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적 혁신을 통한 기업의 경쟁력 제고

2016-07-01     이승철 삼정KPMG 상무

HR 혁신을 통한 위기의 한국기업 재창조: 인더스트리 4.0을 미리 대비하자
1회: 전사적 혁신을 통한 기업의 경쟁력 제고
2회: 과학기술의 발전이 초래할 일하는 방식의 혁신
3회: 인재를 모으는 방법
4회: 직급 체계는 위계적 조직 운영의 마지막 보루
5회: 성과 평가는 지속되어야 하는가?

벼랑 끝에 선 한국 기업들

올해 정부는 조선/해운업계를 비롯하여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5대 부실업종 대상 산업구조조정과 함께 신용위험평가 결과 재무구조가 취약한 54개 대기업의 구조조정 역시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공급 과잉 상태의 산업이나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은 인력구조조정을 포함한다. 또한 심각한 수익성 문제에 직면한 기업의 구조조정에서도 인력구조조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인력구조조정은 전적으로 고용조정의 방법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고, 고용조정 추진과정에서 노사 간의 마찰로 인하여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외부노동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인력구조조정의 경우 노사 간에 합의가 쉽지 않고, 법적 요건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법적인 분쟁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정리해고는 근로자 대표와 합의를 거쳐야만이 적법성을 갖게 되므로, 채용시장이 경직되어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추진 과정에서 많은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사업 재편과 인적자원 경쟁력 확보의 딜레마를 해결해야


엄밀히 말하자면 기업의 구조조정이란 단순히 부실기업의 회생작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전사적인 차원에서 기업을 혁신하고 조정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사업구조조정, 자금조달방법을 개선하는 재무구조조정, 소유와 경영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지배구조조정, 그리고 조직과 인력을 재편성하는 인력구조조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서 사업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 없이 재무구조조정과 인력 감축 위주의 처방이 기업의 회생과 실질적인 경쟁력 회복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아울러 기업부실의 책임소재 규명을 통한 지배구조의 개선 없이 이루어지는 재무구조 개선은 일부 계층에 대한 특혜 시비를 낳을 수 있다. 특히 워크아웃이나 회생절차 신청기업의 경우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하여 채권자들(주로 채권은행)이 협의 하에 채무상환기간의 연장, 담보물 처분이나 기타 강제집행을 유예하고 원금과 이자의 일부를 면제해 주거나 출자전환(Debt Equity Swap)하는 채무조정만을 추진하고 지배구조의 개선을 병행하지 않을 경우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이 재무구조조정만으로 펀더멘털(Fundamental)이 변하지는 않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 없이는 시장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사업구조조정은 경영환경분석을 바탕으로 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에 대하여 선택과 집중을 통한 조정을 거쳐 기업의 향후 주력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은 사업범위의 축소(Down Scoping)일 수도 있지만 다각화를 추구할 수도 있다. 사업다각화는 새로운 사업 또는 기업의 인수∙합병의 방법으로, 사업범위의 축소는 사업 또는 기업의 분할, 매각 및 아웃소싱의 방법으로 추진하게 된다.

사실 기업구조조정의 핵심이자 출발점이 사업구조조정이 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우선 의사결정의 주체가 기존의 경영진들인지 아니면 제3자인지부터가 문제이다. 기존의 경영진이 부실을 초래한 책임이 있다고 볼 경우 사업재편의 올바른 판단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들게 되고, 제3자가 이러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될 경우 주주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정부나 채권은행단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반면, 외국의 경우 구조조정 전문기관이 담당한다. 정부에서는 지난해 시장주도형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을 추진하다가 백지화했는데, 불가피하게 정부가 주도하게 될 경우라 할지라도 명확하고 투명한 계획과 원칙을 수립하고 이를 이해관계자들과 사전에 충분히 공유할 필요가 있다. 만약 외부 전문기관이 이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국내 전문가 집단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와 부실기업과 전문기관 간의 불편한 연결관계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조정 전문회사의 설립과 더불어 기업의 부실을 감시해야 할 전문기관의 독립성 유지 및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보완책의 수립이 필요하다.

조선업은 수주산업으로 경기에 민감한 동시에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특히, 숙련 노동자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특성을 갖는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고정비를 커버하기 위해 생산 유연성을 달성하는 방안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해양 플랜트 사업으로 무리하게 다각화하고, 숙련인력이 경쟁력의 결정요인임에도 사내하청에 의존하는 노동유연화 전략을 추구하였다. 즉 준비되지 않은 사업 분야에 핵심경쟁력 확보 없이 뛰어들었다. 근본적인 사업 모델의 혁신을 추구하지 않고 공급과잉 해소에만 집착할 경우, 국제적인 경쟁력을 상실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진정한 의미의 기업구조조정은 경영 패러다임과 기업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변화시키는 것이다. 오늘날 기업회생을 위한 사업구조조정은 단순히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업모델 혁신이 수반되어야 한다. 사업모델 혁신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제공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고객은 전혀 다른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고객가치의 혁신을 지향해야 한다. 기술의 융합에 기반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 기존의 산업 분류의 범위를 벗어나 가치사슬의 수직적/수평적 확대를 통한 사업모델 혁신, 그리고 기존의 전통적 산업이나 시장에서 고객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전달하는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

이러한 장기적인 사업모델 혁신과 수행전략에 기반하여 인력 운영에 대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한 인력구조조정이 진행되어야 한다. 인력구조조정 계획의 출발점은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목적에 대해 명확히 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구조조정의 방법, 대상자 규모와 구성, 시기 등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 가능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계기업이 사업축소를 해야 하는 상황과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M&A를 추진하는 경우, 생산방식의 혁신에 따른 인력 수급 조정 등 각각의 경우에 맞는 접근방법, 대상자 규모 및 구성, 소요 기간 등을 결정해야 한다.

개념적으로 볼 때 기업의 인력구조조정 방법은 내/외부 노동시장의 활용 여부와 추진 과정에 수반되는 재정적 투자 규모를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협의에 따른 인력구조조정은 해고나 전직과 같은 외부 노동시장을 활용하는 고용조정 방법을 일컫는 것으로, 한계기업이나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한편 내부 노동시장에서 유휴 인력을 수용할 여지가 있고, 사업 재편의 목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경우 외부 노동시장보다는 내부 노동시장을 활용하는 방안들이 노사 간의 합의 도출에 용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기업의 인력구조조정이 단순히 인력감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사업재편 과정에서 성장 모멘텀(Momentum) 확보나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M&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피인수 기업의 인적 자원의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즉 인수합병 과정에서 중복 되거나 여유 인력의 감축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인수합병 과정에서 피인수 기업의 인재유출 방지가 목적인 이른바 ‘Aqui-Hire’의 경우도 존재한다.

구조조정 계획 수립에는 구조조정 방법뿐만 아니라 규모, 대상의 구성, 시간 계획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다. 인력 규모를 결정하는 다양한 요인의 동태적 변화, 사업목표와 인력 규모 및 구성 간의 피드백 관계에 기반하여 사업의 전략적 목적 달성을 위한 최적의 인력운영 방안(Optimization)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인력구조조정의 배경이 되는 사업전략과 사업목표, 그리고 기존 인력 운영 Practice에 기반하여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경우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한 예측, 그리고 사업구조조정의 목표, 이러한 사업 재편에 요구되는 인적 구성과 인적 생산성, 적정 인건비 수준 등을 고려한 최적화 시뮬레이션을 수행해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사업구조조정 시나리오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재무적 목표와 운영 효율성의 달성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의 규모, 소요기간, 비용 등에 대한 총체적인 인력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인력구조조정이 국민경제의 성장 잠재력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인력구조조정은 직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정리해고와 같은 방안은 삶의 질을 급격히 저하시킬 가능성이 크다. 소득 단절과 정신적 충격을 수반하는 정리해고와 같은 급진적인 방법은 근로자들의 격렬한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 단기적으로 사업규모의 축소가 불가피한 경우에도 고용규모의 축소라는 방안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해서 손익을 엄밀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을 통하여 기업이 경쟁력을 회복할 경우 퇴직 인력에 대한 복직(Reinstatement)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들이 인력구조조정 시 실직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많이 활용하는 전직지원서비스(Outplacement Service)의 경우에도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경우 취업알선 서비스가 대리인(서치 펌, 취업알선 사이트 등)을 통하여 수요자와 공급자를 매칭하는 방식을 통해서 재취업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과연 이러한 방식으로 노동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지 즉 ‘선택 마찰’을 해소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재취업의 성공은 일종의 짝짓기(Matching) 문제인데, 양쪽의 이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대리인이 자신의 이해에 충실한 방향으로 추진하거나 정보의 오염, 시차의 발생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상호 ‘탐색과정’에서 정보 비대칭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구인∙구직 매칭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정보 제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휴먼 클라우드(Human Cloud)’의 한 형태인 ‘Online Staffing Platform’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는 이전의 취업알선 서비스와 달리 구직자와 구인기업이 직접 노동계약을 맺을 수 있는 온라인 노동시장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Job Matching에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직접 거래를 하게 될 경우 발생하는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는 국내 일부 기업에서 내부노동시장의 마켓 플레이스(Marketplace) 운영 사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산업구조가 위계적인 하청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 정리해고의 부정적 영향은 하도급 업체일수록 심각하고 이로 인하여 과잉 공급 산업의 구조조정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위계적인 하청구조의 산업에서 각 계층에 속한 업체들 간의 공정한 이윤 배분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계층 간의 과도한 임금 격차가 해소 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추구하는 정책은 사회 안전망을 확대하는 정책의 병행을 통하여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따른 개인의 고용불안과 소득 절벽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