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력, 어떻게 선발하고 육성할 것인가
SPECIAL REPORTⅠ 한국 기업의 글로벌 HR,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우리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한 지 벌써 50년이 넘었다. 외형적으로 해외 매출과 수익이 80%를 넘어서는 곳도 나오고 있다. 최근 수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확장에 기업의 성패를 걸고, 해외 진출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반면에 해외 매출은 늘어나도 수익률은 극히 저조하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는 기업도 많다. 글로벌 경영전략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지만,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글로벌 인재의 부족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기업에서 글로벌 인력관리에 성공한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아직 글로벌 인재 확보와 글로벌 인사관리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인사책임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면 HR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가 글로벌 인사관리라고 말한다. 글로벌 인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글로벌 인사관리와 관련된 문제들은 글로벌 인재풀부터 조직문화까지 하루아침에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이제부터 공을 들여 글로벌 경험을 갖춘 인사담당자들도 양성하고 기업에 맞는 한국형 글로벌 인사관리 모델도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인사관리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짚어본다.
1. 취약한 기업 브랜드
해외에서 우수한 글로벌 인재 확보를 확보함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취약한 기업 브랜드에서 시작한다. 국내에서 잘 알려진 기업(가령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등)이라고 해서 외국에서도 똑같이 알아줄까? 외국에 회사 브랜드가 잘 알려진 소수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같은어려움을 겪게 된다. 기업의 이미지나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정립될 수 없다. 현지에서 좋은 사회기여 활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한국에서의 활동과 현지에서의 사업계획에 관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언론과 사회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심어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2. 경직된 한국식 조직문화
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한국기업에 관해 긍정적인 인식이 부족하다. 보통 ‘야근’, ‘일방적 지시’, ‘고함’, ‘소통 부족’ 등 부정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또 집단주의 문화로 인해 한국 주재원들은 주재원들끼리만 모이고 현지 채용인들과 팀워크를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는 현지 방식으로 운영되던 곳도 본사에서 경영진이 방문하면 잘 보이기 위한 허례허식, 상명하복 등 한국식 문화의 취약함을 보인다.이러한 상황에서는 장기적으로 건강한 조직을 구축하기 힘들다. 조직 문화가 실제 우리나라 기업의 전반적인 문제라 하더라도 외국에서만큼은 현지에 맞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현지 문화의 좋은 점을 배합하면서 윈-윈을 이룰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어느 한쪽만의 문화를 강요하면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본사의 핵심가치는 외국에서도 꾸준히 유지되도록 추진하되 현지에 맞게 조직문화를 수정하는 것은 인사에서 특히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3. 주재원의 준비 부족과 권한 독점
해외 진출은 우선 제품과 서비스의 수출로부터 시작하고 좀 더 발전하면 현지 법인을 설립, 주재원을 선발하게 된다. 주재원의 확보는 우선, 진출하려는 국가에 관해 관심을 갖고 경험이 있는 인재들을 확보한다. 해외 주재원 인재풀을 확보하기 위해 일찍부터 노력한 삼성 등 대기업에서는 지역전문가 파견 등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지만 이렇게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 확보할 수 있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갑작스럽게 선발해 1~2개월 정도의 짧은 어학교육을 거쳐 바로 파견하는 형편이다. 본사를 대표하여 현지의 자산과 조직을 관리하고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선발과 교육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결과로 최악의 경우 중요한 해외 사업을 실패로 만들기도 한다.
주재원들에게 어학만 강조를 하는 경우도 종종 보는데 실제로는 현지에 가서 팀을 이끄는 경우가 많아서 문화 역량과 팀장 리더십을 충분히 갖추고 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또 가족들이 현지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주재원이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해외 파견 주재원 교육에 더 많은 관심과 시간적, 교육적 투자가 필요한 현실이다. 유능한 주재원이 파견된다 해도 현지에서 대부분의 권한을 주재원들이 독점하고 현지 채용인은 보조적인 역할만 시키는 경우 역시 현지에서 유능한 인재를 유지하게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다. 해외에서 사업에 성공하려면 기본적으로 현지인들이 주축이 되어 사업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현지인들이 보조적인 역할만 하게 되면 현지 사업과 조직의 성장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4. 한국식 인사제도와 인사관리
해외 진출 기업들이 초기에 겪는 공통적인 어려움 중 하나는 한국식 인사제도를 외국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본사의 인사담당자나 경영자가 한국식 경영에 익숙하기 때문에 본사의 인사제도를 현지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가령 직급도 과장, 차장, 부장을 사용하고 승진 기준도 한국식에 맞춘다. 인사제도는 나라마다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시스템이 있다. 한국의 인사제도는 한국문화에 맞게 발전된 것이고, 한국만의 독특한 제도가 많다. 따라서 현지의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국 고유의 인사제도를 현지에 적용하면 문제가 야기될 소지가 많다.
글로벌 경영을 위해서는 글로벌 인사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업이 해외로 사업을 확대하면 해외 인사관리를 통합하는 표준화된 체계와 시스템의 정립이 요구된다. 인사 체계와 시스템은 본사 위주로 운영하는 방법, 진출한 현지 국가별로 별도의 체계와 시스템을 운영하는 방법, 그리고 기본적인 인사 체계와 시스템을 글로벌하게 통일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현지에 맞게 변형해서 운영하는 방법이 각각 있는데 어떤 방식을 따를 것인가는 기업의 해외 진출 단계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다만, 인사 체계와 시스템의 통합은 초기부터 계획을 세워서 설계를 해야만 확장하기 좋다.
글로벌 인사관리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글로벌 인사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글로벌 역량이다. 인사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글로벌 경험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기가 더 어렵다. 글로벌 인사를 담당할 직원은 선발부터 신경을 써서 기본적인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고, 해외에 진출하게 되면 진출 국가와 관련하여 인사에서도 지속적인 경험을 쌓도록 자주 출장을 가거나 해외 파견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글로벌 인사의 성공은 결국 경영진의 관심과 글로벌 역량을 지닌 인사담당자의 확보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5. 현지 채용인의 채용과 관리
해외 사업을 전개하려면 우수한 현지 채용인력의 확보가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부족한 기업 브랜드는 물론 한국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현지의 작은 조직규모 등으로 인해 우수한 인재의 확보가 쉽지 않다. 그래서 신입사원 및 경험이 부족한 경력직 사원을 채용해 현지의 인력풀이 빈약하기 마련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인재들은 기업의 안정성, 성장 가능성, 기본급과 복지, 조직문화 등을 보고 기업을 선택하는데,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현지 기업보다도 좋은 인재를 유인하는 데 불리한 위치에 있기 쉽다.
따라서 해외 진출 기업은 적극적으로 기업 브랜드와 이미지를 관리하고 직원모집을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대학에 대한 회사소개 활동도 진행하고 채용 루트를 다양화하며, 헤드헌터도 잘 활용해야 한다. 특히 현지 관리자를 처음에 잘 영입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우수한 현지 관리자를 통해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지인들을 믿고 권한을 위임해 현지 경영은 현지인들 위주로 하겠다는 방침을 세워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6. 교육과 경력개발
현지에서 우수한 인재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한국기업에 근무했다는 경력만 만들어서 곧 다른 외국기업으로 이직하는 즉,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인재의 유지가 어렵고 이직률이 업계 평균보다 일반적으로 높게 나온다.
우수한 인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경력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지 조직의 규모가 작으면 현실적으로 경력관리를 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우수한 현지 직원에게는 중요한 일을 맡기고 권한을 위임해서 바쁘게 만들어 주어야 유지가 쉽다. 꼭 필요한 인재라면 좋은 관계를 유지함은 물론이고 일정 기간까지 근무하면 추가로 유지보너스를 지급하는 등도 고려해 인재 유지를 적극 실천해야 한다. 직원을 성장시키기 위한 교육도 본사에서는 다양한 교육을 시키지만 외국에서는 기본적인 교육마저 제공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럴 경우 온라인 교육을 활용하거나 몇 개 나라를 묶어서라도 주기적으로 교육을 제공해야만 직원들의 발전과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된다.
7. 조직의 글로벌 역량 강화
우리 기업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영어나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풀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특히 팀장급 이상에서는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를 찾아보기는 더 어렵다. 해외 사업을 추진하려면 영업뿐만 아니라 생산이나 품질관리, 연구, 재무 등 여러 부문에서 글로벌하게 일할 수 있는 인재들이 필요하므로 우선 글로벌 인재풀에 대한 수요공급 계획을 정확하게 수립하고 내부에서 선발 양성할 것인지, 외부에서 영입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내부의 인재를 양성하는 경우에도 계획을 잘 수립해서 지속적으로 집중 양성해야만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글로벌 인재풀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 유학생 중에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거나 아예 해당 국가에서 우리나라 말을 할 수 있거나 우리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하는 인재를 미리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외부에서 준비된 인재를 영입하더라도 조직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영을 본격화되면 어느 시점에서는 기업의 언어를 통일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물론 해외 진출 국가가 몇 되지 않으면 한국어로 언어를 통일할 수도 있다. 그러면 해외 현지인을 채용할 때 우리말을 할 수 있는 사람 위주로 선발하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한국어 교육을 시키면 된다. 그러나 해외 진출 국가 수가 증가하면 영어로 통일할 것을 고려하게 된다. 영어로 언어를 통일한다는 것은 평소에는 현지어로 일하되, 공통회의와 문서는 영어로 통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언어가 통일이 되면 인재도 글로벌로 활용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단계에서 통역이나 번역을 하는 수고 또한 줄일 수 있다. 전 세계를 무대로 글로벌 경영을 할 기업이라면 언어의 통일에 대해 미리부터 고민하고 언어 통일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여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채용에서부터 글로벌 역량을 갖추고 영어가 되는 인재를 우선 선발하는 방식으로 채용조건을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는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과 같이 근무해 본 경험이 너무 적다. 글로벌한 조직문화를 본사에 배양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을 본사 역시 채용하여 함께 근무하는 경험을 많이 쌓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외국인이 언어의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초기에 기대한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으나, 인내와 협동심을 발휘하여 외국인들도 우리 조직에서 성공을 할 수 있게 지원해 함께 근무하고 성장하는 기회를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