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막연한 희망론이 아닌 구체적인 방법론 제시해야

HR INSIGHTⅠ

2016-05-27     신경수 아인스파트너 대표

강남구 삼성동에 둥지를 틀고 ‘지역사회공헌’이라는 명분으로 저자초청 강연회를 시작한 지 6년이 넘었다. 디지털 문명에 친숙한 직장인들에게 ‘저자와의 대화’라는 자리를 통해서 책에 조금 더 다가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된, 지극히 개인적인 의지로 시작된 이벤트였다.

지난달까지 우리 회사를 다녀가신 저자분을 모두 세어보니 벌써 37명에 이른다. 우리 회사가 출판사가 아닌 점을 고려한다면 분명 적은 숫자는 아니다. 대부분은, 동서고금의 해박한 식견을 가지고 ‘허기진 지적 욕구’를 채워주었고, 다양한 실사례 등을 통해 자기계발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해 주었다고 자평(自評)해 본다.

37명의 저자분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을 꼽으라고 한다면,『인간시장』으로 유명하신 김홍신 선생님과 ‘변화경영’으로 잘 알려진 구본형 소장님을 들고 싶다. 특히 구본형 소장님은 지금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여러모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주신 분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IBM이라는 글로벌 기업에서의 안정적인 생활을 뒤로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 작가의 길로 들어서신 것도 그렇고, 저서『익숙한 것과의 결별』등을 빌려 ‘그렇게 살지 말라!’며 쓴소리를 해 주신 것도 그렇고, 현실에 안주해 있는 현대인들에게 참으로 많은 귀감이 되어주셨다. 그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 ‘변화경영의 전도사’가 되어 구체적인 성장모델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괜찮아, 다 잘 될 거야!”와 같은 근거 없는 희망으로 독자들을 현혹하고 있는 세상에서 故 구본형 소장님은 막연한 희망론이 아닌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런 점은 필자가 글을 쓰면서 ‘힘들죠? 금방 좋아질 거예요!’라는 감성팔이식 문체보다는, 통계와 사례를 통한 과학적 접근을 취하도록 이끈다.

이런 생각은 컨설팅 현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데, 근거 없는 희망으로 조직을 끌고 가는 리더를 볼 때면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매출이 떨어지고 유능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상황에서도 아무런 근거 없이 “괜찮아, 다 잘 될 거야!”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남아 있는 멤버들을 현혹하는 경영자들을 만날 때가 있다. 답답한 마음을 넘어서 화가 나지만 그렇다고 면전에서 ‘형편없는 리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가슴만 태우기 일쑤다.

얼마 전 경영자 워크숍에서 있었던 일이다. 중소기업 중앙회가 마련한 경영진단 프로그램에 참석한 어느 중소기업 사장과 간부들 사이에 오고 간 대화 내용이다.

간부 왈 “사장님, 매출이고 영업이익이고 벌써 3년째 내리막길입니다.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사장 왈 “김 이사, 걱정하지 말아요! 하반기부터는 조금씩 나아질 겁니다.”
간부 왈 “사장님! 혹시나 우리의 경영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장 왈 “답도 못 찾을 거면서 괜히 일만 많아질 겁니다. 귀찮은 일은 만들지 맙시다.”
간부 왈 “그렇다고 이대로 지켜보기만 하실 겁니까? 뭔가 다른 방법을 강구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사장 왈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그냥 나만 믿고 따라오세요. 다 생각이 있으니까!”
간부 왈 “그게 뭔데요?”
사장 왈 “외부활동을 늘려서 판매 루트를 확대해 볼 생각입니다.”
간부 왈 “지금의 활동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내부 문제에도 관심을 두시는 게!”
사장 왈 “걱정하지 마세요. 매출만 오르면 모든 게 다 좋아질 겁니다.”
간부 왈 “하지만 모든 영업 루트를 사장님 라인에만 의존하다 보니 현장에 있는 직원들의 영업력이 갈수록 퇴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장 왈 “그 문제도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간부 왈 “참 그리고 문제가 또 있습니다. 신입사원 5명 중에서 가장 능력 있다고 평가받은 3명이 집단으로 사표를 냈습니다. 담당 부서장이 면담은 해 보았는데 설득하는 데 실패한 모양입니다.”
사장 왈 “그 문제도 내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직접 만나서 설득해 보겠습니다.”
간부 왈 “어떻게 설득하실 생각이신데요?”
사장 왈 “비전을 줘야지요!”
간부 왈 “어떤 비전을 주실 건데요?”
사장 왈 “생각해 놓은 게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다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대화 내용일 것이다. 문제가 산적한 기업의 현장에서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등한시한 채, ‘열심히만 하면 나아지겠지!’하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경영자들이 자주 구사하는 대화 패턴이다. 수년 동안 동일한 방식으로 사업 형태를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수익구조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면, 당연히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을 검토해볼 만도 한데 그냥 운에 맡기는 사람들이 적지가 않다.

미국 코넬대학의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과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 교수는 이런 근거 없는 희망에 갇힌 사람들을 가리켜 ‘유토피아 증후군’에 빠진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들은 1999년 발표한 자신들의 논문「무능력과 무인지: 무능력의 인지 부족이 초래하는 과장된 자기평가」에서 “무능한 사람은 자신의 무능을 인지하지 못한다. 올바른 해결책을 찾는 데 필요한 능력은 어떤 해결책이 올바른 것인지 식별할 줄 아는 능력이다.”라고 말하면서, “무능한 사람들은 이런 식별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라고 보고했다.

아울러 두 교수는 무능한 사람은 다음과 같은 경향을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 타인의 뛰어난 능력을 알아보지 못한다.
• 자신의 무능함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다.
• 교육과 연습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동안 해 왔던 방식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뭔가 다른 차원의 시도가 필요하다. 상품이나 서비스가 팔리지 않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며, 유능한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냥 “경기가 안 좋아서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변명이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도 리더로서는 해서는 안 될 말 중의 하나이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다는 말은, 지금까지 효과가 없었던 A 대신에 B라는 원인을 집어넣으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말과 같다.

‘잘 될 거야! 나만 믿어’라고 말만 앞세우는 리더는 더 이상 리더가 아니다. 리더는 조직을 이끌 구체적인 방법론을 가지고 있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다른 유능한 선장을 찾아서 키와 완장을 전달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막연한 희망에 기대어 사는 어리석은 리더’에게 더 이상 조직을 맡기지 말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