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다

정진호의 가치경영

2015-03-03     정진호 가치관 경영 연구소장

요즘 너나 할 것 없이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 간다고들 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경기가 나빠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직원들 월급을 챙겨야 하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엊그제 월급 준 것 같은데 또 월급날이 다가온다고 한다. 사업을 책임지고 성과를 내야 하는 임원이나 리더들이 느끼는 압박감도 크다. 직원들도 다르지 않다. 실적이 나지 않는 대부분 기업이 그렇고, 잘 나가는 회사도 전체적인 환경이 어렵다 보니 느긋한 입장이 아니긴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어려우면 이런 얘기를 할까? 매년 초 경제전망에서 “올해는 문제 없습니다.”라고 전망한 해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어떤 임원은 이렇게 어려움을 느끼기는 IMF 이후 처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IMF 때와 비교하는 것은 그 시절을 겪은 사람들의 트라우마라고 생각한다. IMF는 이미 17년 전 얘기다. 기업에서 IMF를 겪은 사람은 차·부장 이상 직급의 사람들이고 대부분 직장인들은 IMF를 말로만 들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기업 환경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나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이 부도를 맞고 쓰러졌다. 중소기업은 물론 10대 기업도 쓰러졌고 은행도 여러 곳이 문을 닫았다. 대규모 감원과 정리해고가 아무런 저항 없이 이루어졌다. 대부분 직장인들이 점심 값을 아끼려고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고 주 6일 근무를 당연시 생각하던 상황이었다. 경제 성장률도 해방 이래 가장 낮은 -5.7%를 기록했었다. IMF 상황이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최악의 상황인데, IMF 얘기가 나온다는 것은 과장된 면도 있지만 그 만큼 지금의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2015년도 두 달이 훌쩍 지났다. 특히 2월은 날짜도 짧고 설 명절연휴도 있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제 3월부터는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변명의 여지없이 달리고 달리면서 성과를 내야 한다. 성과를 내야 하는데 우리 기업은 어떤 준비가 되어 있을까? 우리 기업, 우리 부서는 획기적인 전략이 준비되어 있는가? 차별화 된 제품과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는가? 아마도 대부분 기업에서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지난해와 특별히 달라진 게 없는데 어떻게 더 많은 성과를 내겠다는 말인가? 특히나 IMF 사태를 언급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말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다.”라고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이 말이 더 와 닿는 것은 비단 필자뿐일까?

상하 간 갈등 해소 방법 필요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즉, 과거의 혼자 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상호 간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리더와 멤버들의 협력이 중심이다.
모 기업에서 밤 11시에 사업총괄 임원이 영업팀장들을 모아 놓고 1~2월 실적에 대해 강하게 질책을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백 번 양보해서 실적이 나쁘니 질책을 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것이 밤 11시이고, 또 그 다음 날부터 매일 저녁 일일 보고를 해야 한다고 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놓고 말은 못 했지만 팀장들의 불만은 굉장히 컸다.
사업 책임자인 임원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성과를 내는 것이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임원은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없다. 임원이 부하직원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업무지시를 내리는 건 모두 성과를 내기 위한 활동들이다. 그런데 직원들은 불만이 많다. 가뜩이나 일할 시간도 부족한데 회의를 위해 보고서를 준비해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직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율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임원은 성과를 내야하고 멤버들은 자율적으로 일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많은 기업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욕구와 자율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욕구가 충돌을 일으킨다. 리더는 성과를 내라고 요구하면서 자율을 억압하고 멤버들은 자율적으로 일하게 해달라고 요
구하면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 언뜻 보면 성과와 자율이 대립되는 요소처럼 보인다. 의아한 것은 성과와 자율이 과연 서로 대립되는요소인가 하는 부분이다. 다시 말해 성과를 내려면 멤버들의 자율을 억압해야 하고, 자율적으로 일하면 성과가 안 나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 기업들이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내부 협력이 중요하고, 그러려면 리더와 멤버 간에 성과와 자율이라는 비본질적인 대립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의외로 아주 쉬운 해결책이 있다. 리더는 자율적으로 일할 환경을 만들어 주되 반드시 성과를 낼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멤버들은 자율적인 환경에서 일하는 보장을 받되 반드시 성과를 낼 책임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다. 누군가 이런 얘기를 한다. “자율을 줬는데 성과를 못 내면 어떻게 하냐?” 이 질문에는 정답이 있다. 그래서 인사평가가 있는 것이다. 약속한 성과를 못 냈으면 낮은 고과를 주고 적은 보상을 받는 것이다. 조직 내 상하 간의 갈등, 나쁜 조직분위기, 인사평가에 대한 불신은 모두가 리더와 멤버 간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한 데서 발생한다. 당연한 얘기가 당연하게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갈등만 키우는 것이다. 단순 반복적인 일을 하는 직무가 아니라면 ‘자율을 주고 성과를 요구하는 업무 방법’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도입해 보면 좋겠다.

신뢰 구축을 위한 공유와 소통 강화

신뢰 문제도 해결이 필요하다. 모 기업 가치관수립 프로젝트 과정에서 직원대표들이 워크숍을 통해 도출한 결과물을 임원들이 최종 단계에서 문구 일부를 수정한 일이 있었다. 워크숍 결과물의 매끄럽지 못한 부분을 잘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최종 결과물을 본 직원대표들의 반발이 컸다. “우리가 들러리냐” “임원들이 자기들 맘대로 고쳤다”며 반발하는 바람에 프로젝트 책임자가 공개 사과하여 간신히 수습했었던 적이 있다.
발표하기 전에 직원대표들에게 경과를 설명하고 의견을 물었으면 문제없이 진행될 일이 꼬인 것이다. 이처
럼 좋은 의도를 가지고 내린 결정이 나 행동이라 할지라도 소통 부족으로 인해 오해를 사는 경우가 왕왕있다. 통상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데서 오는 오해와 소통이 부족한 가운데서 오는 오해는 불신으로 굳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구성원 간 신뢰구축을 위해 정보 공유

활성화와 함께 소통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금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려면 어제와 똑같이 일하면서 보다 나은 미래를 기대하는 어리석음을 버려야 한다. 리더들은 멤버들에게 보다 많은 자율을 주고 멤버들은 성과에 대한 보다 강한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한 작은 오해가 갈등으로, 또 갈등이 불신으로 굳어지지 않도록 보다 높은 수준의 소통으로 서로 간에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진호 가치관 경영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