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인력 활용 수준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성인력 가운데 과학기술분야 종사자의 경우 상황은 더 열악해진다. 여성과학기술인은 과학, 엔지니어링, 기술 분야 종사자를 의미하고 영문으로는 WISET(Women in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이라는 용어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2010년도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 원자료를 통해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의 전공계열별 고용상황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자연, 공학, 의약 분야를 전공한 여성과학기술인 규모는 총 223만 명에 달한다. 이는 취업자 127만 명, 실업자 5만 명, 그리고 비경제활동인구 91.5만 명을 포함한 것으로 91만여 여성과학기술인이 비취업 상태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여성과학기술인 활용실태 조사대상기관에 고용된 여성과학기술 연구개발인력, 즉 과학기술분야 R&D에 참여하는 연구직 및 기술직은 2011년 기준 37,688명이다(여성과학기술인력 활용 실태조사보고서, 2012). 이것은 이공계대학과 공공연구기관 및 100인 이상 규모의 민간기업연구기관에 고용되어 있는 여성과학기술인 수로 이 중 정규직은 16,941명이며 전체정규직 가운데 11.2%에 불과하다. 과학기술인의 규모는 교육수준과 전공분야, 경제활동상태, 고용형태 등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가변적이지만 220만 명 가운데 매우 소수만이 소위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이들도 언제 경력단절을 겪을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2011년 이전 7년간 공학계열 입학생, 이공계 박사 졸업자 그리고 정규직 과학기술연구개발인력 중 여성비율 변화 추이를 보면 모든 지표가 향상되고 있는 바람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성 박사의 증가율이 가장 높고 여학생의 공학계열 입학생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정규직 여성과학기술인 증가율은 증가폭이 낮은 편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여성들의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인적자본 투자는 증가하고 있으나 괜찮은 일자리에 종사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개선되지 않았거나 취약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개인 역량의 손실일 뿐 아니라 국가 경제적으로도 인적자본 활용의 비효율성이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여성과학기술인의 경력이 단절된 사유가 주로 자녀의 출산 및 양육이기 때문에 여성과학기술인이 재취업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도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이라고 한다(김종숙, 2011). 이 연구에서 경력단절 여성과학기술인이 취업을 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요인은 ‘나에게 적합한 취업처를 찾기어렵다’가 5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것은 여성과학기술인의 일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일‧가정이 양립 가능한 여건임을 의미한다. 고령화 저출산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우수한 여성인력의 조직 내 활용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는 인구증가율이 떨어지고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고 있으며, 우수한 여성인력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여성연구원 비율은 OECD 평균값 이하를 여전히 맴돌고 있으며,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공계의 경우에도 전문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인력의 육성과 활용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지는 이유를 정리하면 크게 인력양성, 결혼과 출산, 기업풍토의 문제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인력양성의 문제로는 여성인력에게 좁은 취업문과 전공 분야의 불리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하향취업과 전문성의 취약을 들 수 있다.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활발히 경력개발이 이뤄져야 할 시기에 노동시장을 이탈하거나 업무 영역과 깊이에 제약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그리고 기업풍토로 인해 인사에서의 불리함, 승진누락, 재교육 부족 등으로 사기와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남성 중심적인 조직구조와 제도, 기업문화로 인해 여성인력의 성장에 장애가 발생하고 결국 직장 내 소수자로서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적합한 직무기회를 갖지 못하고 역량이 사장될 우려가 큰 것이다. 이는 여성 개인의 불행일 뿐 아니라 사회,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여성과학기술인 양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으며 수년간 활용정책에 있어서도 상당한 발전이 이루어졌다. 특히 2002년 2월 ‘여성과학기술인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제도적인 기반을 갖추었으며,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도 전국단위로 설치되었다. 또한 국공립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여성과학기술인 채용목표제도 실시되고 있으며, 여성과학기술인을 육성 및 지원하기 위한 여러 정책들도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다. 여성과학기술인의 육성은 여성인력의 일자리 창출 및 활용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반드시 심도있게 다루어져야 할 과제이다. 고급 여성인력의 활용은 선택 가능한 인재의 풀을 넓힘에 따라 기업이나 연구소가 더 나은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강력한 소비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고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고객만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다. 특히 미국 내 100대 기업의 경우 여성관리직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위 10%의 기업들의 주주 총수익률은 27.6%로 100대 기업 평균 23.1%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다양한 경험과 가치관을 가진 여성과학기술인의 유입은 과학기술을 보다 창의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토대를 만들어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모성보호제도, 가족친화제도, 육아지원제도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 인적자원관리(HRM)는 일부 도입되어 있으나 아직 시작단계에 있고 실제 실행정도는 매우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인적자원개발(HRD) 부문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역시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사회와 조직의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토대가 되어야 하며, 여성과학기술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정부와 기업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성과학기술인의 적합한 활용은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구조가 바뀌는 현실에서 양성평등 측면뿐만 아니라 인재의 활용이라는 실질적 중요성이 매우 높다. 이들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최대한의 역량 활용을 위해서는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여성인재의 육성과 고용평등이라는 기초적인 조건위에 여성과학기술인들이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직장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근무시간과 장소의 유연성, 출산과 육아 등의 모성보호, 그리고 돌봄노동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되고 실질적으로 작동되어야 할 것이다. 여성과학기술인의 일·가정이 양립 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여성의 개인적 필요 충족뿐 아니라 기업과 산업, 나아가 사회 전체적인 정의의 실현에 이르기까지 다차원적 의미를 갖는 시대적 과제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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