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제도의 양날의 검

HR INSIGHTⅡ

2016-08-26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임금직무혁신센터소장/인적자원

임금제도는 노사의 자율 협약에 의한 사회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개별 기업의 자체적인 지불 능력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임금수준의 결정은 큰 사회적 파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서구 국가들은 직무가치에 대한 고려를 중요한 요인으로 보며,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같은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임금제도는 또한 노사관계처럼 경제, 노동시장,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대공황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자 전국산업부흥법(NIRA: National Industrial Recovery Act)과 와그너법으로 불리는 전국노동관계법(NLRA: National Labor Relations Act)을 제정하여 근로자의 권리 및 소득을 강화하였고, 전후에는 태프트-하틀리법(Taft-Hartley Act)을 통해 노조활동을 약화하는 등 경제 상황의 영향을 받았다. 미국 자동차 노조(UAW: United Auto Workers)의 경우에도 1980년대 호황기에는 많은 호혜를 누렸지만 2000년대 후반에는 업황의 어려움으로 인해 퇴직자의 복지를 줄이는 등 근로자의 권리를 축소하는 정책에 동의하였다.

최근 직무능력 및 성과 중심 인사관리와 임금체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왜 기업과 근로자 모두 임금제도에 대해 관심이 많을까? 기업에게 임금은 근로자들의 행위 및 태도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근로자의 행위 및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관리 제도들은 다양하지만 가장 직접적이고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임금제도이기 때문이다. 임금제도는 어떤 특성을 가진 근로자를 유인하고 유지하는데 영향을 미치며 근로자와 기업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대부분의 기업에서 임금은 가장 크고 중요한 비용 항목이다. 임금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임금제도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개별 근로자들의 수입과 생활 수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근로자에게는 절대적인 임금수준과 다른 근로자들의 임금과 비교한 공정성이 모두 중요하다. 임금은 지위나 성공의 상징으로서의 의미도 지닌다. 근로자들은 기업과의 관계를 평가하는 데 있어 임금제도에 높은 중요성을 부여한다. 따라서 임금제도는 세심하게 관리되고 또 근로자들과 충분히 협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임금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들이 있다. 대부분 임금제도를 잘 운영하면 기업은 성과가 높아지고 근로자는 직무에 만족하면서 조직에 대한 헌신도 높아지고 개별 근로자의 성과도 높아진다는 내용이다. 반대로 임금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시어스는 1990년대 초 18건이나 되는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시어스는 우리나라의 백화점과 비슷한 유통업체로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시어스 오토 센터(Sears Auto Centers)라고 불리는 자동차 정비 업체가 입주해 있다. 이 정비업체의 경영진은 정비사들의 임금을 성과급 형식으로 개편하면서 개별 정비사의 성과급이 부품 수리 수량과 연동되도록 임금제도를 설계하였다. 더 많이, 더 열심히 일한 정비사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게 되면 근로자는 임금을 높이고 기업은 매출을 올릴 거라는 단순한 계산에 근거한 조치였다. 하지만 정비사들은 성과급을 올리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수리하고 고객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청구했다. 결국, 소비자들은 정비업체의 과도한 수수료를 인지했고, 시어스는 소송에서 패배해 수천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또한 신용카드 사업에서도 비슷한 속임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계속해서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시어스가 이러한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십 년의 노력이 필요했다.

임금제도의 운영에 있어서는 문화적 요인도 잘 고려되어야 한다. 링컨 일렉트릭(Lincoln Electric)은 독특한 임금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들의 평가 및 임금제도는 개인 및 집단 성과와 강하게 연동되어 있다. 개별 근로자는 개별 성과물에 의해 결정되는 개수급에 의해 월급을 받으며, 연말 보너스는 기업의 성과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제도는 근로자들이 성과 중심으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게 하고, 이에 따라 기업은 더 높은 품질과 생산성을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은 노사 간의 신뢰에 기반한 것이었다. 경영진은 근로자의 직업 안정성을 보장하였고, 만약 근로자들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이면 이에 대해 높은 임금수준으로 보상하였다. 또한, 근로자들은 유연한 배치전환과 작업장 재조직화에 동조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였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성공을 거두었던경영모델은 유럽의 자회사들에서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개인주의에 기초한 미국의 문화에서는 개별 작업량에 따른 성과급 임금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였지만 상대적으로 집단주의적 성향을 가진 유럽에서는 오히려 근로자들 간의 유대감을 저해하고 조직문화를 와해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위 사례는 임금제도가 사회의 문화와 맞지 않으면 문화와의 적합성이 높은 곳에서 얻었던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각 국가 및 사회가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듯이 개별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다른 인사관리 제도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임금제도는 기업의 문화와 적합성이 있어야 애초에 의도한 취지를 살릴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임금관리 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조직 문화와 개별 근로자들의 특성에 대한 이해와 고려가 필요하다.

성과 중심 임금제도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근로자들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가지는 현직 근로자들의 태도 및 행위에 영향을 미쳐 개별 근로자들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소위 ‘동기 유발’ 효과를 가진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해당 기업에 들어갈 것인지, 기업에 남을 것인지, 혹은 기업을 떠날 것인지 등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 기업의 인적구성 변화를 통한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임금을 성과와 연동시키는 기업은 고성과자를 더 많이 유인함으로써 성과 수준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노동시장 유연성이 떨어지는 우리나라의 경우 인적 구성 변화를 통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직종별 횡단 노동환경이 잘 발달한 업종이나 중소기업들 간에는 상당한 인력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어 인적구성 변화를 통한 효과도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임금체계 개편의 주된 목적은 현직 근로자들의 동기유발로 보이며, 결국 임금체계를 바꿈으로써 근로자들을 더 열심히 일하도록 하는 방안으로 볼 수 있다.

임금 체계의 개편에 있어 임금 곡선의 수정도 중요한 목적으로 볼 수 있다. 비록 학술적, 분석적 목적으로 임금제도를 연공급, 직무급, 역할급 등으로 구분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 임금제도를 배타적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임금제도는 근속연수, 직무가치, 근로자의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임금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와 연관하여 임금제도를 배타적으로 구분하는 것의 또 다른 어려움은 실태 조사를 통해 임금제도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각 임금제도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질문하느냐에 따라 임금실태조사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임금조사에 따라 직무급 비중이 1/3 이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5% 이하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어떠한 임금제도를 운영하던지 그 최종적인 결과는 임금 곡선의 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연 공급을 제외한 대부분의 임금제도들 예를 들어 직무급, 역할급, 숙련급(연공급적으로 운영되는 숙련급을 제외하고) 등의 임금제도는 서로 비슷한 임금곡선을 보인다. 즉, 입사 후 일정 기간 동안은 임금이 상승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이후에는 특정 기준, 즉 직무의 상대적인 가치, 역할, 숙련 수준의 변화에 따라 임금이 변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임금 곡선은 [그림 1]과 같은 임금 곡선을 보이며, 증가 후 평가연동형 임금제도로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임금제도는 입사 후 일정 기간은 기본적으로 지식과 기술이 향상되고 기업 특수적 숙련이 증가하는 시기로 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기간이 지난 이후에는 성과에 따라 임금이 차등적으로 분배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더 중요한 부분은 생애임금적 차원에서 임금 곡선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로도 볼 수 있으며, 임금제도는 이러한 임금 곡선 구성에 대한 논리를 세우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임금제도는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바짝 날이 선 양날의 검이다. 잘 사용되면 훌륭한 요리사의 칼이 될 수도 있고, 잘못 사용되면 사람을 다치게도 할 수 있다. 기업에는 경영 성과를 올릴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로 그리고 근로자들에게는 근로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으로 활용될 수도 있지만 잘못 사용되면 기업이 법정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고 근로자들의 마음을 다치게도 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검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검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운영의 문제이듯이 임금제도도 임금제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제도를 활용하는 노사의 자세와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의식, 주어진 제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운영의 묘가 임금제도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