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발전재단, 신뢰받는 고용노동전문기관 될 터

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2017-06-28     전성열 편집장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노사발전재단(이하 재단)의 최근 행보를 설명하는 데 가장 적합한 사자성어다.
실제로 재단은 이정식 사무총장 취임 이후 미래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과 로드맵 구축으로 재단을 총체적으로 ‘레벨업’하는 ‘담대한 변화’가 한창이다.

이 사무총장은 “올해는 재단이 출범한 지 꼭 10년이 되는 해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다음 10년을 준비해야 하는 전환기에 있는 상황으로 재단을 한 단계 더 도약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다. 중요한 때이고 중요한 자리이니만큼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이어 “노사정의 공동 출연을 통해 노사 중심의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출범취지와 다르게 정부 보조금 및 위탁사업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재단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출범취지에 맞는 사업 재편과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는 새 정부의 중심 역할로 정체성을 확고히 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노동계 출신 첫 사무총장으로 재단 안팎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사무총장을 만났다.

먼저, 독자들을 위해 재단에 대해 소개해 달라.

“활기찬 일터, 행복한 노사”, 우리 노사발전재단의 미션이다. 우리 재단은 상생의 노사 관계를 확산시켜 나가고자 지난 2007년 노사정 합의로 발족되었다. 설립 초기에는 주로 노사파트너십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2011년에 노사발전재단과 노사공동전직지원 센터, 국제노동협력원 3개 기관이 통합된 이후부터는 고용은 물론 국제노동 분야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역할을 정립하며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재 재단은 ‘상생의 노사문화’, ‘좋은 일터 만들기’, ‘중장년 일자리’, ‘국제교류협력지원’ 등 4개의 큰 틀 안에서 사업을 꾸려 나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노사상생협력본부에서 상생의 노사파트너십 확립을 위한 교육 및 지원을 하고 있고, 일터혁신본부에서는 노사의 생활공동 체인 일터를 좀 더 경쟁력 있고 활기차게 만들어나가기 위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사업장의 생산성과 고용구조 등을 개선시키기 위한 활동들인 것이다. 이와 함께 평생직업시대에 그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전직지원서비스, 즉 중고령자 등 퇴직(예정)자에게 전직 내지 재취업을 지원하는 서비스는 중장년일자리본부에서, 그리고 국제노동센터에서는 해외 진출한 기업이나 노동자를 대상으로 HR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취임한 지 막 2개월이 지났다. 노동계 출신 첫 수장으로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노동계 출신 첫 사무총장으로 재단 안팎의 기대와 관심이 큰 것을 잘 알고 있다. 최초라는 수식의 무게감만큼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고 책임감도 크다.

더욱이 올해는 재단이 출범한 지 꼭 10년이 되는 해로 즉,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다음 10년을 준비해야 하는 전환기에 있는 상황으로 재단을 한 단계 더 도약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더욱 무겁다. 중요한 때이고 중요한 자리이니만큼 내가 가진 역량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 시간 주요 활동을 정리한다면.

재단의 도약을 위해 임직원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다지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지난 5월에 ‘혁신위원회’를 발족시킨 것도 그 일환이다. 설립취지에 맞게 재단을 리빌딩하자는 것이 핵심으로, 단순히 조직을 재정비하는 차원이 아닌 새 정부의 고용노동정책 기조에 맞춰 재단의 기능과 역할을 재조정하는 전방위적인 혁신의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새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국내에 일자리 중심으로 전개되는 고용노사관계와 관련하여 일관되면서 동시에 종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은 우리 재단뿐이다. 더욱이 경총, 노총 수장들이 공동대표로 되어 있고, 설립취지 또한 노사가 자율적으로 참여하여 공동의 사업을 전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로드맵을 새로이 설정하고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속가능한 경제발전과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주도적인 노사 간 협력 관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판단, 이에 맞춰 재단의 역할을 다시금 조정하고 있다.

요컨대, 정치적 과도기와 큰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재단을 바라보는 기대와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으로 기대와 요구에 부합할 수 있는 재단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장기 발전전략을 다시 세우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밖에서 본 재단과 안에서 본 재단은 어떤 차이가 있나?

멀리서 볼 때는 숲이 보이는 것이고, 숲 안으로 들어오면 나무 하나하나가 보이는 것 아니겠는가. 또한 똑같은 사물을 보는 데 있어서도 애정과 책임감의 무게만큼 많은 것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만큼 밖에서 못 봤던 것들이 참 많이 보이는데,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재단은 지금 한창 ‘성장통’을 겪고 있다. 실제 ‘한 지붕 세 가족’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단은 사업부 간 통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즉, 조직 간 화학적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나오고 있지 않는 상황인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임직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10년 가까이 일을 하고 있는 베테랑 전문가들로 정말이지 부문별 연계만 이루어진다면 큰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크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집단지성이 작동되어야 조직으로서 제기능이 발휘될 수 있다. 연결이 안 되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이시대 필요한 리더십 또한 다른 게 없다. 융·복합이 사회적 화두인 것처럼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잘 엮는 작업 즉, 상호 간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지 않나 생각한다. 실제로 나 또한 이쪽에 경영 방점을 두고 분리된 구조를 잘 묶고 엮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취임 이후 줄곧 서로 비빔밥처럼 잘 버무려져야 한다며 용광로 문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재단이 걸어온 지난 10년을 평가한다면.

재단이 걸어온 지난 발자취를 되짚어보면, 난관과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공공기관으로 정부 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인데, 실제 출범 당시에는 노사정의 공동 출연을 통해 노사 중심의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등 호기롭게 출발을 했었다. 하지만 이후 8~9년 동안 즉, 재단이 한창 성장하는 시기에는 출범 당시와는 사뭇 다른 정책 기조를 가진 정권 속에서 존재의 이유마저 의심받는 등 많은 난관을 겪어야 했다.

여기에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기관들이 화학적 통합이 되지 못하고 그저 물리적 결합에 그치면서 정체성의 문제가 더더욱 확대되어가는 구조였다. 실제로 안으로 들어와 보니 사업부문별로 조직문화도 다르고 일의 내용도 다르고 또, 사업방식이나 예산구조도 다르고 다 다르더라. 어디는 공모방식, 어디는 국고보조금 방식 등 이런 것들이 얽히 고설켜 있는 상태다. 복잡한 예산구조나 불안정한 사업방식이 하루빨리 정리되어야 한다.

요컨대, 좋은 취지로 출범은 했지만 성장하는 과정 동안 출범 취지와 사뭇 다른 정부 정책 때문에 또, 사업부문별 뿌리 깊은 이질감으로 불안한 행보를 이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출범 당시와 정책 기조를 같이 하는 새 정부의 출범으로 다음 모습은 기대해 볼 수있다는 것이다.

안으로 들어와 보니 이런 아픔들이 보이더라. 현재는 모든 것이 전환기이고 과도기이다. 사업과 관련해서도 규모가 제일 큰 중장년지원센터가 재단의 장손 노릇을 하고 있는데, 이는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재단의 명칭에서 알수 있듯 재단의 주요 역할은 노사 상생과 협력이다. 그다음이 일터혁 신, 중장년일자리센터, 국제센터이다. 그동안의 모호해진 재단의 기능과 역할들을 하루빨리 제자리로 돌려놓을 계획이다.

전임 사무총장의 정책을 계승하고 있다고 들었다.

노동계 출신이니 재단 안팎을 노동계 인사로 채울 것이라 예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단적으로 여기 기획실장도 경영계 출신이다. 한국노총에 있을 때부터 지향했던 기조는 상생이었다. 이메일 아이디도 윈윈메이커(Winwinmaker)다. 대한민국의 아픔은 과거를 부정하고 단절시키는 것을 반복한 데서 기인한다. 과거 없는 현재가 어떻게 있을 수 있겠는가. 취임사를 통해서도 과거에 잘했던 것은 계승하고 미흡한 부분은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자고 밝힌 바 있다.

녹록지 않는 여건 속에서도 전임 사무총장께서 사업을 내실 있게 잘추진해 왔다. 특히 재단이 나아가야 할 목표와 방향이 ‘NOSA Vision 2020’에 잘 녹여져 있는데 즉, New(혁신), Open(소통), Specialized(전 문), Active(실천)를 네 바퀴로 ‘신뢰받는 고용노동전문기관’을 표방하고 있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다음 사무총장이 와도 그대로 바통을 이어받을 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잘 담겨져 있는 비전이다.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주문하는 게 있다면.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만났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에서는 싸우더라도 재단에 와서는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같이 할 일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얘기했다. 노동위원회나 노사정위에서는 싸우다가도 재단에 오면 편한 분위기 속에서 웃고 떠들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노사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

며칠 전에도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고위 간부를 만났었는데 “우스갯소리로 다음에는 우리 민주노총에서 재단에 역할을 하면 안 될까?”라는 얘기가 있었다. 이에 대해 “제가 잘하도록 도와주 시면 다음에는 경총도 할 수 있는 것이고, 민주노총도 할 수 있는 것아니겠느냐, 열심히 할 테니 도와 달라.”는 말을 했었다.

재단의 설립 취지가 그렇다. 이사회가 노사정 동수로 구성되는 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상생하라는 취지 아니겠는가.

끝으로 우리나라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제언한다면.

혁신은 두 말할 필요 없이 이 시대 기업이 생존·성장하기 위한 키워드이다. 변화하지 않고 안주하는 행태로는 기업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있어서도 남다른 열정과 고민이 있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국내 기업들의 노사관계도 제품·서비스 혁신 못지않게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노사가 한마음이 되어 혁신에 나서지 못할 경우 경쟁에 뒤처지는 것은 물론 모두가 시장에서 도태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경제발전과 사회통합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관계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이 시급하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기업이 상생의 노사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깊이 새기고 기틀을 바로 세워나가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금과 같은 저성장기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사가 함께 간다’는 파트너 의식을 가지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