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IoT가 훨씬 크다

권영설의 창조경영

2015-03-03     권영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삼성전자의 최근 변화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기업 간 거래(B2B) 시장 강화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시스템에어컨업체인 콰이어트사이드를, 9월엔 캐나다 프린팅 업체인 프린터온을 인수했다. 최근에는 브라질 최대 프린트 솔루션 업체인 심프레스 코메르시우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모두 B2B 업체들이다.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던 제조업체였다가 B2B 서비스기업으로 변신한 IBM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휴대폰 등으로 소비자시장(B2C)의 리더가 된 삼성이 글로벌 B2B 기업의 야망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사물인터넷 가전·자동차에 편중

국방과 공공부문까지 포함하는 B2B 사업은 잦은 경기변동이나 치열한 경쟁에 휘둘리지 않고 중장기적인 계획 아래 진행할 수 있다. 전 세계 시장의 3분의 2가 B2B 영역이라고 보면 된다. 넓고 큰 영역이지만 그만큼 전문기업이나 거대 기업의 영역으로 여겨왔다. 선진 업체를 따라가기만 해도 성장할 수 있었던 재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시절에는 보이지 않던, 아니 감히 생각하기 어려웠던 시장이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사물인터넷(IoT)도 처음부터 B2B로 방향을 잡아야 더 큰 시장을 잡을 수 있다. TV 등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영역에 몰려가고들 있지만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들이 들어찬 전장에서의 피 튀기는 경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시장은 B2B와 관련된 사물인터넷 시장이다. 영미권의 경우 산업용 사물인터넷을 IoT와 구별하기 위해 산업용(industrial)의 I자를 하나 더 붙여 ‘IIoT’라고 구별해 부르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액센츄어는 최근 보고서에서 1990년대의 디지털 혁명이 휴대폰 게임 메신저 전자상거래 등 최종 소비자 중심이었던 반면 산업용 IoT는 기존 산업분야의 생산성을 높여 성과를 극대화하는 새로운 혁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전, 기업용 B2B시장 주목해야

예를 들면 미국의 케터필러는 농기구의 기계본체, 엔진, 부품등에 각각 측정기를 달아 데이터를 수집한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상시 모을 수 있고 새로운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최적의 수리주기를 예측해 고장과 낭비를 줄인다. 또 농민들이 어떤 기계들을 조합해 작업하면 좋을지 조언을 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고장으로 경작을 못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사라졌다. 사물인터넷을 적용한 스마트공장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고 그만큼 B2B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스마트시티 스마트워크도 유망 분야다.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B2B 영역으로는 안전과 국방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건물에 화재경보 및 자동신고용 사물인터넷을 설치하면 발화 10여분간 아무도 몰라 신고를 못했던 의정부 화재 같은 사고는 피할 수 있다. 군인들이 보초를 서기 어려운 전방 지역에 사물인터넷 경비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은 지금도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다. 이런 분야에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해 가면 국민의 삶의 질도 높일 수 있고 국가적인 인프라사업도 벌일 수 있는 것이다.

TV와 자동차 말고도 사물인터넷이 주는 기회는 많다.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B2B 영역은 아직 열려 있고 먹을 것이 많다.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권영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