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대형 참사가 여러번 있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또 깊이 온 국민이 슬픔과 안타까움에 빠져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있는 안산올림픽체육관을 들어서자 벽면 전체를 메운 단원고 학생들의 영정이 눈에 들어온다. 어른으로서, 또래 아이를 둔 부모로서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할뿐이다. 세월호 참사 사건은 사건을 일으킨 사람들, 사건을 수습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갖게 한다. 선장과 선원들은 고객들을 편하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이동하도록 해주는 것이 그들의 일이자 존재이유이다. 어린 학생들과 승객들을 남겨둔 채 홀로 탈출한 추악한 선장조차도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명절 때 고향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여객선으로 실어 나르며 내가 (가족과) 누리지 못하는 행복한 시간을 그들은가족들과 누릴 수 있게 하는 데 위안을 얻는다. 오늘도, 내일도 나는 배와 함께 할 것”이라고 사명감을 표현하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침몰하는 배에 국민들이 갇혀 있는 상황에서 해경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신속하게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는 것이다. 침몰하는 배에 승객들을 남겨둔 채 홀로 탈출한 선장으로 대표되는 기업,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초기 대응을 못해 배 안에 갇힌 국민들을 단 한 명도 구출하지 못한 해경으로 대표되는 정부를 보며 실망을 넘어 자괴감마저 느낀다. 이번 사건은 세월호 선사인 기업과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월호 사건은 필자를 포함한 이 땅의 어른들에게도 존재이유를 묻는다. 어른들은 우리 후세들에게 국기에 대한 경례의 다짐처럼 자유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물려주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러나 어른들은 이타적인 삶보다 자기 자신과 가족을 앞세웠고, 정의보다는 돈을 앞세웠고 사회적 부조리에 맞서기보다는 회피했다. 그 결과 물질적으로 잘 사는 나라는 되었지만 자유와 정의는 부족한 나라를 만들었다. 이제 어른들이 후세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할 때 그들이 정말 가만히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이제 한국 그리고 한국인은 커다란 숙제를 해야 한다. 진상을 정확히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필자는 조직과 사람을 어떻게 경영하고 이끌어야 하는가를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세월호 사건을 통해 분명히 깨달은 사실은 ‘무능력한 것은 죄악이며, 특히 권력을 가진 자가 무능력할 때 그 결과는 참혹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리더와 직원의 역량향상을 돕는 기업 HR부문이 높은 사명감을 가지고 리더와 직원 역량강화에 보다 많은 힘을 쏟아야 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최근 들어 부쩍 기업 가치관 교육이 강화되고 있다. 경영자들은 가치관 경영이라는 주제에 격한 공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각 기업들마다 직원 교육에 기업 가치관의 이해와 행동다짐을 교육의 중심에 편성하고 있다. 지난달 필자는 많은 조직에 가치관 경영 강의를 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한불교 조계종, KBS 한국방송, 한겨레신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 우리가 익히 가치중심적인 조직으로 알고 있는 곳에서도 가치관 경영에 높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는 사실이다. 가치관 경영은 직원들의 생각을 한 방향 정렬하자는 것이다. 한방향 정렬은 모든 생각을 통일하자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Mission), 기업의 꿈과 미래상(Vision), 기업의 우선순위이자 원칙과 기준(Core Values). 이 세 가지만 한 방향 정렬하자는 얘기다. 최근 많은 기업이 가치관을 재정립하거나 새롭게 수립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이며 당연한 대응이다. 보다 많은 기업이 가치관에 관심을 가지고 활발하게 추진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수행에 있어 반드시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직원들이 느끼는 거부감이다. 가치관 경영을 회사가 직원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오해한다. 정신교육 정도로 생각한다. 정확히 오해다. 안타깝게도 많은 기업에서 경영자나 직원들이 기업의 참맛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존재이유를 이윤을 추구하는 것으로, 자기가 하는 일을 돈을 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벌기 위한 과정으로 갈등은 원래 어디에나 있는 것이고 상사나 부하가 서로 상처 주고 스트레스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다. 이제 많은 기업이 가치관 경영을 통해 기업의 존재이유를 분명히 세워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 꿈과 미래상을 분명히 세우고 조직의 성장과 직원의 행복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일의 우선순위 그리고 원칙과 기준을 분명히 세워 일관성 있는 의사결정을 통해 조직 내에 높은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은 경영자가 어떻게 직원을 이끌고 직원들이 기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의 선택에 따라 안정된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도 있고, 불안한 생존과 미래가 없는 기업이 될 수도 있다. 지난 주말 모 중소기업의 가치관 수립 워크숍을 진행했다. 직원들은 대놓고 표현은 안 하지만 일도 바쁜데 무슨 기업 가치관이냐는 거부감을 가지고 그 자리에 왔다. 임원들은 ‘뭐 되겠어’라고 생각하고, 직원들은 ‘시간이나 때우고 가자’는 식이었다. 본격적으로 기업 가치관을 토론하기 전에 개인 가치관을 먼저 만들었다. “나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이고 내가 살아가는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도록 했다. 개인 사명 도출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에 대한 내용을 썼다. 다음으로 “내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이루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도록 했다, 개인 비전 도출이다. “전원주택을 짓겠다”, “해외여행을 가겠다”, “자원봉사를 하겠다” 등 진정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삶의 원칙과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도록 했다. 개인 핵심가치 도출이다. ‘정직’, ‘신뢰’, ‘소통’, ‘배려’, ‘열정’, ‘도전’, ‘존경’ 등 삶의 원칙과 기준을 생각해 보도록 했다. 워크숍에서 개인의 가치관을 생각하고 정립할 기회를 주자, 직원들은 기업 가치관을 만드는 토론의 장에 적극성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자기들이 참여하고 토론하고 합의하여 만든 기업 가치관에 무한한 자부심과 기쁨을 표현했다. 기업 가치관이 중요한 시대다. 모든 기업은 자기 고유의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그러려면 직원들의 적극적인 공감을 바탕으로 가치관을 수립하고 내재화해야 한다. 자, 이제부터라도 직원들에게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그리고 기다려 보자. 어떤 변화가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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