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의 기본은 ‘진정성’이다.

나은경 나스커뮤니케이션 대표

2017-03-31     이지연 수석기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김춘수의‘꽃’가운데) 홍보는 상품이 하나의 몸짓으로 머물지 않고 꽃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 안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진정성’이다. 나은경 나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관광·홍보 분야에서 진정성으로 승부해 온 최고의 홍보전문가다. 터키문화관광부 한국 사무소, 정부기관 등 분야를 막론하고 종횡무진하고 있는 나 대표를 만났다.

 

여행전문기자에서 홍보전문가까지 발자취가 궁금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1989년 여행전문기자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해외여행 자유화 시행 원년으로, 수많은 외국 관광청과 항공사들이 한국 시장에 진입했다.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쓰면서 관광, 여행 정보가 모였다. 의사소통에 어려움만 없다면 관광 분야 홍보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고 회사를 그만뒀다. 1년간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이후 몇몇 여행사에서 홍보를 비롯해 상품개발, 현지 코디, 항공 예약, 영업, TC 등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00년 관광 마케팅·홍보 전문기업 나스커뮤니케이션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관광 마케팅에서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현지 코디’다. 여행 기자 10년, 여행사 경력 1년을 바탕으로 취재기자들에게 전문적 코디를 제공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 태국 정부관광청 등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태국 치앙마이 골프 투어를 런칭했던 경험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한 지역을 브랜딩하고 상품화하는 데 3년이나 걸렸다. 단기간에 마케팅을 하고 성과를 얻으려는 국내 실정과는 크게 달랐다. 당시 홍보를 담당하며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터키문화관광부, 정부기관 등 활동 분야가 광범위하다.

터키문화관광부와는 2006년부터 함께 일하고 있다. 터키에서 클라이언트가 한국을 방문하면서 홍보를 위한 ‘영문 브로슈어’를 가지고 왔는데, 이렇게 해서는 한국에서 먹히지 않는다며 직언했다. 사실 계약 성사가 안 될 줄 알았다. 클라이언트가 돌아가고 3개월 후에야 연락이 왔다. 단호하면서도 명쾌한 대응이 인상적이었다며 함께 일하자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도 터키문화관광부와 서로 존중하는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관광 마케팅·홍보 전문으로 출발했지만 현재 나스커뮤니케이션은 종합 홍보 전문기업으로써 다양한 분야의 홍보 컨설팅을 진행한다. 약 10년 전 코엑스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전시 홍보를 담당하기도 했다. 일반인들이 어려워하는 이공계 전문용어를 쉬운 단어로 바꿔 보도자료를 작성, 배포했다. 전시를 오픈하는 날, 내외신 기자 수십 명이 참석했고 호응을 얻었다. 치열하게 회의했고, 의견 충돌이 있었지만 그만큼 성과도 좋았다. 덕분에 산자부와 좋은 인연을 맺고 관계 기관들과 업무 협약을 하고 있다.

나스커뮤니케이션의 강점은.

사업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후회도 했다. 하지만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눈 가리고 아웅 하지 않는다. 태국 정부관광청 홍보를 할 때일이다. 태국 문화를 알리는 기자회견에 대해 관광청 직원과 이견이 있었다. 홍보 책임 담당자로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하고 기자 출신 경력으로 몇 가지 제안을 덧붙였다. 산자부 홍보를 하면서도 돌직구를 날리며 있는 그대로 승부를 걸었다. 클라이언트들은 그런 모습에서 진정성을 보는 것 같다. 다른 홍보 대행사와 일하다가 다시 함께하자고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다.

선택과 집중 역시 우리가 가진 강점이다. 하나의 보도자료에는 제일 중요한 하나의 아이템만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것을 철칙으로 한다. 홍보는 기획, 컨설팅 그리고 타이밍이 중요하다. 단기간에 관심을 확끌어올리느냐 마느냐는 홍보 담당자가 얼마나 집중 마크를 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홍보는 상품이 반짝반짝 빛나고 가장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상품에서 ‘The best, The most, The first, Only one’ 등일반적이지 않은 특징을 끄집어내 한 컷의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항상 상품에서 새로움을 끌어내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 홍보전문가의 역할이다. 그러나 절대 거짓을 만들어내서는 안 된다.


전환점을 맞은 한국 관광산업, 관광 홍보전문가로서 조언한다면.

현실은 바꿀 수 없다. 그 현실을 역이용할 필요가 있다. 사드, 안보 등 관광에 부정적인 환경을 역으로 마케팅에 활용해야 한다.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때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하다. 여기서 벤치 마킹을 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다. 최고, 최초, 유일 등 홍보 요건에 맞아떨어진다. 판문점과 임진각 등 분단을 상징하는 지역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 태국에서 온 클라이언트가 판문점에 관심을 갖고 있어 함께 방문한 적이 있다. 외국인들은 생각보다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궁금해한다. 국가가 나서 안전을 보장한다면 관광 상품으로써 가능성은 충분하다. 방문자들에게 통일이 되기 전에 가봤다는 경험을 선물해 줄 수 있고, 통일 이후 재방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오히려 한국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 보여줘야 한다. 직접 눈으로 보고 들어야 입소문도 퍼질 수 있다. 안전을 보장하고 이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 홍보를 하면 된다.

여성친화적 기업문화 조성 노력을 인정받아 양성평등 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90년대 초만 해도 생소했던 탄력적 근무제나 재택근무를 회사에 요청했고, 임금을 낮춰 가면서 일을 계속했다. 경력의 끈을 놓지 않았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있었다. 먼저 경험을 한 사람으로서 기혼 여성 직원들의 어려움을 잘알고 있다. 회사에서 출산·육아 휴직은 물론이고 탄력적 근무제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고맙게도 직원들은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일에 더욱 집중해준다.

2013년에는 경력단절여성 재취업을 돕는『다시 하이힐을 신다 (BACK ON THE CAREER TRACK)』를 번역·출간했고, 이듬해 원작 자들을 초청해 ‘이브와 한-미 리턴십 세미나’를 마련했다. 책을 번역하면서 느낀 것은 멋모르고 좌충우돌하면서 한 길을 걸어왔지만 나름대로 잘 해왔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좋은 멘토를 만났더라면 덜고생했을 것 같다. 후배들에게는 시간을 절약시켜주고, 가이드라인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 여성가족부 꿈드림 슈퍼멘토, IT 여성 기업인과 이공계 여대생이 한 팀을 구성해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이 브와 ICT멘토링’ 사업 참여 등 여대생, 소외계층 청소년과의 교감을 지속하는 이유다.

영어, 학업 등 끊임없이 도전하는 CEO의 모습이 돋보인다.

직장생활 3년 차에 결혼과 출산으로 6개월간 경력단절이 된 적이 있다. 다행히 기회가 닿아서 여행신문 창립멤버로 다시 복귀해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내 분야만큼은 소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관광, 항공 외신기사를 번역하며 전문용어들을 익혔다. 덕분에 여행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큰 도움이 됐다. 관광 홍보에는 영어가 필수 다. 서른이라는 당시로써 늦은 나이에 비즈니스영어 연수 차 캐나다에 다녀왔다. 연수를 가면서도 특파원 제의를 받아들여 공부와 일을 병행했다.

관광 홍보 기업을 운영하면서 학업의 필요성을 느꼈다. 2010년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에 진학, 디지털 콘텐츠를 전공했다.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하고 전문지식을 쌓다 보니 업무에 더욱 도움이 됐다. 직원 들에게도 대학원 진학을 독려하며 전문가로 양성하려고 노력한다.

학생들에게 멘토링을 하면서 꼭 전하는 이야기가 있다. 뭐 하나라도 끝까지 해보라는 것이다. 하찮다고 보여지는 일이라도 완벽하게 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재의 조건이다. 성취감이나 일을 완성시킨 경험이 없는 사람은 미완성 상태일 수밖에 없다. 고등 학교를 졸업하고 우리 회사 경리 담당으로 들어온 친구가 있다. 업무를 잘했지만 아쉬움이 있었다. 이후 방송통신대, 중앙대 언론대학원에 진학해 그 직원이 홍보전문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기본에 충실하며 마지막까지 일을 해결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 홍보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근본적으로 관광업계 출신이다 보니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크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분야를 관광산 업에 접목해야 관광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 산자부 관련 홍보를 하면서 우리나라 R&D 분야가 세계 ‘최고’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를 관광 마케팅 재료로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최고의 기술력과 테크놀로 지를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은 이미 조성돼 있고, 이것을 홍보하고 사람 들을 끌어모으면 된다. 독일, 프랑스 등 세계 모터쇼와 마찬가지로 기술력을 선보이고 방문객들이 상품을 구입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내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업과 관광을 접목, 국가적 브랜드 마케팅을 추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를 최고의 관광대국으로 만들기 위해 최고의 기술력을 관광상품화하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산업과 관광 분야에서 오랫동안 홍보 컨설팅을 담당해 온 나스커뮤니케이션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