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정지원 일자리 창출 사업이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 사업에 치중해 중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당연한 분석이다. 그간 고용장려금 같은 손쉬운 사업을 펴다 보니 정작 필요한 직업재교육 같은 고용지원 서비스는 미흡한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은퇴자나 조기 퇴직자들이 대거 자영업이나 창업시장에 발을 들여놓지만 제대로 된 현실경제 적응력이 부족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직업훈련이나 능력개발 사업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그마저도 쓸 데 없는 시험이나 형식적인 자격증 따기 같은 스펙 쌓기가 대부분이라 정작 기업에서 제대로 쓸 수 있는, 창의력을 갖춘 실력 있는 우수인재는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면 직업훈련이나 능력개발 사업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교육이 무얼까?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을 보는 눈을 키우는 일이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와 함께 하는 다른 사람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무지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능력이 부족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에 대한 객관화 능력도 부족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우선 자신을 탐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책을 읽게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장 느리고 답답한 방법 같지만, 결국은 가장 빠른 방법이다. 책은 세상을 보는 창이기 때문이다. 신문이 그 역할이라고 하지만, 너무 단편적이다. 책 중에서도 자기계발 서적이나 실용서적이 아니라 세상과 인간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인문학이 더 필요하다. 기업 직무교육, 대학생 취업교육 유감 굳이 어려운 인문학에 도전할 필요는 없다. 문학은 나와 너, 그리고 우리, 즉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역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로보고, 미래를 되비추는 거울이다. 그리고, 철학은 자신의 세계관을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철학이 없거나, 잘못되거나 비뚤어진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그 다음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주입식 입시교육의 폐해 때문에 글과 말을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이 드물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단순히 세련되게 말을 하고, 글을 잘 쓰는 게 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의사표현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더구나 고객을 상대하는 텔레마케터 같은 영업직이나 상담원조차 일방적인 광고멘트만 쏟아낸다. 이건 대화가 아니라 광고녹음기와 다를 바 없다. 천편일률적인 스팸문자와 텔레마케터의 멘트를 보라! 준비된 멘트를 읽는다. 공해도 이런 공해가 없다. 왜 한쪽은 감정노동을 하고, 한쪽은 감정소비를 해야 하는가. 많은 고객들에게 하는 양적 영업에만 매달릴 필요가 있을까. 엄청난 문자와 메일과 전화에도 사람들은 외롭다. 소주 한잔 걸치고 들르는 바(bar)는 고객의 얘기만 들어주는 것으로 영업을 한다지 않는가. 아무튼, 그동안 시험을 위해 해왔던 공부, 자격증과 외국어 같은 실용지식을 위해 해왔던 공부를 벗어던지고, 스스로의 성찰을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 바로 자기 탐구의 과정이다. 그 다음에야 다른 사람의 삶도 보이고,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열어갈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직업교육 투자나, 능력개발 사업이 재직자들을 활용하기 위한 교육에만 너무 매달리고 있다. 희망퇴직자들을 위해서 퇴사 후에도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몇 개월치의 위로금도 중요하지만,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진로설계 직업 찾기, 우선은 자아 찾기부터 앞만 보고 달려온 40-50대 남자 직장인들은 뒤늦게 무엇을 위해 살았든가 회의가 밀려오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자기 성찰의 시간이다. 안식년이 있으면 제일 좋지만, 그럴 입장이 아니면 스스로를 점검할 수 있는 인문학 독서가 필요하다. 취업하고 승진하기 위해서 경제경영, 자기계발 서적 같은 실용서만 보던 습관에서 벗어나 문학, 철학, 역사책을 들춰 봐야 한다. 혼자서 보는 것도 좋지만, 함께 할 사람이 있으면 더 좋겠다. 누군가 함께 고민하고 걸어줄 사람이 있으면 좋다. 혼자 하면 힘든 길이지만 함께 하면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다. 왜 인맥을 술로, 골프로만 해결하려고 하나. 진짜 제대로 된 인맥은 바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인데. 교양을 채우기 위해서는 와인이나 클래식, 공연만 있는 게 아니다. 교양의 근본은 바로 책이다. 제2의 인생은 냉정한 자기 성찰 위에서 새로 자신을 포맷해야 한다. 자신의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게 우선이다.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들, 이제 뒤도 돌아보고, 주변도 돌아봐야 한다. 그래야 나의 좌표가 확실해진다. 나는 어디에 와 있고, 어디로 갈 것인지 명확해진다. 자신의 정체성도 다시 재발견해야 한다. 40~50대까지는 제대로 된 직업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냥 그렇게 살아왔다. 진로설계는 꼭 경력관리만 있는 게 아니다. 은퇴설계는 각론인 경력관리보다 총론인 진로설계, 인생설계가 더 우선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가 너무 ‘각론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에서 인문학의 위기와 기술 우선도 그 자장 안에 있다. 총론의 방향성은 차치하고 각론의 성급함만 요구한다. 과정은 지나치고 결과만 얻고자 한다. 파종은 하지 않고, 수확만 기대하는 꼴이다. 산업생태계에 대한 관심이나, 기반 마련에는 관심도 두지 않다가 ‘왜 우리는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못 만드냐’는 소리나 한다.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나 관심 없이 기술에만 열중한다. 진정으로 누구를 위해 만드는지, 무엇을 위해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수익만 많이 낼 수 있다면. 그런데, 어쩌나. 닌텐도가 누적 적자로 망할 처지에 놓였다. 스마트폰이 게임기를 대신하리라고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은퇴설계, 왜 돈으로만 해결하려 드나 개인도 이와 다르지 않다. 화폐경제로 둘러싸인 나의 삶에 대한 진지한 탐색이 필요하다. 나 역시 대우그룹이 해체되지 않았으면, 안온한 조직에서 나오기란 쉽지 않았으리라. 힘들었지만, 벤처기업에서 부딪쳐보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돈이 되지않더라도 행복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하지만, 그 고난의 기간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다. 결국은 이렇게 사회에서 추락하는 건 아닌지 두렵기도 했다. 절벽과 낭떠러지에 몰린 걸 체감하기도 했다. 자주, 회의했다. 지나고 나니 그게 약이 되고, 견디면 좋은 날도 온다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과정을 거치는 사람에게는 여유도, 퇴로도 없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길을 찾기란 쉽지 않고, 그것이 창업의 길이라면 더 힘들다. 하지만, 그 과정이 고통스럽기만 한 건 물론 아니다. 조직에서 이탈했을 때, 한동안 적응이 되지 않았다. 매달 주어지는 급여의 금단현상이 오래도록 머물렀고, 이와는 별도로 넘쳐나는 시간을 관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주기적으로, 구속되는 조직과 환경이 그리웠다. 함께 고민할 사람도 그리웠다. 습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삶의 시스템, 벡터를 만드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쇼생크탈출>에서 장기 복역수가 출소를 두려워하다, 결국 자살을 하는 건 그만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는 증거다. 주도적인 삶의 자유로움이 좋다고 하지만, 구속되는 삶의 편안함이 그리울 때가 많았다. 그 시간을 견디게 해준 건 바로 책과, 동지들이다. 뜻을 함께 하고, 부족한 것을 서로 채우고 격려해주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 ‘사업은 사람이다’라는 건 ‘사업은 인맥이다’라는 의미와는 또 다르다. 사람은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이지만, 인맥은 사업적 도움을 주는 이들이다. 인맥의 시혜는 언젠가 돌려줘야 할 빚이고, 언제 끊길지 모르는 경제적인 도움이지만, 동지의 격려는 바른 길을 갈 수 있는 디딤돌이자, 오래 버틸 수 있게 하는 정신적인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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