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안현수 선수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2월 한 달을 뜨겁게 달구었던 소치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평창동계올림픽이 4년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동계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색다른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 올림픽으로 기억될 것이다. 늦은 시간까지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메달 소식에 기뻐하고, 한편으로는 아쉬운 결과에 안타까워하는 것은 다만 이것이 스포츠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많은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지난 4년간 구슬땀을 흘렸던 선수나 경기 단체 및 국가차원의 투자는 우리 기업에서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여 성과를 창출하고자 하는 프로세스와 많이 닮아있다. 소치올림픽을 돌이켜보며 우리 기업의 HR 관점에서 생각해 볼 이슈와 교훈은 무엇이 있을까? 환경 변화에 따른 HR 인프라의 중요성 스포츠 경기에서도 환경적인 요인이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경기 당일의 빙질이 어떠한지, 경기가 펼쳐지는 장소의 날씨나 분위기, 심판들의 구성, 심지어 관중들의 반응에 이르기까지 선수들의 입장에서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불안정하거나 불리한 환경에 상관없이 일관된 성적을 거두는 선수들을 보면 탄탄한 기본기와 체력을 바탕으로 완성도가 높다는 점과 오랜 기간 동안 적극적인 육성과 투자로부터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거의 대부분의 메달을 가져간 네덜란드의 경우 단기간의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와 이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형성된 두터운 선수층과 저변 덕택이다. 우리 기업들의 입장에서 지금까지 불확실성(Uncertainty)으로 대변되는 환경의 변화에 단기적으로만 대응해 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멀게는 IMF 금융위기, 가깝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다수의 기업에서 공통적인 화두가 되었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나 ‘경영 인프라의 효율화’ 등이 과연 현재 시점에서 얼마나 탄탄하게 실행되고 있는지 냉정하게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특히, HR의 관점에서 ‘HR의 고도화’, ‘신인사체계 구축’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어 왔던 내부적인 노력들이 단기적인 외형 갖추기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라 직무나 역량에 기반 한 HR의 기본 인프라 구축에 얼마만큼의 비중과 관심이 투입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HR 선진 기업들이 양적(인력규모)인 측면뿐 아니라 동시에 질적(역량수준)인 측면을 고려한 전략적 인력계획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 기인하는 것이다. 탄탄한 기본기와 체력, 인프라의 구축은 단기간에 갖추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투자함으로써 오히려 급변하는 환경이나 위기에서 진정으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인재관리와 후계자 양성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세대교체’일 것이다. 어차피 선수들이 최고의 실력을 낼 수 있는 전성기라는 것이 정해져 있는만큼, 그러한 능력을 조기에 발굴해서 꾸준히 훈련시키고 실력이 최고의 정점에 있을 때 그들의 실력을 쏟아 부을 수 있도록 경기에 출전시키는 것이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는 많은 메달 기대주들이 있었다. 기대를 받았던 선수들 중에서 실제로 메달을 딴 선수들도 있었고 기대했던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한 선수들도 있었지만 스피드 스케이팅이건 쇼트 트랙이건 소위 ‘효자종목’이라고 하는 종목들의 공통점은 일찍부터 치열한 국내에서의 경쟁과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과 지속적인 지원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90년대 후반 ‘War for Talent’가 기업 경영의 중요한 화두가 된 이후 20년이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핵심인재에 대한 관심은 HR전략과 과제에 있어서 ‘단골’ 메뉴가 되고 있다. 조기에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은 이제 HR만의 관심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의 엔진이라는 측면에서 CEO를 포함한 경영진의 핵심과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조직에서 향후 10년, 20년을 책임질 수 있는 핵심인재가 얼마나 되는지, 체계적인 기준으로 선발하고 있는지, 핵심인재라고 관리되고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헤이그룹의 조사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 CEO의 81%가 HR의 최우선 과제로 핵심인재의 관리와 후계자 육성을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조사 대상의 1/5 정도만이 현재의 핵심인재 관리가 비즈니스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리더들을 육성하고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최고 경영진 스스로도 이 부분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 확실한 금메달 종목이라고 예상할 수 있고, 동시에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결과를 이끌어 내는 이면에는 명확한 기준과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선발되고 힘든 훈련과정을 거친 선수들의시련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단기간에 반짝 성과를 올리는 선수들 이상으로 수십 년을 하나의 목표를 위해 정진함으로써 존재 자체로 주변의 모델이 되고 귀감이 되는 ‘묵묵한’ 인재들에 대한 관심도 저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결과보다 과정과 원인 분석이 중요한 성과관리 4년 전의 밴쿠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기여한 선수들을 주축으로 하여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도 금메달 4개 이상, 세계 10위권이라는 목표가 있었다. 비록 아쉽게 달성은 못했지만 결과 그 자체보다도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어떤 부분은 계획대로 잘 이루어졌는지를 분석하고 반성함으로써 4년 뒤의 목표를 새롭게 설정하고 준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당연히 금메달이라고 생각했던 선수들이 예상 밖의 부진한 성적을 내는 데는 경쟁 상대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건, 경기장에 대한 충분한 적응이 되지 않았건, 혹은 당일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건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 결과만큼이나 그 준비 과정과 결과의 원인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중요하다. 스피드 스케이팅과 같은 기록경기는 결과에 있어 이견이 없을 것이다. 반면 주관적인 판단의 개입이 불가피한 피겨 스케이팅의 경우에는 이번 경우와 같이 향후에도 얼마든지 판정과 관련한 이슈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성과관리 프로세스나 평가도 이러한 측면에서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 할 부분이 많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 경기에서와 마찬가지로 통상 1년을 주기로 진행하는 성과평가 프로세스가 명확한 기준과 객관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고, 수용성과 신뢰 확보라는 점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평가를 위한 평가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결과에만 집착하여 성공이나 실패의 과정과 원인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평가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찰과 기록을 하고 있는지,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평가자 교육은 효과적으로 진행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돌이켜 봐야 한다. 쇼트트랙에서 아쉽게 은메달을 딴 한 어린 선수의 인터뷰 내용처럼 꾸준히 훌륭한 성과를 내는 선수들의 공통점은 성공 그 자체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실패했던 경험으로부터 소중한 교훈을 얻고 그 다음에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준비하는 HR 올림픽은 끝났다. 폐막은 4년 뒤의 다음 올림픽을 위한 준비를 의미한다. 지난 2월을 땀과 열정으로 보낸 선수들이나 성취와 동시에 많은 과제를 안은 코칭 스텝과 경기단체에게나 앞으로의 4년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저마다 다음 올림픽을 위해 다시 도전 목표를 세우고, 새롭게 알게 된 종목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선수 선발이나 육성과 지원을 위한 새로운 계획을 세울 것이다. 다만, 다음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몇 개 더 따겠다는 멋있는 프레젠테이션 자료 몇 장보다 현재의 선수 선발 시스템과 육성 시스템은 어떠한지, 장기적인 측면에서의 인프라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준비와 이에 대한 실행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도 그간 비전 2010, 도약 2012 등등 많은 목표와 비전을 세우고 또 실행에 옮기고자 노력해 왔다. 하지만 미래의 성장과 발전을 기약하며 그렸던 청사진들이 처음의 계획만큼 얼마나 실천이 되었는지, 혹은 어떤 부분에 부족함이 있었는지, 추가적으로 어떠한 노력이 있었는지 냉철한 자기반성과 분석이 있었던가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러한 비전 실천의 주축이 될 ‘인재’를 관리하고 육성하는 책임을 가진 HR은 지금까지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지, 앞으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안현수가 아닌 빅토르 안이 금메달 따는 모습을 씁쓸하게 지켜봐야 했던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러한 노력은 지금 당장 실천되어야 할 것이다.

 

 

 

유료회원전용기사

로그인 또는 회원가입을 해주세요. (유료회원만 열람가능)

로그인 회원가입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