도착해 이제 샤워 마치고 카톡 보고 바로 전화한 거야. 카톡 확인 안했다고 그렇게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는 모습을 보니 이해가 안돼. 우리 헤어지자.” 그리고 둘은 헤어졌다. 인재씨가 ‘추론의 사다리(Ladder of inference)’를 너무 많이 올라 간 것이다. 물론 위 사례는 극단적인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우리는 추론의 사다리를 얼마나 올라가는가? 사실에 근거한 판단과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하는데 사실을 확인하기 전에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판단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추론이 사실을 확인하는 것보다 빠르고 쉽기 때문에 추론의 사다리를 쉽게 올라가는 것은 아닐까? 추론의 사다리를 두 축으로 나눠 긍정의 축과 부정의 축으로 나눠 볼 수 있을 것 같다. 긍정의 추론이 되었다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될 수 있지만 부정의 추론이 되었다면 갈등은 커지고 결국은 추론의 사다리를 올라간 사람에게도 피해가 생기게 된다. 물론 상대방에게도 마음의 상처를 주기 십상이다. 이처럼 사실에 근거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하고 판단에 의한 추론을 한다면 그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경험이 많고 성공 체험이 많아 자기 확신이 강하거나, 자기중심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추론에 의한 판단을 하거나, 추론한 내용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리더십 발현의 출발은 사실에 대한 확인, 사실에 근거한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하며, 추론을 하더라도 사랑이 담긴 긍정의 추론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감정이 앞선 부정의 추론은 갈등의 원인이 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정의 추론은 남에게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자신도 잃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카톡의 ‘1’자 하나를 보고 부정의 추론을 하여 사랑하던 사람을 잃는 것과 같이 말이다. HR업무를 하고 있는 우리는 실시간으로 특이한 상황이나 이슈를 마주하게 된다. 또한 구성원 개인이나 조직 차원의 행동을 보게 된다. 다양한 세대로 구성된 조직, 다양한 사업, 다양한 국가나 지역, 다양한 인종이나 다양한 개성이 공존한다. HR업무를 담당하며 나의 과거 경험에 비춰 다양한 현상을 일반화시키고 과거의 기준이나 나의 잣대로 판단하지는 않는지 한 번쯤 자신을 돌아 봐야 할 것이다.

유료회원전용기사

로그인 또는 회원가입을 해주세요. (유료회원만 열람가능)

로그인 회원가입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