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平昌)의 비전, 새로운 지평을 열다.

2011-07-25     인재경영 기자

◆ 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이 열렸다. 63:25:7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대한민국 정계, 재계, 스포츠계의 대표선수들이 총 동원된 드림팀이 세번의 도전 끝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지난 10년간 여러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 성과임에 틀림없지만 이러한 노력을 가장 극적으로 호소한 결정적 순간은 최종 프레젠테이션이었다.

평창 프레젠테이션을 보며 성공의 두 가지 핵심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는 비전과 핵심가치, 전
략으로 이어지는 비전 체계가 잘 짜여져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수행할 조직과 인사, 지원 시
스템 등의 실행 체계가 잘 부합됐다는 점이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의 첫 주자로 나선 나승연 대변인은 평창이‘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올림픽 운동을 확산하여 새로운 지역에 동계스포츠를 알리는 한편, 한국에서는 동계올림픽이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평창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동계 스포츠에서 소외된 새로운 지역을 대표하며, 두 번의 좌절을 딛고 도전하는 아이콘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인내와 끈기(Persistence & Patience)’가 필요했음을 언급하고 이것이 한국인의 핵심가치임을 역설했다. 평창이 제안한 비전은 안시(Annecy)가 자랑하는 알프스의 천혜의 자연이나 뮌헨(Munich)이 강조한 동계 스포츠의 뿌리나 전통과 확연히 구별됐다.


치밀하고 효율적인 경기 운영계획(Most compact, efficient games plan), 전폭적인 정부의 관심과 지원(Total government commitment & support), 대한민국 국민들의 열성적인 지지(Passionate support of the Korean people), 올림픽 가족과의 약속 이행(Kept our promises to the Olympic Family), 이를 통해 한국에서 처음, 아시아에서 세 번째 동계올림픽(The 1st WinterGames in Korea, 3rd in Asia)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는 것이
었다.

다음 연사들은 이러한 전략을 설명하는데 가장 적합한 사람들로 배치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동계올림픽이 국가의 우선 과제임을 밝히며 정부의 지원을 약속했고, 김진선 특사는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교통과 시설 등을 보완하고, 60개국 1,00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동계스포츠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IOC와의 약속을 지켰음을 강조했다. 김연아 선수는 동계 스포츠 변방국 선수에게 올림픽 유치가 갖는 의미를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한편 동영상을 통해 경기 운영계획을 소개했고, 문대성 위원은 선수의 입장에서 최고의 시설과 효율성을 누릴 수 있음을 설명했다. 박용성 회장은 대한민국 국민이 동계올림픽 개최에 얼마나 많은 관심과 바람을 가지고 있는지 역설하며, 경기 이외에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와 관광 아이템을 소개했다. 토비 도슨은 미국으로 입양되어 스키 선수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자신의 성장과정을 소개하며, 평창 동계올림픽이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줄 기회가 될 것임을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나승연 대변인이 다시 등장하여 재능과 염원이 있는 사람에게 성공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토비 도슨의 메시지를 환기하며, 전세계 어린이들을 동계스포츠의 세계로 초대한 드림 프로젝트의 동영상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이 올림픽 운동 확산의 계기가 될 것임을 보여주었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은 최고의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비전 체계와 실행 체계, 좀 더 단순화하면 전략(Strategy)과 사람(People)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선 전략적 측면을 보면, 각기 다른 분야에서 상이한 메시지를 제공하고 있지만 모든 주장은 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이라는 명확한 비전을 일관되게 지향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도, 국민의 성원도, 교통과 시설과 같은 첨단 인프라도, 대한민국 선수들이 일구어낸 위대한 성취도 모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열쇠들이다. 각각의 전략이 끈기와 인내라는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맞물려 돌아갈 때 평창의 비전이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실행 체계를 보면, 이러한 전략 수행에 가장 적합한 사람들이 연사로 선정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올림픽유치위원회에는 분명 이들보다 훨씬 영향력 있거나 자신의 성과를 드러내고 싶은 사람들이 존재했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위의 전략을 수행하는데 최적의 인물이 누구인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에서 평창은 안시나 뮌헨보다 명확한 비전과 핵심가치, 치밀한 전략을 제시했고 무엇보다도 이를 실행하는 조직과 인사, 지원 시스템을 잘 연계했다고 판단된다.

우리의 기업 경영을 성찰해보자. 우리가 추구하는 비전이 명확하며 고객과 구성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가? 이를 위해 어떤 순간에도 놓지 않아야 할 핵심가치가 조직의 DNA로 체화되어 있는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경쟁사와 구별되는 우리만의 고유한 전략을 보유하고 있는가? 이러한 비전 체계를 실행하는데 적합한 조직과 인재, 문화와 프로세스, 인프라 시스템이 잘 연계되어 있는가?

‘나는 회사다’라는 이름의 경연대회가 매 순간 펼쳐지고 있다. 글로벌 고객들의 선택을 염원하는 우리 기업들이 평창 올림픽유치위원회의 성공경험을 거울로 삼아 새로운 지평을 열기를 기대한다.




김 재 천
애경그룹 전략기획실 인사팀장 / 상무
2020@aekyung.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