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넓고 깊게, 꿈은 높고 길게
창의력 분야 스테디셀러 작가, 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전문>
"교수님 저서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무엇입니까?”
“요다음 번에 나올 책입니다.”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관련 서적을 최소 100여 권은 읽는다는 김광희 교수는 그야말로 지식 탐미자라 할 만하다. 그에 비추어볼 때 시간과 경험에 비례해 더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신작 『생각 밖으로 나가라』를 통해 독자를 찾아온 그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지식 세계를 들여다본다.
김광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짧게 본인 소개를 한다면.
“어머, 왜 이렇게 마르셨어요?”
외부 강의에서 만난 어느 담당자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내 외모에 대한 질문으로 첫인사를 건넸다. 180cm의 키에 60kg을 겨우 넘는 체구, 작고 마른 얼굴, 강한 사투리까지 누구라도 놀랄 만한 특출난 외모랄까.(웃음) 나를 모를 수는 있지만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강한 이미지야말로 신이 내게 준 고귀한 선물이 아닐까 한다.
첫인상을 소개했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야겠지. 올해로 17년차, 수도권의 작은 대학 경영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더불어 그간 30여 권의 책을 저술한 작가이기도 하다. 전공서적도 많이 냈지만 그보다 창의력 분야 특히, 스테디셀러 『창의력에 미쳐라』로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외부 강의도 자주 다니고 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는 만큼 지식 습득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다수의 신문, 인터넷 정보는 물론이고 매일의 독서도 빼먹지 않는다.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는 게 많고, 더 많이 그리고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지식에 대한 갈증이 나의 원동력이다.
공고 졸업생이 경영학과 교수가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중학교 졸업하면 철공소 가서 돈 벌어.”
시골 읍내 작은 도서관에서 책에 빠져 살던 아이였지만 당시 가정 형편과 아버지의 뜻을 모른 척할 도리가 없었다. 대신 나랏돈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공고를 갔다. 원해서 간 학교는 아니지만 좋은 점은 하나 있었다. 기숙사에서 일주에 딱 한 번 누런 기름만 둥둥 뜨는 쇠고깃국이 나왔었는데 그 구수한 맛이란 내 외모만큼이나 잊혀지기 힘든 맛이다.(웃음)
공고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대기업(특례 보충역)에 입사했다. 이때 우리 사회의 학벌이 만들어낸 가치관이 얼마나 무서운지 절감했다. 퇴근 후 곧바로 입시학원으로 달려가길 몇 개월, 그 지방 유일의 4 년제 대학 경영학과(야간)에 진학했다. 그로부터 주경야독의 생활이 4년 동안 지속됐다. 졸업과 동시에 병역의무도 마쳤지만 여전히 직장에선 대졸이 아니었다. 힘들게 돌아왔건만 주변 상황은 너무나 인색했다. 결국 주변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본인 스스로 변화를 꾀하는 수밖에.
달랑 가방 두 개 들고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갔다. 나리타(成田) 공항에 내린 이후 학업과 생존을 위한 아르바이트로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던 중,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되었다는 전화를 받은 것이 반전의 신호탄이었다. 덕분에 석사와 박사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공고 졸업자가 공대로 진학하지 않고 경영학을 선택한 것은 순전히 공고에 대한 반항심 때문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경영학만큼 창의적인 학문도 없는 듯하다. 세상 돌아가는 걸 그 어떤 분야보다 빨리 꿰뚫고 소화해야 하는 까닭이다.
창의력 분야 저서로 많이 알려졌는데, 창의력에 대한 관심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보통 창의력을 남다르거나 우수한 재능으로 보는데 사실 아니다. 그 이면에는 ‘호기심’과 ‘재미’가 깔려있다. 꼭 창의력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야지 하는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다 본래 독서를 좋아하고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나름의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창의력 관련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를 굳이 따져보자면 최초에는 경영학이나 경쟁(競爭), 마케팅에 관한 전공서를 주로 썼는데 경영학 외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싶다는 욕구가 불현듯 일었고 마침 도쿄에서 공부하던 시절 모아둔 창의력 관련 자료가 근간이 되어 시작하게 됐다.
집필을 위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는지.
‘먹어야 싼다. 입어야 벗는다.’
아무 음식도 입에 대지 않았는데 배변 활동이 일어날 수는 없다. 옷을한 벌도 몸에 걸치지 않았다면 응당 벗을 수 없는 이치도 마찬가지다. 학원을 졸업한 뒤로 연간 1~2권의 책을 줄곧 출간해 왔다. 작업을 이어가려면 먹고 입는 작업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어떤 분야의 책을 쓰고자 한다면 정말 많은 정보를 취합해 소화해야 한다.
실행방법은 바로 독서다. 한 달에 신간을 중심으로 평균 30~40권은 읽는 것 같다. 특정 분야에 한정된 게 아니라 최대한 다양한 책을 접하려고 노력한다. 국내에 발간되는 주요 일간지(경제지 포함)는 거의다 챙겨보고 인터넷을 통한 국내외 뉴스를 접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런 다음엔 반드시 제 나름대로 요약하고 분류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물론 책을 쓰기 전에는 관련 서적을 또한 100여 권 정도 찾아본다. 정보를 있는 그대로 사용한다면 이는 왜곡된 지식일 수 있다. 때문에 나만의 거대하고 잘 짜인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왜곡된 지식을 바로잡고 한 단계 더 발전한 형태로 정제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집필의 단계이자 아이디어를 얻는 일련의 훈련이다.
창의력 관련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자신이 경험한 발상전환 사례를 들어보시오.”
몇 년 전 출제한 경영학원론 중간시험 문제에 대해 한 여학생의 답안지는 이랬다.
교수님, 지금껏 한 번도 (연구실로) 찾아 뵌 적이 없어 정말 죄송합니다.
수업이 많은 조별 과제와 싸우느라(중략).
님도 보고 뽕도 따면서, 공부도 하고 CC도 나름 기대했었지만(중략).
사치스러운 바램이었나요? 고등학교 때 저랑 같이 다녔던 제 친구들은 스무 살가씨처 랑 같이 다녔던 제 친구들은 스무 살 예쁜 아가씨처럼(중략).
해뜨기도 전에 학교 가서 하루 종일 과제만 하다가(중략).
요즘 저를 보면 CC는 사치였네요. 공부만이 살길인 듯합니다.
채점을 하면서 무척 가슴이 아팠다. 한 학기 동안 내가 너무 많은 과제와 발표로 새내기들을 괴롭힌 것 같아 미안해지기까지 했다. 그런 마음으로 시험지 뒷장으로 눈길을 돌렸는데, 시험지 맨 아래 “교수님, 놀라셨죠? 세로로 첫 글자만 읽어보세요.”라는 작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주제에 대한 답을 재치 있게 써낸 아이 디어와 상대로 하여금 발상의 전환을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창의력을 키우는 요소와 실행방법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창의력 = (다양성 × 지식 × 동기부여 × 동심 × 기법)
창의력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 다행히도 창의력은 무한정 채굴이 가능하다. 채굴 장소가 두뇌란 이름의 탄광인 까닭이다.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IQ가 높아야 한다거나, 천재여야만 창의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창의력 천재는 없다. 이는 스포츠나 요리, 외국어를 습득하는 것과 같은 기능(Skill)이고 기법(Technique)이다. 후천적 노력과 실천의 산물일 뿐이다. 또한 창의력은 두뇌로부터 쉽게 채굴 가능하도록 계발공식이 존재한다.
이들 요소가 잘 어우러져 본연의 기능을 발휘할 때 창의력은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로 발현될 수 있다.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은 누구나 다아는 것처럼 관찰, 경험, 독서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양적 측면뿐 아니라 질적인 면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책이나 기타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을 때는 무작정 읽기보다는 개요나 목차를 통해 내용의 틀을 파악하고 자신이 그간 쌓아놓은 기초지식에 빗대어 걸러내고 재정립하기를 반복해야 한다. 관련 지식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연결되고 다른 정보들과 융합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말하는 창의, 새로운 것이 발견될 수 있다.
신작 『생각 밖으로 나가라』는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다.
책에서 말하는 다양성은 성별, 문화, 인종, 출신, 계층 등을 둘러싼 다양성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추구해야 할 ‘생각 하는 방법(How to Think)’의 다양성 즉, ‘생각의 다양성(Diversity of Thought)’이다. 인간의 머릿속에 담긴 수많은 생각, 다시 말해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은 그 주체의 생존과 문명을 좌우할 만큼 대단히 소중하다.
다양성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력하나마 그 물음에 힌트를 주고자 『생각 밖으로 나가라』를 펴냈다. 다양성을 기르기 위해 촉진 해야 할 긍정적 요소(+)와 최대한 억제해야 할 부정적 요소(-)가 존재 하는데,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와 실천이 중요하다. 긍정적 요소의 대표로는 ‘관찰’과 ‘제3안’이, 부정적 요소로는 ‘동조’와 ‘기능적 고착’이 있다. 책에서는 이 네 가지 요소를 유쾌하고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기업의 CEO, 인사담당자들에게 창의적인 인재 육성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직에서 살아남는 제1원칙이 뭔지 알아? 일 잘하는 것? 아니, 상사 심기를 잘 살펴서 맞추는 게 첫째야. 그것도 모르고 임원 승진을 꿈꾸나?"
"한국 기업의 임원실은 마치 엄숙한 장례식장 같다."
첫 번째 문장은 어느 칼럼에 실린 대기업 상무의 대사이고 두 번째는 국내 기업 임원으로 일했던 한 외국인이 한국의 조직문화를 꼬집어한 말이다. 물어보자.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진정 승진만을 맹목적으로 쫓는 사람인가? 그게 아닌데 왜 조직의 문화는 오랜 습관에 젖어 변하지를 않나. 또한 빠른 시대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왜 상사의 명령 이외에는 침묵해야 하나? 창의력 강의를 다니면서 드는 생각이 자녀나 직원들이 능동적이고 창의적이기를 바라면서 실상 환경과 문화는 정반대로 갇힌 구조라는 것이다. 새겨라. 살아간다는 건 진한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사람 머릿수만큼이나 다른 관점이 존재한다는 인식이야말로 다양성의 출발점이요, 창의력의 초석이다. 진정한 인재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길을 열어주었을 때 비로소 탄생한다.
끝으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독자들 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내용이 쉽다, 재미있다, 발상이 독특하다.”
독자들의 평가처럼 앞으로도 위의 글쓰기 방침을 잘 지켜갈 참이다. 그러자면 힘들지라도 현재 이상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겠지. 1년에 적어도 한 권은 쓸 계획이다. 그리고 꼭 쓰고 싶은 책 한 권이 있다. 무려 2,500년이란 시공을 넘어 오늘날 우리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스테디셀러, 바로 ‘논어(論語)’다. 그 속에 담긴 공자의 가르침 하나하나엔 창의적 요소들이 흘러넘친다. 그걸 현실에 맞춰 흥미롭게 풀어내고 싶다. 제목은 가칭 ‘논어로 읽는 창의력’이 되지 않을까.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 책을 많이 읽어주세요!”라는 외침도 있지만(웃음) 그보다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내 좌우명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마음에 따라 모든 것은 달라진다는 말이다. 나이, 성별, 본인이 처한 환경에 상관 없이 목표는 무조건 최대한 크게 가져라. 도달할 수 없는 높이만큼 높게, 무한한 것처럼 긴 꿈이어야 한다. 낮은 꿈은 자신에 대한 범죄다.
목표가 커야지만 최소한 그 근처까지 도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뤄 놓은 근거, 스펙 같은 것이 없어도 상관없다. 본인이 이루고픈 꿈에 오늘 한 걸음, 내일 또 한 걸음 다가가다 보면 그곳에 도달한 자신을 만나는 날이 분명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